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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Sep 25. 2023

제9장.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진짜 빌런은

학교에서 만난 빌런들

- 장난:

1. 주로 어린아이들이 재미로 하는 짓. 또는 심심풀이 삼아 하는 짓.

2. 짓궂게 하는 못된 짓.

* 참고: 국어사전 참조     


장난이란 재미로 하는 짓궂은 행위로 한자로는 作亂(작란)이라 하며, 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낸 게 지금의 장난입니다.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두 불쾌하지 않은 선에서는 ‘장난’이지만, 장난하는 사람만 재미있다면 그건 더 이상 ‘장난’이 아니라 ‘괴롭힘’입니다. 자신에게 ‘장난’인 어떤 행위들은 타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혐오감, 증오, 짜증을 주는 ‘괴롭힘’ 혹은 ‘폭력’인 것이지요.     


장난으로 개미를 주스에 넣어     


허군은 평소 친한 양군에게 간식으로 나온 청포도 주스를 건넸습니다.


“나 안 먹어. 먹을래?”


아무런 의심 없이 양군은 청포도 주스가 담겨있는 을 받아 바로 한꺼번에 들이킵니다.허군이 미처 뭔가 중요한 것을 말하기도 전에.


“크. 마있, 어! 켁, 켁!”     


양군은 음료수를 마시다 말고 사레가 들리고 캑캑거리다 뭔가 이상한 것이 걸린 것을 느끼고 퉤 뱉어냅니다. 양군의 입에서 나온 것은 바로 까만색의 개미였습니다. 허군은 양군에게 장난을 치려고 음료수병에 미리 잡은 커다란 개미 한 마리를 넣어놓고 뚜껑을 다시 닫았습니다. 허군은 양군이 음료수를 마시기 전, 안을 보라고 말하려던 참이었지요. 절대로 양군이 아무 의심 없이 바로 들이켤 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양군은 너무 화가 났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허군은 반성문을 쓰고 양군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빌런은 다음날 나타났습니다. 허군의 어머니가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서 그런 일로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항의를 합니다. 양군이 실제 개미를 먹지도 않았는데, 자기 아들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마셨다고, 이상한 논리를 내세웁니다. 담임선생님은 그 말을 양군의 부모님에게 그대로 전달해도 되겠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나 허군의 어머니는 작은 일을 선생님이 크게 부풀린다며 화를 내며 전화를 끊습니다.      


똥침 미수가 더 큰 잘못일까, 놀란 귀싸대기가 더 큰 잘못일까     


신군은 강군의 뒤를 살금살금 쫓아갑니다. 허리를 낮추고 두 손을 모으고 강군의 엉덩이 한가운데를 조준합니다. 집게손가락 두 개와 엄지손가락 두 개를 포개어 완벽한 총을 만들었습니다. 자 이제 준비, 발사! 하려는 순간, 강군은 누군가 쫓아오는 듯한 이상한 느낌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봅니다. 강군은 똥침을 하려는 신군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손을 휙 젓습니다. 강군의 놀란 손길은 신군의 귀싸대기를 후려칩니다. 강군은 강하게 귀를 강타당하고, 귀가 먹먹해집니다. 손으로 귀를 만지고 손바닥을 보니 피! 피가 조금 흐르는 것 같습니다.      


신군과 강군은 평소 늘 서로서로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그러나 오늘 장난으로 일이 커졌습니다. 신군이 귀를 맞아 보건실에 갔고, 보건 선생님은 신군의 부모님께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고 전달합니다. 담임선생님은 두 녀석을 불러 상황을 들어봅니다. 요약하자면 신군이 강군에게 똥침을 놓으려다가 강군이 놀라 손으로 신군의 귀싸대기를 쳤고, 신군의 귀에서 약간의 피가 났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강군의 아버지는 신군이 잘못했지만, 자기 아들이 그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신군의 귀를 때리게 되어 미안하다며 치료비가 나오면 배상하겠다고 합니다. 신군의 어머니는 조금 다르게 반응합니다. 자기 아이가 똥침을 하지도 않았는데, 똥침을 하기도 전에 강군이 자기 아이를 때렸기 때문에 참을 수 없고, 학교폭력으로 접수하겠다고 합니다. 담임선생님이 아무리 상황을 설명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더니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학교폭력으로 접수 안 할 테니 담임선생님보고 강군이 자기 아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키라고 강요합니다. 물론, 담임선생님은 둘 다 서로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사건의 인과관계를 생각할 때, 과연 똥침 미수가 더 큰 잘못일까요, 아니면 놀란 귀싸대기가 더 큰 잘못일까요. 이 사건에서 진정한 빌런중에 빌런은 누구일까요.      


