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이길보라/ 창비
각자의 자리에서 사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살아야 하고, 사적인 것이 사소하지 않고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 나에게도 ‘사적인 기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되었다.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아픔을 가지고 자라고 그 속에서 느낀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다. 작가는 훨씬 고차원적으로 ‘공감’이라는 것에 접근한다. 아마도 그녀 자신도 직접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직접 신체적 장애가 있는 이들의 세계관을 완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의 세계이기에 부모의 세계관을 온전히 흡수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코다(Child of Deaf Adults)로 농인 부모와 함께 살면서 수어와 소리 언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고통과 상실에만 집중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의 위치를 미등록 이주 아동, 디아스포라, 재일조선인, 성소수자 등의 그것과 흡사한 점이 있다고 한다.
나는 작가가 지칭한 소다- 작가는 Sibling of Deaf Adults로 지칭했지만, 여기서 나는 Sibling of the Disabled- 중 한 사람이다. 부모에게 신체적 장애가 있는 것과 형제가 신체적 장애가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작가는 농인 부모이지만 용기 있고 자녀를 지지해주고 따뜻한 사람에게서 성장했다. 그건 행운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가족 구성원 누구든 신체적 장애가 있는 경우, 가족 구성원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특히, 따뜻한 시선과 용기, 응원이 없는 정반대의 성격들을 지닌 환경이나 사람들과 함께 살 때 그 고통은 배가 된다. 작가가 이렇게 당차게 ‘있는 그대로’를 당연하지만 ‘정상’이라고 주장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우리 각자가 자신과 다른, 여러 면에서 다른 사람들을, 그 세상을 다른 방향에서도 고찰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