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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Sep 25. 2023

제8장. 낙서로 빌런

학교에서 만난 빌런들


- 낙서: 공공장소의 벽이나 기타 표면에 낙서하거나 긁거나 불법적으로 쓰는 글이나 그림.     


권군의 낙서     


“선생님! 여기 책상에 이상한 말 쓰여 있어요!”     


오선생님은 3조 자리로 가까이 다가가 책상을 확인합니다. 책상 한쪽 위에는 ‘한남’, ‘페미’에 관한 비속어가 섞인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적혀있습니다. 마지막엔 ‘김OO 씀’이라고 누군가가 고의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남의 이름까지 도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는 특별실이라 여러 학년, 여러 반 학생들이 이 교실을 사용합니다. 어제는 1학년, 3학년 국어 시간에 사용되었지요. 오선생님은 이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의 명단을 살펴봅니다. 3조 칠판을 바라보는 왼쪽 자리에 앉아있고, 이런 말을 쓸만한 녀석이 누굴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딱, 감이 옵니다. 수업 시간 내내 조용히 졸고 있던 것 같았던 한 학생, 다음날 오선생님은 3학년 8반 권군을 조용히 부릅니다.      


“권군아, 선생님이 3조 네 자리에 쓰여 있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놓았는데 말이야. 혹시 네가 쓴 거니?”     

권군은 순순히 자신이 쓴 것이라며 죄송하다고 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그랬어요.”

“그럼 왜 네 이름 안 쓰고 대신 김군 이름을 썼어요? 정말 이상하구나.”     


권군은 김군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오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권군이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말했습니다.      


첫째낙서의 내용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여 남자와 여자에 대한 경멸을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둘째책상은 학교 소유입니다. 즉, 귀하의 사유 재산이 아닙니다. 낙서 대신 일기장 등을 통해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셋째당신은 친구의 이름을 도용하여 나쁜 짓을 했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낙서의 용의자가 당신이 아니라 김군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신의 양심은 괜찮을 것으로 생각합니까?

마지막으로여러 학생이 사용하는 학교 물건에 낙서하면서 수업 시간에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셨어요1학년들은 자기 학교의 선배님들인 3학년 학생들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고 자신보다 두 살 많은 3학년을 존경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권군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무작정 책상에 나쁜 말을 쓰는 나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권군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뉘우치고 자신이 한 낙서를 완전히 지웠습니다. 그리고 오선생님에게 죄송하다는 의미로 그 특별교실 다른 책상들에 있는 낙서까지 다 지워버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수업에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청소 날     


오늘은 대청소 날입니다. 학생들은 구역을 나눠 각자 맡은 청소를 합니다. 3학년 1반 담임 오선생님도 고무장갑을 끼고 매직 블록으로 교실 벽을 청소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김군은 교실 뒷문 바로 옆에 걸려 있는 거울과 그 주변 청소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김군은 웬일인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아, 선생님! 여기 틴트 자국은 안 지워져요. 지우개로 지워도 안 돼요. 걸레로 닦아도요!”     


오선생님이 자세히 살펴보니 거울 주변 벽에 온통 분홍빛 붉은빛으로 물들어있습니다. 여학생들이 틴트를 바를 때 손에 묻은 틴트를 휴지로 닦지 않고, 그냥 벽에 그은 것입니다. 화장하지 않는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거울 주변에 화장하는 여학생들이 묻혀놓은 그 붉은 색이 너무 지저분하고 싫다고 합니다. 화장은 자유지만 교실 벽에 립스틱 크레파스라니요! 게다가 이건 잘 지워지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누가 했는지 이 사실을 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선생님은 학급 회의에서 이 립스틱 문제를 주제로 논의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다음날 학급 회의에서 김군은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메이크업은 본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따른 책임은 져야 하지 않나요? 교실 벽에 립스틱 크레용! 게다가 쉽게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정말 부도덕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군도 김군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음, 저도 김군의 말에 동의합니다. 내 얼굴을 예쁘게 만드는 것만큼 주변을 예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적어도 자기 얼굴을 아름답게 가꾸면서 공공장소를 얼룩으로 망치지는 말아야 합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한 몇몇 여학생은 화장하지 않은 학생들이 자기 얼굴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 같아 매우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차양은 입술에 틴트를 살짝 바르고 거울 옆 벽에 틴트를 살짝 바른 적도 있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차양은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틴트 얼룩이 조금 묻은 손가락을 벽에 대었습니다. 거울 주변의 모든 얼룩이나 흔적을 차양이 남긴 것은 아닙니다. 차양은 자기 친구 중 몇몇이 자기처럼 묻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선생님은 회의에 개입해서 말했습니다.     

“알았어요, 여러분. 여기서는 화장하는 여학생을 비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교실 벽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모인 것이지요.”     

김군은 거울을 치워두자고 제안합니다.     

“교실 벽에 거울이 없으면 화장은 교실이 아닌 화장실에서 하게 돼요.”     

최양은 반대의견을 냅니다.     

