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열여덟 살 소녀의 고백

오늘, 시로 다가온 소녀

by 해달

동경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은

늘 가득하지만

새로운 무엇에 다가갔을 때의 실망은

이내 한숨을 부른다

지나온 길을 보노라면

가까스로 건너온 징검다리

그리고

그 돌 바깥으로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내 육신과 영혼의 찌꺼기들...

큰 돌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

작은 돌들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스스로 외면함은

내가 무엇의 두려움 때문인가?

가다가 빠질 수도 있음을

빠져서 옷이 젖을 수도 있음을

그리고

그렇게 해서 다 건너면

푸른 잔디밭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스스로 망각함은

내가 무엇의 어리석음이기 때문인가



신이길 바라는


인간은 참으로 신이길 바란다

그것이 불가능함을

너무도 잘 알지만

인간은 최대로 신에게 근접하길 원한다

바벨탑이었던가

그래서 실수를 용납하길 꺼린다

언년이가 잘못을 하면

직접 말하지 아니하고

그것에 대한 실수를 지금 범하지 않은

가짜 신들은 서로 험담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언년이가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단정지어 버렸다

참으로 가짜신들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요

행동이리라

그것을 말하고 있는 나조차

마치 신인 마냥 말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가짜신이기에 이리라.



잊혀지기 위해


잊혀지기 위해

나는

잊지 말아달라 부탁했소

그리 말하면 쉬 잊혀지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잊혀지기 위해

나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었소

당신의 볼을 스치는 무언가가 나임을 모르리라 생각했기에


잊혀지기 위해

나는

이른 봄 흩날리는 연분홍빛 꽃잎이었소

당신의 머리칼과 치마에 살포시 떨어지는 무언가가 나임을 모르리라 여겼기에


잊혀지기 위해

나는

당신의 볼에 바짝 말라버린 눈물이었소

이별의 상처를 씻기 위해 당신은 나를, 나를 잊을테니까


잊혀져가는 나를 위안하려

잊혀지기 위해라고 말하는 나를, 나를 부디 용서하셔요



등꽃


당신은 꿈을 꾼다.

하이얀 꿈, 연보라빛 예쁜 꿈을 꾼다.

당신의 자태에, 그 소녀의 모습에

나도 그만 빠져버렸다.

한 발자국 다가가는 순간

나는

당신의 향기에 매료되었고

헤어날 줄을 몰랐다.

바람에 떨어지는 당신에

나는

우수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고

나도 그만 꿈을 꾸었다.

언제까지나 꿈을 꾸리라 믿었는데,

당신의 꽃잎이 떨어지듯

나의 꿈도 떨어졌다

잠시 아주 잠시 당신의 꿈에 황홀했다.



그리고 부디,


기다리지 말아요

오지 않음을 알며 혹시나 기대감에 기다리다

지쳐 울어버릴 거예요

그러니 부디 기다리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당신의 작은 눈가에 이슬이 흐른다 해도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기에

그저 울다가 지쳐 쓰러지고 말 거예요

그러니 부디 울지 말아요


애원하지 말아요

당신의 애원은 초라하고 비천해지기에

쓰라린 가슴만 남기고

지쳐 독해지고 말 거예요

당신의 독함은 모두가 슬퍼지기에


그러니 부디 애원하지 말아요

그리고 부디

잊어버려 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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