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열아홉 살 소녀의 고백 (1)

오늘, 시로 다가온 소녀

by 해달

신문을 파는 아이

신문 보세요, 신문 보세요, 신문이요 신문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여전히 메아리치는 목소리

그 아이


역 앞에서 머리에 신문을 이고

옆구리에 차긴 너무 무거웠을 테지

때 묻은 목장갑

하지만 말끔한 옷차림

그는 열두 살


고게 할 게 무어 있어야지

생각다 못해

굶고 있는 동생들을 볼 수 없어

시작했는데


남들은 설이라고

동생들 떡국도 못 해주고, 아파져 오는 가슴에도

비굴하지 않기 위해 미소 지으려


무엇을 생각하니

아이야

열두 살짜리 내 동생은

‘누나! 가장이 무어야’ 하고 묻는단다

너는 가장이 무언지도 모르고

가장은 아닌지, 아이야

신문을 파는 아이야



친구야


친구야!

예쁜 꿈을 꾸어요

별빛이 나리는 예쁜 하늘 속에

한껏 펼쳐보아요

아직은 소녀이고 싶어요

작은 움직임에도 놀라워하고

별빛이 흔들릴 때 울어 줄 수 있는

바람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는

그래요. 아직은 소녀이고 싶어요

친구야

반짝이는 아침이슬을 보고는

씽긋 웃어보아요

아직은 소녀이고 싶어요

주황빛 분산된 햇빛 속에서

맑은 숨을 쉴 수 있는

풀잎의 고개숙임을 이해할 수 있는

그래요. 아직은 소녀이고 싶어요

친구야

예쁜 꿈을 꾸어요

우린 아직은

소녀이니까요



떠나가는 당신에게 보내는 글


화려한 봄꽃이 다 져가고

연두빛 조그만 은행잎이 돋아날 즈음

우리들 이별도 그러했답니다


밝은 달빛 아래

예쁜 꿈을 꾸는 나무들의 얘기 소리에

우리는 귀를 기울였죠


벚꽃이 그 연분홍빛 꽃잎이 내리는 거리에

그 짧은 우리 얘기 떨어뜨리기도 전에

연두빛 잎이 돋아났어요


좀 더 성숙해지기 위해

그 가을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약간의 미어져 오는 가슴앓이를 하며

이 봄을 보냅니다


그리운이여!

짧은 날 나리던 꿈처럼

연분홍빛 꽃잎의 꿈을 꾸며

긴 긴 거리를 홀로 걸어가길 빕니다



열아홉 소녀의 기도


오염된 공기 먼지가 내려올 즈음

햇빛도 산란한 먼지를 비출 즈음

어느 도시의 변두리에도

어둠이 그렇게 내려옵니다


낡은 건물들이 퇴색되어가듯

어느 도시의 변두리에도

하늘이 그렇게 흐려집니다


가끔씩 반짝거리는 네온은

전쟁이 끝난 후의 밤이 됩니다

푸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어느 도시의 변두리에도

가끔씩 퇴색되었지만

하늘빛 바람이 스쳐갑니다


황폐해지고 초췌해진 이 공간 속에서

어느 이름 모를 소녀의 일생이

지금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퇴색된 베일을 걷어냈을 때를

아무도 모르기에

어느 이름 모를 소녀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며

손을 모아봅니다



봄은 비참하다


이른 초봄 하이얀 목련꽃은 희디 흰 봉우리로

고귀한 자태로 봄은 출발한다

그렇게 초봄을 독점한다.

모든 人들이 하얀 봄에 넋을 잃는다

그러나 하얀 봄은 이내

봉우리를 벌리면서 싱그러움을 잃어가며

이미 순결함을 잃은 창녀이다

목련꽃이 피는 봄은 비참하다


남쪽에서 바닷물 냄새가 덮여올 때 노오란 개나리는

화려한 금관으로 왕위를 계승한다

노오란 봄은 그렇게 모든 人들의 삼월을 독점한다

그러나 노오란 봄은 이내

봄비가 내리면서 찢기어 떨어져 밟히며

이미 화려함을 잃은 거지이다

개나리가 봄비에 적셔지는 봄은 비참하다

개나리가 찢겨지는 틈을 타서

그녀가 죽기 전 잠시.

아주 잠시 삼일천하가 이루어진다, 연분홍빛 속옷으로

벚꽃이라 일컬어지는 그녀는 이방인

그렇게

아주 잠시 우리네 人들을 감상적으로 만들어주는 그녀는 우리의 벗이다

그러나 그녀는

노오란 봄과 함께 종말을 맞는다

바람에 흩날리며 人들의 머리와 분홍빛 블라우스와 하늘빛 치마에 붙으렴

하지만 그녀는 속옷마저 人들에게 바쳤기에 노오란 봄과 함께 종말을 맞았다

벚꽃 이 흩날리는 연분홍빛 봄은 비참하다


봄의 종말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봄은 진분홍빛 진달래

마지막 황제. 죽은 고인들의 몫까지 발버둥친다

온천지를 메운 그녀에 人들은 즐겁다

하지만 그녀의 잎이 떨어지고 초록빛으로 남지만

봄의 마지막을 알리는 그녀의 떨어짐

애써 장식하는 진분홍빛 마지막 봄은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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