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계절살이

'루'도반의 시

by 도반


목련은 질 때 밉지

그래도 나무에 맺혀 있을 때

목련만큼 이쁜 게 없어

봄 퇴근길이면

남편은 아내를 위해 기꺼이

목련 한송이를 데려왔다


하염없이 많은 봄

목련이 지기 전

나무에서부터 아내의 손에 맺힌

목련 한 송이는

남편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이제 봄마다 밉게 져버리는

그냥 나무꽃이 되었다


얼마나 살고 싶었을지

남편도 목련도

밉게 져버린 생도


가여운 건 떠나고 져버린 것보다

남은 것에 있다는 생의 빗나감


남은 아내는

남편 대신

하염없이 많이 남은 봄 날들에

목련 모가지를 꺾을 자신이 없다


겨울이 길어지고 봄은 짧아지고

비정한 계절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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