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열일곱 살 소녀의 고백 (1)

오늘, 시로 다가온 소녀

by 해달

젊은이들이여! 눈을 뜨자!


세상이 어지럽건만 젊은이여

그대는 어찌하여 당당히 빠져드는가.

우린 꿈과 희망과 의지와 용기와 굳셈과

사랑을 가지고 살아오지 않았던가.

우린 의를 사랑하고 악을 미워하지 않았던가.

우린 푸른 초원과 푸른 하늘을

동경하지 않았던가.

우린 무지개를 좇았고,

우린 꽃을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았던가.

우린 악하지 않았고 사치를 싫어했고

불의를 저주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젊은이여!

지금의 우리를 생각해 보았는가.

지금 우린 병들어 가고 있다

처참하게도

우린 지금 돈과 권력에 눈이 어둡고

지금 우린 그토록 우리가 소중히 여기던

사랑을 위조지폐 만들 듯

마구 찍어내고 있다

진실을 숨기고 당장의 편리와

이익을 추구하질 않는가.

그리고 누군가 그대에게 잘못을 물을 때,

아! 옛날의 우리라면

우린 우리의 잘못한 일이라고 훌륭한 기사답게

시인했을 것이건만

지금 우린 그렇지 못하다.

사회, 혹은 부모 혹은 전혀 상관없는 많은 것들을

우리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들먹이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의 마음은 병들었던가.

또 언제부터 우린

마음의 병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던가.

젊은이여 눈을 뜨자 마음의 눈을.

그 옛날 순진하고 그러면서도

어리석지 않던 그 옛날의 우리로

돌아가자 언제까지 불평만 하고 있을텐가.

우린 어리석지 않다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용기가 있다.

가자, 우린 남을 의식하면서도

의식하지 않는 슬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 바로 그런 슬기를.


소녀 꽃


세상은 고요합니다

너무나 고요해서 내 눈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들릴 듯 말 듯

그러나 내겐 확실히 들립니다

까만 세상에 하얗게 들려옵니다


나는 너무도 힘이 없습니다

어둠의 악마가 괴롭혀도

저항할 수 없습니다

그저 눈물만을 내놓을 게 없습니다


언젠간 이곳에도 따스한 어머니의 손길!

햇님이 찾아오겠지만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그님이 오시기 전

나는 이미 흙과 함께

새흙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기까지는

그 순간까지는

틀림없이 초록빛 식물입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자라나는

틀림없이 꽃이

아주 예쁜 꽃이 피어있는 식물

생명체입니다



정해진 구역의 나그네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곳

그곳은 비단 북쪽만이 아닙니다

현실과 외부의 압력으로

못 가는 곳도 있답니다


언제나 정해진 구역의 나그네!

지금은 적어도 갈 수 없답니다

우린 역시 달랐습니다

냉정치 못해서 미래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난, 적어도, 아직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흥선대원군이 자신을 약자로 보인 것처럼

나는 지금 그래야만 한답니다

어쩌면 비겁할 수도 있지만

최선의 길을 택하자면

역시 그렇습니다



꽃잎은 나로 인하여 메마르고


꽃잎은 나로 인하여 메마르고

나로 하여금 말라버렸소

물을 가까이 두고

받지 못하는 꽃잎에게

나라는 존재는 너무도 몰인정했었소


꽃잎은 나로 인하여 메마르고

나로 하여금 말라버렸소

시뻘건 꽃잎이

누런빛이 어린 꽃잎에게

나라는 존재는 너무도 기뻐했었소


한순간은 그렇게 기뻐했건만

어느날 들꽃!

너무도 자연스레 그리고 싱그럽게

푸르른 하늘 향해 자라나는

하이얀 잎을 보았을 때


꽃잎은 나로 인하여 메마르고

나로 하여금 말라버렸소

다시 눈을 떠 물!

싱그런 하얀물을 주었을 땐

꽃잎은 이미 새빨간 그녀의 빛을 잃은 뒤였소


그녀를 위해 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넣어

책갈피 속에 묻어 두었소

그러기에 나는 다시

하이얀 들꽃처럼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었소



호박꽃


호박꽃이여

주황빛 노란빛 따뜻한 붉은빛

그대는 나의 영혼을 앗아갈 만큼의 빛과 향기와

그리고

정신을 갖고 있구나.

누구나 그대를 예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그대를 사랑한다.

호박꽃이여 나는 그것을 장담하노라.

가시 돛인 가지로 자신을 보호하고

아무도 그녀를 만질 수 없는

화려한 웃음을 짓는 장미의 웃음은 아름다운가!

그러나 호박꽃이여

수수한 웃음 활짝 웃는 웃음

우리들의 할머니 따스한 정감 어린 웃음이

그대의 푸석푸석한 커다란 잎 속엔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름다운 고생의 보람이

숨 쉬고 있다. 호박꽃이여

그러기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노라.

그리고 그대는 위대하지만, 장미의 가시처럼

표독하지 않아 더욱 아름답다.

호박꽃이여

주황빛 노란빛 따뜻한 붉은빛

얼룩진 연두빛 그리고 초록빛이 어울린

열매를 거둘 때 그대는 더욱

사랑스럽다.

이전 05화5. 열여섯 살 소녀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