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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Sep 25. 2023

제10장. 코로나19 시대의 온라인 빌런

학교에서 만난 빌런들

코로나19는 교육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20년에는 모든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휴대폰, 태블릿 PC, 컴퓨터를 활용한 빠르고 효과적인 시스템 덕분에 학생들은 치명적인 위협인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한국 교육은 6-3-3-4 단선형 학제입니다. 즉, 초등학교 6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 3년, 대학교 4년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은 의무교육이며, 고등학교 이후부터 학생들은 자신의 직업 선택에 맞춰 교육 경로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중학교 졸업생은 거의 모두 고등학교에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 출석 체크     


2019년 겨울, 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겨울방학이 한창이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았고, 모든 한국 학생들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다음 학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비상! 긴급상황!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교육에 집착합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한국 사람들은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모든 부모가 자녀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하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이 출석 체크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당연히 매우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한국의 학교는 학년제로 유지되는데, 수업 출석을 2/3 이상을 하지 않으면 유예가 됩니다. 보통 유예가 되는 학생들은 한 학교에 1년에 한 명 있을까 말까입니다. 성적은 0점을 받아도 출석을 하면 학년은 자동으로 올라가고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 가기만 하면 선생님들이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공부를 조금이라도 시켜줍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온라인 수업 시대를 맞이하여 학생들이 실제 학교 건물로 등교하지 않으니, 집에서 온라인 접속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지각이나 결석을 하게 되는데, 변명의 여지 없이 늦잠으로 인한 미인정으로 처리됩니다. 그러니 학부모나 선생님이나 모두 아침에 학생들 깨우기에 온 전투력을 다 쓰게 됩니다. 부모님이 아이를 깨우고 출근하더라도 자녀가 다시 잠들어버려서 수업을 놓치면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요. 선생님들은 아침 시간 내내 틈틈이 온라인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화를 거느라 순간, 직업이 전화 상담원으로 바뀐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 일단은 안심입니다.      


온라인 수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콘텐츠를 업로드해 놓으면 학생들이 시간 안에 수업을 듣고 과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줌과 같은 실시간 화상수업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부모들은 점차 실시간 화상수업을 요구했고, 학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E-스쿨과 같은 실시간 화상수업을 진행할 인프라를 준비했지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너무너무 훌륭한 온라인 수업입니다.     


이 시기의 온라인 수업은 자기주도적 학습자와 온라인 수업 빌런들을 동시에 배출했습니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의 경우 참여하는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컴퓨터를 켜놓고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수업 중 온라인 수업 사이트와 동시에 게임 사이트에 접속하는 학생들이 대표적인 온라인 수업 빌런입니다. 게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선생님이 지정해서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자신이 관심 있는 동영상을 동시에 시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잠드는 건 애교로 봐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온라인 수업 빌런은 선생님의 질문을 잘 듣지 않고 다른 학생들의 답을 보고 난 뒤 따라서 대답하는 학생들입니다.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아예 ‘무응답’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오선생님에게는 코로나 시기 기억에 남는 귀여운 빌런들도 몇몇 있습니다. 수업중 개인 마이크를 크게 틀어놓아서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소음이나 부모님의 대화를 학급 친구들과 선생님이 다 듣도록 한 친구가 있었지요. 학생들이 그 집 상황을 다 알게 되어서 함께 웃기도 했어요. 어떤 학생은 세수도 하지 않고 바로 화상에 나타나서 머리가 귀엽게 뻗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한 학생은 강아지를 안고 수업을 하다가 강아지가 멍멍 소리를 내서 들켰답니다.      


괘씸했던 온라인 수업 빌런은 화면을 켜놓고 사라졌다가 수업 끝날 때쯤 슬며시 나타나는 학생입니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있었다고 우깁니다. 이 경우는 수업에 출석했다고 인정하기가 참 곤란하거든요.      


온라인 수업 중 채팅 게시판에 학생들끼리 개인적인 얘기를 하거나, 비속어를 쓰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선생님께 예의 없이 함부로 채팅을 보내는 학생들도 있었지요. 이런 학생들은 채팅 게시판에서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계속하면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전화를 해서 지도를 했답니다. 가끔은 혼자 지도를 받으러 등교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2022년부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면 등교를 시행했고, 이제는 온라인 수업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2년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생겼지만, 우리는 또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한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학생들이 직접 학교에 와서 부딪히고 느끼면서 더 잘 배울 수 있고, 육체든 정신이든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학교에 크고 작은 빌런들이 늘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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