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책, 연극)- 아서밀러
세일즈맨의 죽음(책, 연극)- 아서밀러
'세일즈맨의 죽음'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설자리를 잃어버린 한 남자의 외로운 삶과 어릴 적 최고의 우상이었던 아버지의 잘못된 부성애와 그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아들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담아내어 우리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의 아빠, 한국의 아버지, 전 세계의 쓸쓸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면서 너무나도 현실적인 가족의 이야기이다.
세일즈맨인 젊은 날의 윌리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든든한 두 아들, 남편을 존경하는 아내 린다와 행복한 날을 보낸다. 특히, 촉망받는 풋볼 선수인 첫째 아들 비프는 윌리의 자랑이다.
그러나 운동으로 대학 합격은 당연할 거라 생각했던 비프는 졸업 전 수학 시험에서 낙제를 하게 된다. 이러다 졸업을 못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급한 마음에 출장 간 아버지를 찾아갔다가 아버지의 외도를 알게 되고, 그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
그 이후로 부자관계는 회복될 수 없었고, 직장도 꿈도 없는 비프는 어릴 적 농구공을 훔쳤을 때마저 자신을 두둔했던 아버지 때문이었는지 도벽도 고쳐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은 윌리는 회사에서 해고되고,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설자리는 없다. 그는 이제 가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자살로 가족들에게 보험금을 물려주는 것...
평소 존경하고 사랑했던 아버지여서 실망의 크기가 더 컸을까? 완벽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비프는 왜 자신의 모든 것을 놓아버렸을까? 그렇게 자신감에 찼었던 비프는 왜 자신감을 다 잃어버리고 말았을까? 아버지의 허황된 꿈이 자신의 허황된 인생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
우리 모두의 아버지는 또는 어머니는 완벽하지 않다. 그냥 한 사람, 한 인간이지만 자식들 앞에서는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고, 완벽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인 한 사람인 것이다.
자식들 또한 그렇게 완벽한 부모를 기대하고 나의 부모가 최고이기를 기대하지만,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부족함을 목격하게 되고, 실망하게 되고, 반항하게 되고, 방황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어쩜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는 그냥 한 인간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한 사람'은 모두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들의 그 '한 사람'은 가족에게 유일한 남편, 유일한 아빠로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고,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아내 린다는 말한다.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라고 하지 않겠다. 윌리 로번은 엄청나게 돈을 번 적도 없어. 신문에 이름이 실린 적도 없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인품을 가진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이는 한 인간이야, 그리고 무언가 무서운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어. 그러니 관심을 기울여 주어야 해. 늙은 개처럼 무덤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돼. 이런 사람에게도 관심이, 관심이 필요하다고. 너는 아버지를 미쳤다고 하지만....
... 그이는 지친 거야'
아들 비프는 말한다.
'고난을 겪는 훌륭한 왕이죠, 열심히 일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왕이요. 멋지고 믿음직한 아버지였어요, 항상 자식들만 생각하고..'
하지만 윌리는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자살을 결심한다. 그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마지막 선택, 존중해 주어야 하지만, 남은 자들의 슬픔은 생각하지 못한, 그것이 윌리의 마지막 실수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것이다. 윌리는 마지막까지도 돈이 최고라는 허황된 꿈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고 사랑이다.
가족을 너무나도 사랑한 윌리이기에 그를 이해하지만, 그는 그를 사랑한 가족들의 마음은 몰랐던 것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가족들을 위한 것임을..
아빠가 보고 싶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야 듣지 못하는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외쳤었다. 아니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빠는 반드시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함께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부모님에게 말해야 한다. 지금..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