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로 다가온 소녀
온몸을 휘감는 찬바람에 소녀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새겨본다.
즐겁던, 혹은 서글펐던.
삶에 있어서 시련을 이기며 간간이 밟아온 징검다리기에
지금에 와서 뒤를 보았을 때 가까스로 연결된 이 운명.
비어있는 곳도 부족한 곳도 너무 많은, 그럼에도 다른 이들에게는 그것이
꽉 채워있는 줄로, 어설피 보면.
하지만 지금 무엇을 하려 지난 일 중 연결된 것을 찾으려 하지만,
잡히는 것은 없고, 홀로서기를 해 보겠어. 라고 자신으로 가득 차
얘기하던 지난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겨우겨우 뛰어온 징검다리. 그리고 쓰러져가는 정신이여! 또 육체여.
이제 와서 안 돼. 라고 하지만,
결국 다시 시작해야만 하고, 시간도 반이고 하지만 해야 할 것은 두 배가 넘는데.
포기할까, 하지만, 그 알량한 자존심은 허락할 기미조차 없는데.
누군가가 나를 감싼다
부른다 애처롭게.
느껴진다
외면한다 나도 모르게.
바람을 일으킨다
나를 흔든다 쓸쓸하게.
하늘만을 본다
잊어버렸다.
계속해서 흔든다
저의 몸을 서글프게.
대답이 없다 왜 그러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잎술들을 떨어뜨린다.
한잎 두잎
그래도 여전히 하늘만 바라보는.
이제 온몸을 격렬히 흔들며
날카롭게도 잎술들은
나를 때린다.
아직도 파아란 잎술.
이내 새빨개진 잎술.
그리고 이제 지쳐버린 갈빛 잎술.
마침내 울어버린
내 그리움빛의 입술.
우리는 늘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서 흔들리곤 하지. 그렇게 수없이 하는 것임에도 헤어짐에 있을 때에 그때마다 아쉬워하고 눈물 흘리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저려오는 아니 심장이 멎는듯한 아픔을 느끼지. 왜일까. 우리 자신이 그만큼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 그래서 우린
누군가라도 있음에 있다가 사라져감을 무서워한다. 외롭다고 여겨지기에. 사실은 그래서 사람들은 신이라는 무언가를 두려워해. 신은 인간을 버리지 않았다. 라는 말을 철저히 믿기에. 사실은 믿으려 하는 것이지만. 여하튼 사람들은 신이라는 있음이 자신의 곁에 언제까지나 있어주길 바래. 아니 갈망. 열망하지.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어떤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해. 그래서 결국은 새로운 만남을 하게 되지. 자신과 같은 나약한 있음이 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해. 그래서 어떤 일종의 희열감마저 느끼는 것은 아닐까. 이런 헛소리를 갈기고 있는 나 자신도 사실은 그러하니까. 외로움은 무서운 것임에 틀림없을 테니까. 생각이 짧은 사람이 나처럼 이런 횡설수설을 하고 있지
후후. 우습잖아, 원점이야. 모순이라는. 하지만 세상은 어차피 모순이 있어야 모순이 없는 것 아니겠어? 모순이 없음은 결국 무의미 하니까.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지금 우린 헤어짐에 대해 얘기하는 거라고. 내가 왜 이렇게 횡설수설하느냐고. 후후. 그건 지금 내게 너무 많은 헤어짐에 있기때문일 거야. 어쩌면 헤어짐이란 이렇게 흔들리는 것이 아닐까?
서글프게도 또다시 눈송이가 흩날린다
금세 쌓여선 그 새하얌을 보였다
정신없이 눈을 헤치며 눈망울을 흩날리는
어린 소녀.
소녀는 그 어린 소녀가 떠올랐다
아홉 살 그날
머리가 어질도록 내려온다기보다는
엷게 흐느끼는 눈을
머리카락에 부딪히며
어린 소녀는 순간 어떤 기대감으로 부풀어
눈망울을 굴렸다
하지만 이내
그 기대감은 서글픔으로 변해버렸고
눈물.
하늘의 솜털눈이 소녀의 눈가에서
다시 한번 반짝인다
혼란해지는 머릿속에 아련히
또 부질없이 떠오르는 그대 이름은
친구, 친구여
소녀가 가장 귀하게 예뻐하고
사랑하는 자 그분의 따님이기에
소녀는 당신을 부질없이 떠올리는가?
