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책 읽기 대회
산, 그리고 하늘만 보이던 시골에서 살았던 내가 대전에서 국민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본 입학식에 앞서 가입학식이 있었다. 물론 나는 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엄마는 맨날 집에만 있던 나에게 얼굴을 깨끗이 씻고 오라고 했다. 로션까지 바르라고 해서 어디 나가나 보다 그렇게만 생각했다. 학교 건물 앞으로 하얀 천막 같은 것이 즐비하게 쳐져 있었다. 산아제한 운동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것 같다. 애들은 많았고, 그중 장애가 있거나 특이점이 있는 애들을 미리 발견해야 했다.
엄마는 하얀 천막 앞에 쓰여 있는 숫자들을 살피더니 김규* 선생님이 앉아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김규* 선생님은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한참 동안 살펴보시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임해달!”
자,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정답은 정해져 있다.
“네!”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인지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태어나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성까지 붙여 ‘임해달’이라고 부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고,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혼돈에 휩싸였다.
‘저 사람은 왜 나를 임해달이라고 부르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선생님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약간 갸웃거렸지만, 침묵하며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 차리자. 해달.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잖아. 지금 이 느낌은 참을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야.’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그리고 마침내 답을 찾았다. 그대로 따라 하기로.
“임해달!”
나는 자신이 없어 조금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은 다시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시더니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임해달!!”
‘앗, 왜 저 사람은 아까보다 더 큰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지? 내 목소리가 작았나? 나도 우렁차게 따라 해야겠다.’
“임해달!!”
순간, 정적이 흐르고 잠시 후 엄마는 주먹으로 내 머리를 콱 쥐어박았다.
“으이구 이 등신, 예하고 대답해야지!”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입고 있던 주황색 땡땡이 모양의 잠바의 색깔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다시 한번 진지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임해달!”
“네!”
그리고 나는 1학년 4반 24번 임해달이 되었다.
1학년 4반 24번 임해달은 가입학식에서 만났던 김규* 선생님 반의 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날마다 24번 임해달을 부르시고 내가 ‘네!’ 하고 대답하면 교과서를 읽으라고 하셨다. 한글을 깨치지 못하고 입학을 한 나였지만, 날마다 ‘우리들은 1학년’,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을 읽었고, 이렇게 소리 내서 책 읽기는 나의 국어 능력을 참 많이도 향상시켰다. 1학년이 끝날 즈음 나는 책을 참 잘 읽는 24번 임해달이 되었다.
2학년이 되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학생이 잘못했을 때 볼 한쪽을 잡고 다른 한쪽 뺨을 때리는 무시무시한 선생님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홉 살 아이들이 뭘 그리 잘못했다고, 또 잘못했다고 그렇게까지, 너무한다는 마음이다. 어쨌든, 그 무시무시한 선생님이 나에게 소리 내서 책을 읽으라고 하셨을 때, 1년 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책을 유창하게 읽었고, 선생님은 책 읽기 대회를 추천하셨다. 그리고 무슨 상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빳빳한 종이에 선명하게 박힌 ‘임해달’ 내 이름의 상장과 상품을 받아 너무 좋아서 폴짝폴짝 뛰며 집에 가서 온종일 자랑했다.
에필로그: 지금 생각해도 국민학교 입학식 일은 엉뚱해서 웃기기도 하고 머리가 나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 그때까지 그 누구도 내 이름을 성까지 불렀던 적이 없었고, 게다가 낯선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은 너무 낯설고 당황스러운 일인 것 같았다. 누가 이름을 불러도 촌스럽게, 혹은 모자라게 ‘네’라는 대답도 하지 못했던, 조금 부족하고 독특했던 그 아이. 그 아이를 선생님만의 방식으로 훈련시키고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대부분 아이와 조금은 다른 아이들도 무심한 척 자연스럽게 장점을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