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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은 왜 우산을 쓰지 않을까/사고의 차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우산을 잘 쓰지 않는 이유

by ziniO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



비가 오는 등굣길.

오늘도 큰 아이랑 차 안에서 실랑이를 한다.


다름이 아니라 아침부터 비가 꽤 많이 오는데 우산을 챙겨 가져 가라고 해도 됐다고 기겁을 한다.


작은 딸은 접이식 우산을 알아서 챙기건만...

이렇게 바깥엔 비가..

영국인들은 비가 온다고 특별히 우산을 챙기거나 하지 않는다.


비가 자주 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모자 달린 옷을 입고 다니다가 비 오면 써 버리면 끝..


사진 속도 엄마와 아이 같은데 한참 전부터 비가 오는데 그냥 아이도 엄마도 모자를 쓰고 다닌다.


20년이나 영국에 살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익숙해졌지만 유심히 주변을 보니 정말 우산 쓴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이 사진 속 아이도 혼자 비 맞고 등교하고 있다..


비가 꽤 많이 내리건만.. 쯧. 차 안에서 보니 아침부터 다 젖어 어째. 안타까움이.



한 분 발견.. 그나마 아줌마들은 종종 쓰신다. 나도 아줌마!^^




하지만 젊은 연령층이나 특히 남자들..


정말 우산을 쓰지 않는다.


결혼하고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가 생각난다.

비가 와서 가방 속에 있던 우산을 펴서 남편이랑 같이 쓰고 가려는데.


굳이 사양을 한다.

둘이 쓰면 내가 다 젖을 거라고..

그렇지만 그때도 진심? 어린 배려라기보다는 왠지 우산 쓰는 걸 피하는 듯 보였는데.. ㅎㅎㅎ


어쨌든 남편도 우산을 절대로 안 쓴다.


근데 웃긴 건..


몇 년간 한국에 온 가족이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아이들도 남편도 우산을 잘만 챙기고 다녔다는 것..ㅎㅎ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ㅋㅋㅋ"


그 나라에 가면 정말 그 나라의 문화나 습관? 은 참으로 잘 익숙해지고 따라 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 맞다.



그래도 난 혹여나 머리카락 빠질까 봐 꿋꿋하게 우산을 쓰고 다닌다.


그럼..


왜 영국인들..

특히 영국 남자들은 우산을 쓰지 않는 걸까?


나름 아들한테도 물어보고.. 결론을 내린 결과.


1. 영국 남자들은 우산을 쓰는 걸 자존심 상해한다고 한다. 왠지 약해 보이고 찌질이 같단다. 우산 쓰려고 하면 네 머리카락 솜 사탕 아니니 괜찮다고 친구들이 말한다고.

(아들 말 ㅎ)



2. 그냥 귀찮아서. 비가 왔다가도 금방 그치고. 또 워낙 겨울철엔 비가 자주 오니 그냥 우산 펴고 접고 하느니 그냥 맞는 게 낫다? 고 한다.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고 신경 쓰는 것도 싫고 우산 잃어버리기도 싫단다.



3. 비가 오던 안 오던 별 개이치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비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지니 뭐니 안 좋게 생각하는데 영국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비가 안 좋다고도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조금 피하던지 적당히 오면 맞아도 전혀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4. 영국 비는 솔직히 한국만큼 강하지가 않다.

왔다가도 금방 그치고 또 개었다가 또다시 조금 오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이다 보니 날씨도 비에 대해서도 거의 포기한다.

하루에 사계절이 왔다 갔다 하는 나라가 영국이다.




하굣길에 비가 오면 정말 가관이다.


남색 교복을 입은 수십 명의 중고등 학생들이 똑같이 무리를 지어 우르르 나오는데 다들 비를 그대로 맞고서도 정말로 신기한 게 뛰는 아이들 하나 없다. 교복 (blazer)에 모자도 안 달려있으니 비를 그대로 쫄딱 맞으면서도 남자아이들은 우산 하나 쓰는 아이 없고, 그나마 중고등학생 여자아이들 몇몇은 우산을 쓴다.

그 사진을 하나 남겼어야 했는데...ㅎㅎ



오늘도 아이를 강요할 수 없지만..

한국 엄마인 난 여전히 비 맞는 아들이 안타깝다.


"그럼 안에 체육복 후드티라도 입어~~~!!"



나도 아이에게 쇼핑백을 준 적도 있다. 차라리 이거로라도 비를 막으라고...



그러고 보니 지금은 나도 여기에 익숙해져서 웬만하면 귀찮아서 우산 펴는걸 잘 안 하게 되었는데 여기 사람은 정말 우산 쓰기 싫어하는 것 같다.

귀찮기도 하고 그래도 여자들은 비가 오면 꽤 쓰는데 특히 남자들은 정말 잘 쓰지를 않는다. 여기 와서 처음에 비가 조금만 내려 우산 꺼내 내 남편이랑 같이 쓰자고 그러면 창피하다며 혼자 피식 웃으며 도망가는 모습이 이제야 이해 간다.


특히 중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은 절대로 쓰지 않는다.

비가 와도 그대로 다 맞고 천천히 걸어가야지 뛰는 아이들도 없다. 사춘기 아들한테 물어보니 다 폼이란다. 그래서 사춘기인 우리 아들에게도 우산이란 건 자기 인생에 없는 물건이다.



어쨌든 영국이 한국보다 환경오염이 덜 된 건지

아님 그렇다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전혀 그런 쪽으로 관심이 없는 건지..

그것도 아님 항상 오는 비가 일상적이 되어버려서 인지..


영국 사람들은 진짜 우산 쓰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하루에 사계절이 왔다 갔다 하는 변덕쟁이 날씨와 함께 비가 내리고 또 그치는 것이 아주 자주 반복되다 보니 그냥 몸이 귀찮아 버려져서 그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우산을 펴는 행동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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