희끗희끗 흩날리는 눈송이 속에
기억조차 희끗희끗해져 버린
옛날 소녀의 할아범의 머리카락 그리고
하얀 수염
툇마루에 서서 지켜보던 눈을
차마 억누르지 못해
맨발로 뛰어나가 하늘을 보며
할아버지, 눈이. 보아요, 눈이 내려요.
이래 말하면서도 눈가에 흐르는 것은
차가운 눈송이와 뒤범벅이 되어버린
그리고는 흐르던 소녀의 눈물. 뜨거운.
아무렴 어때. 눈이 오는 것으로도 기쁜 일야
이래 말했지만.
그래도 아련히 떠올랐던 님의 얼굴은
어머니. 아! 어머니였다
커버린 소녀는, 이제 친구여!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지만. 어머니.
어머니는 이제 그분의 품과 합해졌고
소녀는 십자가서 지금도
수난당하고 계시기에, 아주 처량한, 하지만
그의 가슴은 넓고. 따뜻한 바닷가.
그리고 위대한 눈속에서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친구의 우정을
느끼고 있는데.
영혼이 흔들린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말해주련, 내 작은 새야
이나보루를 알고 있니?
어느 이름 모를 소녀가 지어준
아주 예쁜 꿈을 꾸는 나무란다
작은새야
이나보루가 보고싶구나
그녀는 알고 있을 거야
소녀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저려오는 이 아픔을
새벽이 다가온다
이나보루의 꿈이 시작된다
그녀는 새벽을 기다렸다
내 작은 새야
이나보루
그녀에게 가보련. 그녀가
소녀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녀에게 소녀의 소식을 전해주련
내작은 새야
부질없이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
또다시 초록을 씻어
또 다른 초록을, 싱그러움을 남겼다
생활은
구름 마냥-지금 저렇게 퍼져있는
흩어져 버렸다
아, 어머니, 당신은 진정 태양이었더이까
그토록 눈이 부신 태양
그러나 그러했기에 자식은 당신을 감히
바라보지 못했나이다
아득히 먼 그날
서글프게도 눈송이가 그 거센 바람과 더불어
눈이 어질도록 흩날렸던 그날
모녀는 이별을 했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무서운 것이었나이다
신은 노하셨나이다
그의 능력으로 뿔뿔이 흩어진 어머니-그리고
그녀의 딸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주셨나이다
자식은 폭풍 속의 여린 꽃잎이어라
찬란한 태양이 야속하더이다
해가 바뀌고 또 지나가더이다
자식의 마음속은 이내 아득한 그리움만이
남아 있더이다
오월의 햇살은 자식의 마음을 더욱
어지럽히이더이다.
아! 어머니,
오월의 태양은 그토록 따뜻했더이까
그럼에도 자식은 그 빛이 너무도 강했기에
감히 쳐다볼 수 없었나이다
초록은 짙어가나 크기가 자라지 않더이다
자식은 햇빛을 보고싶어했지만
감히 용기가 나지 않더이다
그저 머리위으로 따갑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가슴속 깊은 곳에 묻으려 하였나이다
그럼에도 자식은 그 빛의 얼굴을
사랑했나이다
싱그러운 오월 속에서
자식은 풋풋한 딸기 냄새가 좋더이다
언제이던가
햇빛이 지금과 같았을 제
모녀는 딸기를 가득 담아 먹었나이다
이제 모진 바람에 딸기가 상했나이다
어머니,
당신은 진정 태양이었더이까
그토록 눈이부신 태양
자식은 지금 딸기가 먹고싶나이다
그럼에도 그 빛은
그저 모녀의 볼속에 남아서는
오월의 햇쌀속에 숨쉬고 있나이다.
아, 어머니,
당신은 진정 오월이었나이다
자식이 소학교 소풍갈 제
정성스레 김밥과 물통을 준비하시던
지금인들 빛이 변했으리오리까
그럼에도 자식은 서글피 울더이다.
아득한 구름
그리움이 되어버린
오월의 햇살을
자식은 못내 울더이다
어머니, 당신은 오월의 햇쌀이었나이다
이제 자식은 오월 속에서 당신을 느끼려하나이다.
오월의 따뜻함
오월의 싱그러움
오월의 햇살
오월의 태양 어머니
오월은 어머니였나이다
오월은 어머니였나이다
자식은 오월을 사랑했나이다
오월의 모든 것을
아, 어머니,
당신은 진정 오월이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