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친구가 레즈비언이래

#영국에서 두 아이 키우기/성 정체성을 어떻게 설명할까

by ziniO

학교에 왜 이렇게 게이랑 레즈비언들이 많은 거지?



어제 학교에서 다녀온 딸아이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엄마,
친구 로렌이 자신이 레즈비언이래.

로렌은 딸아이의 베스트 프렌드이다. 얼마 전부터 조금 이상한 건 느꼈지만 묻지 않았는데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예전 남자 친구랑도 헤어지고 얼마 전 이제야 자기 identify를 찾았다고. 자기는 레즈비언이래.

하지만 우리의 우정은 변치 않을 거라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로렌을 대하는 게 괜히 불편해지는 게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이상한 거야?"


음...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본다. 솔직히 그때에도 분명히 여자아이지만 남자처럼 꾸미고 다니던 아이도 있었고 여중이었는데도 아이돌처럼 여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던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나도 친구들도 게이나 레즈비언이라는 문제로 부모님과 고민을 털어놓거나 했던 기억은 없다. 아니 성 정체성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도 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영국에는 확실히 이러한 아이들이 꽤 많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별 것 아니게 얘기한다. 얘는 게이고 얘는 어떻고. 그런데 별로 큰 신경은 안 쓴다.


사춘기 시절 너무 게임이나 코딩에만 관심이 있고 친구도 남자 친구만 득실 했던 아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 번 물은 적이 있었다.


"ㅇㅇ아. 이쁜 여자 친구를 보면 이쁘다는 생각은 들고 관심은 생기지?"

아들은 그냥 웃으면서 "당연하지." 그 말을 듣고 뒤돌아서서 "휴.. 다행이다" 했던 적이 있다.


워낙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다가 보니 설마 내 아이가? 하는 생각도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냥 정상이구나 하는 소심한 확신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는 나 자신을 보며 생각이 든다.

한국 부모들은 이런 얘기들로 고민하지 않는 것 같은데 여기서는 아이를 키우면 내 딸이 내 아들이 게이가 아닌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게 된다는 어느 엄마의 얘기가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도 그 짓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성 정체성 혼란이 근래에 많이 생긴 거야? 아님 서양 국가에만 많은 거야?
아님 예전에도 있었는데 자신도 잘 모르고 주변에서도 관심도 없어서 그만큼 드러나지 않았던 거야?



난 세 번째 같다.

예전에도 지금도 다 똑같은데 시대가 변해오면서 더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성소수자들이 많은 걸까.

그건 아무래도 동양국가보다는 남의 눈치를 보거나 하는 부분도 적고 자신을 드러내고 솔직한 부분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아무래도 동양국가에서는 생물학적 성별과 다르게 산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제재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서양에서는 그 나라의 문화나 인식, 그리고 편견과 표현의 자유가 너무나도 존중되는 부분에서 오는 걸까.

하지만 동양처럼 조금만 더 타이트해도 좋지 않을까. 주변에 보면 양성애자도 꽤 많다. 어쩌면 그걸 생각도 안 하면 본인도 딱히 잘 모른 채 차라리 평생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뭔가 다른 애들과 다르면 쿨 해 보이는 사춘기 시절 인식에서 너무 섣불리 아이들 스스로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정착이 일찍 형성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혼자 수많은 질문들을 해 본다.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데 자신이 게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님과 얘기를 한 뒤 부모님도 그 의견을 존중을 해 주고 머리 모양이나 옷 등.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준다는 말을 들었다. 글쎄. 성소수자를 불평등하게 대하는 건 나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자라서 모든 결정에 책임을 질 나이가 되기 전에는 그래도 부모로서 좀 더 여러 가지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노력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앞 글에서 얘기했듯 비유를 하자면, 어릴 때의 무조건의 존중이 다 좋지 만은 않다.

어릴 적 당근이 싫다면 다른 식으로 요리를 해서 아이가 좋아하도록 할 수도 있는데 너무나도 그 의견을 어린아이 때부터 존중해 준 나머지 평생 본인이 당근을 못 먹는 성인으로 알고 자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 정체성에 대한 존중은 어디까지일까.

참 어렵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과한 존중은 부모로서 조금은 조심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돌아보면 사춘기 시절 내가 맞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어리석은 일들이 몇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그 나이가 그렇게 어렸었다. 사춘기라는 자체가 정체성 혼란의 시기이며 성장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변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넌 너무 어려. 다시 생각해 봐"라고만 하고 무시하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딸아이의 질문에 이렇게 밖에 말할 수가 없다.


네 나이가 그런 나이일 거야.
무한 발전할 수 있고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실수해도 괜찮은 나이야.
조금 신경 쓰이는 것도 이상한 거 아니야.
그냥 로렌과 지금까지처럼 재미나게
친하게 지내면 될 것 같아.
그러다가 고민이 생기면
그때 또 생각하면 되지 뭐.






성 정체성은 2~3살의 발달 과정에서 ‘나는 어떤 성’인지 인식하는 심리적 성 정체성이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바뀌기도 한다.

즉, 유아 시기에 얻은 정체성은 이후 청소년기에 인식하는 정체성과 다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출처:나무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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