“글쎄요, 우리는 대부분의 착한 학생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중 많은 학생이 가끔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외모를 확인할 수도 있고 얼굴에 뭔가가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차양은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습니다.     


“먼저 제가 거울 옆에 틴트 얼룩을 만든 일이 있어서 죄송합니다. 저의 경솔한 행동을 정말 후회합니다. 그래서 저는 벽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에 자원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팻말을 만들어 거울 위에 붙이면 어떨까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문구를 적어서요. 그리고 제가 거울 근처 벽의 상태도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요.”     


오 선생님은 차양이 용기 있게 고백도 하고 제안한 점이 멋지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먼저 자기 잘못을 고백하는 일이 참 어려울 수 있는데, 차양은 아주 용감하게 잘못을 인정했고, 좋은 해결책까지 제시했어요. 잘했다 차양아. 그리고 무엇보다 차양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벽을 깨끗하게 유지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다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거라 믿습니다. 그렇지, 얘들아?”     


인기 있는 남학생 강군     


중학교 1학년 강군은 조금 소심하지만 귀여운 남학생입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자유학기 수업 시간입니다.      


- 자유학기제: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는 2013년 처음 시범적으로 시행됐으며 1~2학기로 구성됩니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학생들이 실험적이고 참여적인 학습을 통해 자기 능력을 더 잘 이해하고 열망을 탐색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자유 학기 동안 학교에서는 국가표준시험을 치르지 않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 참여도를 바탕으로 학생의 성과를 평가합니다. 시험 중심의 학습이 아닌 진로 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 및 스포츠 중심 활동, 더 공부하고 싶은 과목 등 다양한 학교 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자유학기 수업 시간에는 주제 선택, 예술 체육,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는데, 강군이 특히 좋아하는 수업은 영어 말하기 시간입니다. 자유학기 시간에는 수업에 따라 교실을 이동해야 합니다. 강군은 오늘도 영어 말하기 수업을 듣고 교실로 돌아왔지요. 자리에 앉아 집에 갈 준비를 하다가 책상을 보고 으악! 놀라고 말았습니다. 책상 위에 한가득 유성 매직으로 쓴 방명록이라니!      


‘자리 주인님, 저는 1학년 2반 학생입니다. 오늘 수업 참 즐거웠습니다. 잘 머물다 갑니다. ㅋㅋㅋ’     

‘안녕. 난 네가 누군지 알지. 너 멋져! 다음에 만나면 인사하자. -유OO-’     


짧은 인사말부터 친한 친구일 것 같은 친구의 쓸데없는 말까지 책상 가득 쓰여있습니다. 앗!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강군은 이 현장을 들키고 싶지 않아 얼른 팔을 뻗어 책상을 감싸 안습니다. 그리고 강군은 결심합니다.      


‘으!, 나도 이 빌런들에게 복수할 거야!’     


학기가 끝나고 학생들이 새 교실로 이사하게 되었을 때, 상태가 좋지 않은 책상을 물려받게 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연필로 낙서한 것은 지울 수 있어서 괜찮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 쓰게 되는 책상에서 커터로 새겨진 낙서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무 책상에는 칼로 만든 작은 틈이 몇 개 있으면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쓸 때 당연히 제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책상을 좋은 상태로 갖고 싶어 합니다. 동시에 모든 학생은 공공재산을 양호한 상태로 다음 사람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화장실 낙서     


최악의 낙서로 빌런장소는 단연코 화장실입니다. 당신을 학교 화장실로 초대한다면 당신은 화장실 세면대 벽에서부터 환영의 메시지를 볼 수 있답니다. 벽에는 다양한 이름들이 적혀있습니다. 익숙한 아이돌 멤버들의 이름부터 잘 모르는 연예인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 친구의 이니셜인지 모르는 다양한 이름들이 적혀있다지요. 연필로 쓴 것도 있고, 볼펜 자국도 있고, 매직, 네임펜으로 쓴 것도 있어요.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면 잘 알고 있죠? 그 유명한 ‘옆을 보시오. 뒤를 보시오. 다시 옆을 보시오. 아직도 보고 있다니 바보!’도 빼놓을 수 없지요. ‘빨간 휴지, 파란 휴지’가 여전히 벽에 적혀 있답니다. 도대체 이 낙서는 언제 쓴 것일까요? 분명 화장실 리모델링은 작년에 했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다행히 요즘은 깨끗한 화장실 캠페인 덕분에 화장실 벽 낙서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신기한 것은 낙서를 보면 왠지 나도 낙서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끔은 이미 쓰인 낙서에 반박하거나 동조하는 또 다른 낙서를 첨가하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자리의 주인이 있는 경우는 주인은 매우 화가 납니다. 욕설이나 누군가를 비하하는 낙서를 보면 기분도 나빠지고, 책상에 낙서가 되어 있는 경우는 책상을 쓰기가 참 불편해집니다. 손에 묻기도 하거든요.      


낙서로 자신의 흔적을 표현하기도 하고, 속에 있던 말을 내뱉으며 갈증을 해소하기도 하는데요. 잊지 마세요. 낙서는 낙서를 부르고, 낙서의 주인은 빌런이 됩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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