고의적 트림     


이군은 오늘 급식으로 나온 보쌈이 너무 맛있어서 많이도 먹었습니다. 상추쌈과 먹는 돼지고기 보쌈은 역시 일품입니다. 문제는 5교시 수업 시간에 트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이군은 평소에도 친구들 사이에서 힘을 과시하고, 약한 친구들에게 헤드락을 걸거나 욕설을 자주 합니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 이군은 이왕 트림하는 것, 옆에 앉아있는 서군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습니다.


“야, 서군아. 나좀 봐. 꺼억~!”     


이군의 트림과 함께 보쌈 냄새, 쌈장 냄새, 상추 냄새, 이군 특유의 입 냄새 총집합을 한 냄새가 서군의 코를 공격하고 교실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아! 쫌!’, ‘아, 극혐!’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나 이군은 트림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고, 장난치고 싶고, 친구들과 웃고 싶어서 한 일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로 트림 공격을 받은 서군은 5교시 내내 이군의 입 냄새가 코끝에서 맴돕니다. 괴로워합니다. 대부분 학생은 이군을 못된 빌런이라고 생각하지만 쉽게 나서지 못합니다.     

 

욕설, 패드립, 색드립     


윤군은 욕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입니다. 아무리 욕이 나쁘다고 교육을 받아도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욕을 버리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특히 욕을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꿀려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욕을 못 하면 상대방이 ‘찐따 새끼’라고 오히려 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윤군은 욕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윤군이 욕을 하면 어차피 상대방도 욕하기 때문에 큰 죄책감 없이 입에 붙어버린 욕을 할 수 있었지요.      


최근에 윤군은 약간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욕의 의미를 말씀해 주셨는데, 욕은 100% 배설물과 성에 관한 것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욕을 할 때마다 입에서 똥과 오줌, 온갖 더러운 것들이 나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전에는 그냥 생각 없이 가오-애들 앞에서 멋있는 척하는 것- 잡기 위해 욕을 많이 썼는데, 이젠 입에서 그 더러운 것들이 나온다는 것이 상상이 되어 주춤거리게 됩니다.     

 

장난치다가 변태가 되어버린     


한군은 쉬는 시간에 정군과 몸 장난을 치다가 정군의 바지를 잡아 내렸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시늉만 했는데, 어쩌다 보니 정군의 바지만 내려간 것이 아니라, 팬티마저 조금 내려가 버렸습니다. 하필이면 교실에 있던 여러 명의 여학생까지 보고 말았. 정군은 수치심으로 바지춤을 잡고 뛰쳐나가 버렸고, 한군은 그날 이후 변태 새*가 돼버렸습니다.      


정군은 충격으로 며칠 학교를 빠졌고, 한군은 학교폭력으로 접수되었습니다. 한군과 정군은 친한 사이였고, 서로 잘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지만, 정군은 그 후로 오랫동안 여학생들 앞에서 힘들어했고, 한군은 오랫동안 정군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여학생들이 ‘꺼리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는 수많은 잘못된 언행이 벌어집니다. 말장난이나 욕설을 하다가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물건을 던지다가 엉뚱한 학생이 다치기도 하고,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리다가 눈으로 날아가 각막을 손상하기도 하고, 잠시 벗어놓은 안경을 숨겼다가 안경 주인이 안경 없이 걸어 다니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남의 실내화를 억지로 빼앗아 던지거나 숨기는 일은 참 흔합니다. 의자를 빼서 넘어뜨리는 일도 있는데, 당연히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100이면 100, 다 ‘장난’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도 학창 시절에 그런 장난 다 한 번씩은 해봤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 장난을 치고 선생님께 호되게 혼나고 반성의 시간을 제대로 가졌을 때, 다시 친구와 사이가 좋아지기도 하고, 다음부터는 심하거나 못된 장난을 하지 않으려 조심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거나’, ‘오히려 괜찮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아이 중 소중하지 않은 아이는 하나도 없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진짜 ‘무시무시한 나쁜 빌런’이 되지 않도록 부모님이 ‘빌런’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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