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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iO May 18. 2023

교묘하게 상처를 줄 때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월요일 아침..


한 주를 시작하면서 뜨거운 밀크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전자레인지에 데운 우유 막이 내 입술을 살짝 건드림과 동시에 가슴속에서 또 스멀스멀 우유 찌꺼기 같은 감정이 올라온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만남 후 뭔가 찝찝하고 안 좋은 기분이 꼭 이 우유막처럼 내 가슴을 답답하고 찝찝하게 만들고 있다.

월욜일 첫날부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함.


그 말을 듣고 왜 그냥 어색한 웃음만 지었지? 왜 이렇게 말해주지 못했을까. 황당함과 당황감, 그리고 당혹감으로 온갖 뒤섞인 그 순간을 망설임 하나 없이 1초 안에 그냥 웃으며 이 한 마디 해 줄걸.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설명도 변병도 하지 말고. 설명도 변명도 그렇다고 쿨한 한마디도 못한 채 도마 위에 이미 올라간 생선마냥 되어버렸던 것 같음에 지금 자책까지 하고 있다.  한 마디를 하기는커녕 당황하니 왠지 기분이 나빠지고, 결국엔 '아 이것이 아닌가' 하며 내 의견을 철회하는 어리석음까지 저질러 버렸다.


나이가 드니 마음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걸까. 20대엔 이런 말 따위 딱히 귀담아 들리지도 않았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냥 까짓 거 무시해 버렸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게 뭐라고 감정 찌꺼기처럼 다시 꺼내서 자책하고 있는 걸까.


이제 거의 23년째 외국생활을 하다가 보니 신기하게도 내가 처음에 외국에 왔을 때 여기에 몇십 년을 살았던 어른들은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내 지금의 모습과 대비시켜 생각해 볼 때가 종종 있다.

그때 난 생각했었다. 나이가 든다고 어른이 된다고 마음이 더 넓어지지는 않는 거구나. 때론 그냥 그들의 삶이 더 복잡해 보였다. 별거 아닌 곳에 신경을 쓰고 인간관계는 더 이기적이 되어가는 거 같아 보이고 마음도 더 좁아 보였다. 모든 부분에 계산적이게 되고 자신이 만만하게 보이지 않을까 철저히 방어벽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어른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조차 자신만의 기준으로 규칙을 세워두고 그 베풂이 행여나 나중에 나도 모르게 바램과 기대의 감정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람에게 기대나 정을 주지 않는 등, 끊임없이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두고 컨트롤해야만 했다.


때로는 나한테 조언을 하는 어른들도 있었다. 그때 우리 집에는 한국에서 유학 온 친구도 살고 있었고 다른 유학생들도 그냥 심심하면 주말에 와서 자고 먹고 지내다 가고 같이 놀기 일쑤였다. 나만 결혼을 했었고 우리 집은 꽤나 큰 주택이었기에 같이 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나도 어린 유학생 같은 20대이었기에 그냥 마냥 모든 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때 그 어른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집에 그냥 지내게 하는 거 아니라고 나중에 이용당하고 호구된다고. 그땐 그 말을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금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난 이 친구에게 다행히 호구도 아니었고 지금은 각자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울 가족이 한국을 가면 그때 재미있었던 유학시절을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얘기해 주며 또 고마워하는 좋은 인연으로 주욱 이어가고 있다. 추억거리 하나가 삶을 한층 더 아름답게 하구나 생각하며 지금은 그때의 서로 순수했던 마음들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그 흐르는 세월과 함께 마음이 다져지고 단단해지기도 했지만 내가 아닌 상대방들도 더 이상 10대 20대와는 달리 달라졌기에 나도 어느 정도 현명하게 멋지게 지혜롭게  방어를 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까딱하면 예전에 그 어른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베풀고 순수하게 대한다고 해도 그 부분이 도리어 약점이 되어 호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살면서 호구가 되지도 않고 남에게 쉽게 보이지도 않으며 또 상대방이 나에게 아닌듯하게 상처를 주고 디스를 하는 말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what?

What did you say?

What does that mean?"

이건 우리 딸이 어디선가 배웠다며 나에게 가르쳐 준 말이다. 누구든 당황하면 빨리 뭐라고 할지 생각지 못하고 어물어물 거리며 괜히 없어 보이는 변명을 할 수도 있으니 이 한마디만 생각하자.

"What?"

즉, 뭐라고요? 지금 그게 무슨 의미이예요? 하고 되물어보는 것이다. 그럼 상대방은 할 말이 없어지고 그 말을 다시 설명하고 반복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는 앞으로 말을 할 때 조심해 달라는 경고가 될 수 있다.


2. 어정쩡한 웃음으로 대처하지 말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몰라 웃을 수도 화낼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손간조차 너무 정색을 하고 화낸다면 상대방과 나 사이에 흐를 어색한 기류? 가 싫어서 어정쩡하게 웃어 버린다. 그러면 상대는 '아, 이 사람은 이렇게 대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교묘하게 나를 힘들게 할 것이다.


3. 그냥 공식적인 자리에서 얘기하자

그냥 재미로 아니면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 마냥 나를 안주거리 삼아 디스하고 거의 표시 나지 않게 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찜찜하게 말을 툭툭 던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게 나한테만 그러든 아니면 상대를 바꿔서 하든 그 말을 듣고 이건 아니다 싶다면 한 마디만 해 주자.

정색을 하고 화를 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은 조금 도를 넘은 거 같은데요?"

"농담으로 하셨겠지만 조금 듣기가 거북하네요!^^"


4. 아니면 다 자신 없으면 다 때려치우고 그냥 빤히 쳐다보기라도 하자.  

미묘한 공격말에 괜한 애매한 말로 반박을 하면 나만 민감하고 별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 자신을 위해서 적어보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지만

내가 가장 안 되는 부분이며

내가 가장 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가지 중 그나마 할 수 있는 한 가지라도 기억해서 이제 내 감정이 상처받지 않게 스스로 보호하고 아껴주어야겠다.

그리고 이 척박하고 복잡한 삶들을 버티는 하루하루 삶들 속에서 나도 모르게 교묘한 말로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도 되돌아보아야겠다. 내가 보기엔 쌍방과실인 경우에도 자신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상대방을 미묘하게 공격하거나
상처를 주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은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냥 상대방을 가련하게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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