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슬쩍 꺼내 본-신문배달 이야기(2)

2. 신문 배달 이야기 (2)

by 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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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배달의 장점.

신문 배달은 조간지, 석간지 두 종류를 배달할 수 있다. 새벽에 배달할 수도 있고, 오후에 배달할 수도 있다. 대부분은 새벽 배달이다. 새벽 배달을 하게 되면 늦어도 3시 30~4시 사이에는 일어나야 한다. 신문 배달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 2시간 30분, 배달 부수에 따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매일 새벽 자동으로 자전거 타기 운동, 달리기 운동을 하게 된다. 운동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남는 신문이 좀 있어서 공짜 신문을 볼 수 있다. 나는 헤럴드를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헤럴드는 소수가 보는 신문이라 숫자가 딱 맞게 나왔다.


신문 배달의 단점.

더 자고 싶어도, 몸이 안 좋아도 절대, 절대 쉴 수 없다. 내가 못 돌리면 다른 사람을 내가 구하거나 다른 배달원 중 부탁을 해야 하는데, 그들도 이미 돌려야 할 부수가 많아 거절이 대부분이다. 몇 번 약속을 어기면 그만두어야 한다. 신문 배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성실’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결국 나는 MT를 갈 수도 없었고, 아파도 일어나 내 할당량을 끝내야만 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동안 보급소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단 두 번이었다. 4시 5분 정도에 전화를 받았고, 나는 황급히 방문을 열고 보급소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앗 차가워!’

한참을 달리다 하늘을 올려봤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 더 많이 내리면 안 되는데.’

“학생, 왜 늦었어?! 많이 아픈 거야?”

“아뇨. 괜찮아요. 제거 어디 있나요?”

“저기, 다 묶어 놓았으니까 얼른 가요. 비가 오니까 신문 젖지 않게 조심하고.”


나는 서둘러 한쪽으로 세워놓은 신문을 실은 자전거에 올라탔다. 괜찮다고 대답은 했지만, 이마까지 열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고, 팔에 들어가야 할 힘도 흐물흐물해진 것 같았다. 횡단보도 앞,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손으로 끌었다. 아까보다 비가 더 세졌고, 그때였다. 자전거가 횡단보도 끝에 다다랐을 즈음, 갑자기 1톤 트럭이 끼익 소리를 내며 급정차를 했다. 그리고 내 신문을 실은 자전거 끝부분을 살짝 쳤다. 다행히 나는 반사적으로 다른 쪽으로 비켜났지만, 자전거는 옆으로 쓰러졌고 넘어졌다. 그리고 아직 주인에게 배달되지 않은 신문 뭉텅이의 1/5 가량이 바닥에 미끄러지듯 흩어졌다. 트럭 운전사는 창밖으로 얼굴을 쓱 내밀고 상황을 확인하는 듯하더니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는 그냥 가버렸다.


‘아, 신문! 젖으면 안 되는데. 어쩌지. 아.’

신문 몇 부 위로 빗물이 툭툭 떨어지고 야속하게도 신문지는 빗물 흡수를 빠르게 했다. 나는 정신없이 손을 움직였다. 현기증이 났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여기서 신문 몇 부가 더 젖어버리면 나는 다시 보급소를 가야 한다. 그러면 시간이 안 된다. 다행히 대여섯 부 정도만이 쓸 수 없었고, 그 정도는 여분의 신문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었다. 나는 신문을 모두 수습해서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그리고 아파트로 향했다.


‘괜찮다. 괜찮다. 이런 일은 배달하면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눈물이 나는 건 슬퍼서도 아니고, 서러워서도 아니다. 그저, 그냥 오늘 좀 열이 나고 재수 없는 트럭 운전자가 괘씸해서이다. 아, 그 사람도 당황했겠지. 이 새벽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지도 모른다. 무서웠을 거야. 사고 낸 줄 알고. 도망치고 싶었겠지?! 힘든 가장일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 나는, 나는 신문 배달의 장점을 생각해서 시작한 거라고.’

그리고, 정말 나는 괜찮았다. 그날 배달 일을 잘 마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교회에 들렀다. 새벽예배가 막 끝나고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하나님, 저는 신문 배달 일이 괜찮아요. 저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 저도 조금은 이제는 조금은 편해지고 싶어요. 이 일만 계속하기는 싫어요. 저도. 투정을 부리고 싶고, 힘들다고 울고 싶었어요. 그뿐이에요.’


다음날 새벽, 보통 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보급소에 도착했을 때, 베테랑 직원들이 배달 전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 남아 그들이 하는 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저거다. 저거야. 하나님, 고맙습니다. 알려줘서 감사해요. God, thank you!’

나는 배달을 마치고 일찍 학교 컴퓨터실로 향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과외 구함

대상: 초·중·고 학생

학교: 00 대학교 00 학과

연락처: 삐삐 000000000


나는 그렇게 과외 전단지를 만들어 20장을 출력했다. 다음날 새벽에도 조금 더 일찍 출발해서 배달할 신문을 건네받고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지그재그로 신문을 들고 뛰어가면서 무작위로 한 층에 두세 집에 과외 전단지를 함께 끼워 넣었다.

‘연락이 올까? 몇 집에서 연락이 올까?’

놀랍게도 그날 오후 두 집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 정말 믿기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들었고, 두 집 모두 방문 약속을 잡았다. 수요일 5시, 목요일 5시. 한 집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한 집은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었고, 두 집 모두, 바로 시작하자고 했다.


신문 배달은 이후에도 계속했고, 나는 제법 건강해진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학교에 다니기 위해, 아니 먹고살기 위해 최소한의 돈이라도 벌기 위해 시작했던 신문 배달은 1년을 채우고 그만뒀다. 1년을 성실하게 신문을 배달한 나 자신이 무척 기특했고, 뿌듯했다. 신문 배달 덕분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서 꽤 괜찮은 조건에 과외를 두 개나 하게 되었고, 오랫동안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 줬고, 넉넉하진 않았지만,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어떤 일이든지 긍정적으로, 성실하게 하자. 그리고 내일은 더 좋아지기 위해 준비하고, 생각하자.


- 에필로그 :

지금, 어른이 된 나는 신문을 구독한다. 경제신문과 코리아 헤럴드. 그 당시 구독하고 싶었던 영어신문. 그때는 잘못된 영어표현이 많다고 욕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아마 ‘신포도’의 마음이 아예 없진 않았을 것 같다.

가끔 우리 집 신문 배달을 하는 사람이 누굴까 궁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힘내세요! 수고하세요!’ 뭐라도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그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 신문 배달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나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람도, 나도, 우리는 모두 우리에게 ‘할당’된 우리의 ‘몫’을 어떻게든 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성장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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