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단짝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단짝 한 명만 있으면 딱히 다른 친구들의 필요성도 못 느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의 기억을 해 보면, 지금도 기억나는 단 한 친구와의 이름들만이 각각 남아있을 뿐이다.
그때의 나의 세계는 그 친구와 모든 걸 공유했고 함께 했으며 주위의 다른 친구들은 우리둘을 중심으로 모였다 사라지듯 없어졌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차라리 남들이 다 우리 사이를 부러워하겠구나 생각했다. 아마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뭔가 둘 사이는 뚫을 수 없고 깨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울 사이를 부러워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가까워지고 싶어도 괜한 이질감을 느꼈을 수도있을 것이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사람들과 이렇게 좁고 깊은 관계만을 유지하면 결국 딱히 나에게 남아있는 사람들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인간의 감정이란 건 한없이 약하고 약하기에, 그 관계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
나의 초등학교 베스트 프렌드는 아마 중학교를 각각 다른 학교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 같고,나의 중학교 때 친구는 지금도 또렷이기억이난다. 항상 그 친구와는 함께 했고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늘 같이 갔었다. 하루는 내가 일찍 나와서 화장실 앞에서 친구가 나오기를 기다렸었다. 그런 상황은 수없이 많았을 건데 하필 그날은 친구가 화장실에서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나는 급하게 챙겨야 할 것도 있었고 친구한테 먼저 교실에 가 있는다는 말을 하고 교실로 돌아갔었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온 그 친구의 표정이 왠지 너무나 차가웠다. 그 뒤로 내가 하는 말을 피하는 듯, 다른 친구와 일부러 더 가까워지려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우리 사이는 너무나 허무하게 깨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내가 하는 말을 듣지 못했고 나 먼저 교실로 간 거에 삐졌었던 것이다. 단지 그 이유로 2년 넘게 베스트 프렌드였던 친구는 없어졌다.
그다음 고등학교 베스트 프렌드는 지금도 연락은 종종 하지만 캐나다로 유학을 가면서 자연스레 멀어졌고 대학교 때 베스트 프랜드는 대학 4년 말, 내가 취업을 먼저 하면서 뭔가 모를 쌀쌀함과 어색함이 느껴지면서 멀어졌다. 대학 2학년 때 일본 교환 장학생을 둘이 신청하면서 한 명이 떨어지면 둘 다 포기하자고 까지 했던 둘도 없는 단짝 의리파이었건만.
그리고 사회생활을 할 때는 직장동료와 교회 친구들이 두루두루 내 삶을 차지했었고 그때는 단짝친구를 두는 대신 연애를 했었다. 그리고결혼을 하고 나서 만난 단짝 친구도 20년을 가까이했건만 허무하게 멀어져 버렸다.
깊고 좁은 친구와 인간관계.
난 그게 맞고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인 두세 명의 친구만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난 세상에 내 단짝 한 명만 있으면 무엇을 주던지 아깝지 않았고 그리고 절대 외롭지 않았다. 세상 그 무슨 비밀도 고민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이 관계들도 지금은 언제 있었냐는 듯 물거품처럼 다 사라졌다.
내가 정말 나와잘 맞는 친구들과 인연들을 못 만나봐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건 나 자신을 포함해서 너무나도 약한 존재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라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인정을 못 하겠지만 안 보이는 관계 속 어딘가에 어느 정도 기브와 테이크가 존재를 하고 있다.
세상에 내 편 두 세명만 있음 성공한 삶이라는 걸
난 잘못 이해를 했었다.
그 말이 세상 두 세명만 사귀라는 말이 아니다.
얕고 넓게
요즘은 인간관계를 이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러고 나니 서로에 대한 기대로 실망할 일도 없고 실망을 안 하니 마음을 서로 다칠 일도 섭섭할 일도 없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단짝이 없으니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자연스레 더 편하게 다가온 다는 것도 깨달았다.
단짝이 있으면 우리 둘의 사이를 괜히 방해할까 봐 정말 나랑 맞고 나랑 친해지고 싶어 했던 사람들조차 가까이 더 다가오지 못하는 상황들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베스트 프렌드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 이어야 한다.
난 이걸 정말 이 나이나 되어서야 깨달았다.
이제는 나의 일상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직장, 친구, 가족들, 교회 등 주변에 수많은 모임들과 관계 속에서 긍정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서로 나누고 대화하고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게 남았으니 이제 남의 눈치와 생각을 살피기 전에 나 자신을 돌보아야겠다.
세상에 눈치를 볼 사람은 딱 두 사람뿐이다. 한 명은 15살의 나 자신이고 다른 한 명은 65살의 나 자신이다. 이제는 15살에 내가 꿈꾸었던 삶을 잘 살았는지 내가 65살이 되는 날 미소 지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