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내 새끼-칭찬은 지나쳐도 상관이 없다.

#영국에서 두 아이 키우기/ 올바른 칭찬은 어디까지?

by ziniO

보석 같은 내 새끼-칭찬은 지나쳐도 상관이 없다


앞의 글 -과도한 칭찬은 아이를 망친다- 라는 글에서 다루었듯 난 과도한 칭찬과 올바른 칭찬, 잘못된 지나친 칭찬 사이의 기준에 대한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되돌아보면 서양 부모들과 비교해서 아이들에게 칭찬을 남발하게 될까 봐 조심스러운 나머지 칭찬이 조금은 부족했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이 칭찬에 인색하라는 말은 아닌데 말이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아이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말 집에서 가정교육에 한계가 느껴져서 아니면 부로로써 도저히 아이가 왜 그러는지 문제점을 찾지 못해서 전문가를 찾게 되고 전문가와 함께 그 해답을 찾으며 교육 방식을 조금씩 바꾸며 해결점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거의 10년 동안 방송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그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정말 아이에 대한 사랑과 바른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매번 느꼈다. 방송에 나오는 아이는 정말 터무니없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무슨 일에든지 산만하고 침착하지 못하며 참을성이 없는 아이들도 있다. 아니면 자기 형제나 자매를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하는 아이들도 있다. 전문가가 나와서 문제점과 해결점을 제시하기 전에는 화면 속의 별난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아이가 저렇게 까지 행동을 하지? 나라도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전문가가 나와서 우리가 보지 못하고 놓친 아이의 아주 작은 행동들을 집어 주면서 아이의 눈과 마음에서 보며 그 문제점을 제시해 줄 때는 또 다른 시각과 이해로 아이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조금만 다른 식으로 아이를 대하고 이해하다 보면 정말 몇 주 아님 며칠 만에 집안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지옥 같은 가족 분위기에서 웃음꽃이 피고 행복한 가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말 우리 아이가 바뀐다.

항상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아이에 대한 솔루션은 칭찬과 사랑이었다. 특히 칭찬은 아이를 변화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아이들을 키우면서 칭찬에 인색하다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유치원 때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추어 학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달려 나온다. 그리고 손에는 그날 그린 그림 한 두장씩 들려져 있다. 그리고 눈 코 입이 어디에 달려있는지도 헷갈리는 엉망인 그 그림을 들고 와서 나에게 보여주면 속으로는 '음… 엉망이지만 애기니까… ' 생각하면서 나름 진심으로 멋진 엄마의 언어?로 칭찬해 주었다.


“우와, 멋진데? 정말 잘했어”,


그런데 그때 옆에 있는 영국 현지 엄마들의 칭찬 소리가 들린다.

“ oh~~ my sweeatheart, lovely, you are the best, smart boy, fantastic!”

등등.

내가 알고 있는 칭찬의 표현들을 아마 다 쏟아 놓았을 거다. 그것도 입만 아니라 손짓을 다 해 가면서.

그림만 딱 보면 사람인지 귀신인지 선인지 점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 아이보다 훨씬 못 했건만.

뭐, 나의 품위 있는 한국어 표현? 과 달리 큰 제스처까지 하는 영어 표현의 차이겠지 뭐, 나름 위안과 변명을 하면서 뒤돌아 서는데 뭔가 울 아이한테 한 제스처와 칭찬이 옆에 있는 영국 엄마의 제스처와 칭찬 말보다는 뭔가 약했다는 기분에 괜히 찜찜하기만 하다.


그렇게 시간이 가다 보니 그 찜찜함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얼마 전 아이가 자라서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렀다. GCSE 시험이라고, 영국에서는 꽤 중요한 시험으로 대학을 갈 때도 직업을 구할 때도 따라다닐 정도이다. 감사하게도 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줬던 아이들이라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받았었다. 내 기대감이 컸던지 당연하다 생각했었던지 난 적당한 칭찬을 했던 것 같은데 아이는 서운했던지.

하루는 아이가 학교를 다녀와서 이런 말을 한다.

