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너를 잊을 수 있었다

'루'도반의 시

by 도반

때론 너를 잊을 수 있었다

사는 게 누군가를 꺼내어 매만지는 순간을

허하지 않는

가볍지 않은 날들이라

너를 기억할 수 없는 때가 있었다


가만히 서있어도

멀미가 나는 것이

번거롭게 잦고 빈번한 날들이라


밤낮을 잃고 요일을 잃고

달을 잃고 계절을 잃고

세월의 흐름이 흐려지는 날들이라


뛰어도 모자르다 타박받는 날들이라

잘 못 살아온 시간에 부서지는 날들이라

한 모금의 볕도 허락되지 않는 날들이라

절절한 기도를 할 용기도 없던 날들이라


때론 너를 잊을 수 있었다

잊을 수도 있었다


허나 몸서리치며 잠을 설치는 밤에는

촘촘하게 너의 기억을 소중히 매만지며

가끔 울기도 했었다


그런 날이 아니라면

나는

때론 너를 잊을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여름의 랑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