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예의 바른 사람들, 영국인…그러나 진정한 Sorry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인사말

by ziniO

예의 바른 사람들 영국인…

그러나 진정한 Sorry는?


대체적으로 영국인들은 확실히 예의 바르다.

일본에서 유학을 했던 나는 영국에 살면서 영국인이 일본인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같은 섬나라라서 그럴까.

일본 유학을 하면서 느꼈던 일본인들 특유의 친절 속에 진정한 친구가 되기에는 참 먼 기분이 드는 설명할 수 없는 해석까지 닮았다. 뭔가 오늘 만나서 70까지 친해졌는데 내일 만나면 다시 관계를 0부터 시작해야 하는 기분. 그 이유는 영국인 특유의 친절함에서 오는 매너를 친분이 쌓였다고 착각했던 걸까.

대학 졸업 논문으로도 다루었던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의 모습처럼.


그래도 난 예의 바른 사람들이 좋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친구가 될 수는 없으니, 나를 잠시 스쳐 지나쳐 가는 사람에게도 미소와 친절함을 베푼다면 그 어떤 사람은 또 나로 인해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영국인들이 그렇다.


하지만 가끔 그 "예의" 속에 거리감을 느낄 때도 많다.

영국인들은 sorry를 참 많이 한다.

조금만 나를 지나쳐 먼저 갈 때도 "sorry"

옆에 지나가도 "sorry"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이해 못 했을 때도 "sorry"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뒷사람이 올 때까지 열고 기다려 줄 때도. " sorry" 아주 광범위하게 항상 쓴다.

서로 지나칠 때에도 먼저 지나가야 할 때도 "Excuse me" 대신 sorry를 많이 사용한다.

누구한테 말을 걸 때도 Excuse me보다는 sorry를 많이 쓴다. 이때 sorry는 정말 미안한 건 아닌데 매너로 많이 쓰는 것 같고 Excuse me를 쓸 때면 sorry보다 왠지 매너가 덜 느껴진다. 물론 Excuse me도 sorry도 말할 때의 톤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Sorry를 말할 때도 빈정대는 톤으로 말한다면 거기에서 느껴지는 예의는 물론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문에 들어갈 때 뒷사람을 위해서 거의 99프로는 문을 잡고 항상 기다려 준다. 이건 배워야 할 정말 아주 좋은 배려의 문화인 거 같다. 그리고 뒤 따라가는 사람은 들어가면서 고맙다는 의미로 Thank you 또는 Sorry라는 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인사일 뿐 진정한 미안함의 sorry와는 다른 의미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내가 어느 매장이나 회사에 소속되어서 일을 하고 있을 경우, 내가 그 회사에 속해 있다는 주인의식을 가진다는 생각이 영국인보다는 확실히 강하다. 그래서 고객이 서비스에 불만을 가지거나 그 회사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우선 그 매장이나 회사를 대표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먼저 한다. 물론 그 직원의 직접적인 실수가 아닌 경우도 그렇다. 왠지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 대한 책임감과 소속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고 할까.


하지만 내가 살아 본 바 영국에서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영국인에게 진정한 sorry를 듣는 건 정말 어렵다.


고객이 컴플레인을 할 경우 내가 직접 한 일이 아니면 절대 sorry를 하지 않는다.

진정한 Sorry를 듣고 싶은데 그 대신

" It’s not my fault"라고만 한다.

가끔은 내 잘못은 아니자만 유감이다 정도의 sorry는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sorry에서 진정한 미안함은 절대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 현지 친구 말로는

"난 일한 만큼 그 매장과 회사를 위해 대가를 지불받을 뿐 그 회사의 실수나 회사에 속한 다른 직원 대신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라고 한다. 회사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 이런 경우 누구의 잘못이고 누구가 책임질 것인가 정말 의아하게 느껴진다.

앞에서 다룬 글 중 -아고스에서 가구를 산 에피소드-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https://brunch.co.kr/@27ac4e326e2c468/21




그리고 그 친구는 "sorry를 말하는 순간 모든 부분은 나의 책임이 될 수도 있으므로 정말 함부로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 고 했다.

부분은 사명감과 소속감, 그리고 사회적 협동 등을 중요시하는 한국과는 달리 철저한 개인주의를 많이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물론 양쪽 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고 어느 쪽이 맞다고는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단지 영국인에게서의 Sorry는
가장 흔한 Sorry임과 동시에
가장 듣기 힘든 Sorry임에는 틀림없다.



한국에서는 자기 자신의 직접적인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불만을 얘기하면 그 회사를 대표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한다.

분명히 영혼이 없는 말임을 우린 다 안다.

그래도 들으면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린다.

아니다. 그 영혼이 없는 말 조차 영국에서 듣는 영혼 없는 sorry와는 또 뭔가 다르다.


한 번은 이마트에서 물건을 샀는데 정말 상자 속 물건에 하자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솔직히 그 물건을 만든 자가 잘못이 있지 판매한 자가 딱히 잘못이 없거늘... 진정으로 사과하고 본인이 나서서 여기저기 뛰어다니시면서 해결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았던 적이 있다.

적어도 한국은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큰 것일까. 오지랖이 큰 것일까.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너무 고맙다. 그때는 그 회사에 대한 불평도 불만도

말끔히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영국인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 ''이 느껴진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아주 쉽게 듣는 말이다.


영국에서 전화기에 문의가 있어서 고객센터에 전화했는데

" Dear customer, we love you"

정말 상상할 수 없다...

정말 오글거린다.



난 영혼 없는 사랑과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표현해 주는 게 기분 좋다.
귀가 즐거우면 마음도 덩달아 풀리는 거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