자기 반에 어떤 아이는 B 네 과목을 받고, A 두 과목, 그리고 나머지 두 과목은 C를 받았는데 너무 잘했고 수고했다고 집에서 파티를 열어줬다고 한다. (참고로 B는 거의 평균, C는 그 시험을 통과 한 정도이다)


속으로 난,

'뭐야, 그래도 최소 거의 다 A는 다 받아야 축하파티를 열지 않나.. 음…'


한국 부모들과 영국 부모들의 칭찬의 기준은 다르다.


한국 부모들의 칭찬의 기준은 내 아이가 남보다 잘했다는 것이다.

보통 남보다 훨씬 잘해야 정말 잘한 거다. 남들이 다 맞아오는 평균점수는 딱히 대박이라며 유난을 떨며 칭찬을 하기엔 뭔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나름 아이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떨어뜨리기는 싫고 칭찬이 아이들한테 좋다고 알고 있는 그나마 의식 있는 부모 정도가 되면 적당한 칭찬 말을 한다. “ 오~ 수고했어!” 하지만 맘 속 한 가득 ‘좀 더 잘하지’란 말을 내뱉기 직전일 것이다.


그런데 서양 부모들은 다르다.


남들을 이겨야지, 꼭 A라는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아이가 노력했고, 수고했고, 통과를 했고, 또 그 결실을 이루었다는 것에만 포커스를 둔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나 남들의 자식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아이만 보고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


과정보다 결과, 무조건 남들과 이겨야 하고 무조건 남들보다 잘해야만 칭찬을 하게 되는 아시아 부모님들과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기준을 두고 보면 확실히 한국 부모(여기서는 아시아 부모라고 해 두겠다) 들은 그 기준이 다르고 칭찬에도 인색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나마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 준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울 아이가 얼마 전 나의 이 생각을 확 깨뜨려 주었다.

며칠 전 아이가 물리 시험 점수를 받아왔다. 좋아하는 과목이라 열심히 공부도 했지만 물리 과목은 특히 학교에서 그럭저럭 했던 터라 뭐 이번에도 잘했겠지 생각을 당연히 했나 보다.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를 픽업하고 운전해서 집으로 오는데 오늘 물리 점수가 나왔다고 한다. 몇 점이냐고 물으니 85점을 받았다고 했다. 난 딱히 뭐라 할지 몰라서

음…아… 그랬구나..” 하고 관심이 없는 듯 있는 듯 대답을 하니 아이가 다시 말을 한다.

“ 엄마, 이번 물리 평균이 60점이고 나 뒤에 2등을 한 친구가 75점을 받아서 85점을 받은 나는 1등을 한 거야”

그제야, 나의 칭찬이 마구마구 입에서 나온다.

“우와, 그랬구나. 1등이라고? 정말 잘했네. 평균이 60점?? 오~~!”

그러자 아이는 피식 웃으면서 씁쓸하게 한마디 한다.

“역시, 울 엄마도 Typical 한 아시안 엄마? 야...”


여기서 -전형적인? 아시안 엄마- 라는 표현은 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전 세계에 있는 아시안계 아이들이 소통하는 그룹 중 인터넷에서 꽤 인기가 있는 그룹이 있다. 그 그룹명이기도 하다.

거기에서 나오는 아시안 엄마들은 대부분 이민 1세이고 아이들은 외국에서 태어난 2세의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표현하고 행동하게 되는 말과 모습들을 외국에서 태어난 아시안계 아이들의 관점과 시각에서 보며 이해할 수 없는 엄마들의 잔소리와 에피소드들을 적은 글들이었다.

웃긴 것도 많고 공감이 가는 엄마들의 행동들도 많았다.

내가 보기엔 아주 보통 엄마들이 아이들한테 하는 행동과 표현들인데 영국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또 나와는 다른 것 같았다.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사고와 문화를 배우고 집에서는 또 아시아의 문화를 보고 배운 터라 거기 올라오는 글들을 가끔씩 읽게 되면

“역시 울 집이랑 비슷해. 아시안 부모님이야”

하면서 많이 웃고 재미나게 공감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이제 시험 점수를 말하기 전에 아예 반 평균과 등수부터 말해 준다.


과정보다 결과부터 궁금해하는 나.

아이의 노력과 수고보다 다른 친구들의 결과도 궁금한 나.


나도 어쩔 수 없는 아시안 엄마? 인 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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