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발 위에서

'루'도반의 시

by 도반

내 까치발 위에서 만났다 우리는

두 발을 땅에 고르게 디딘 채로는

너를 볼 수가 없어 보이지가 않아서


반은 사랑이고 반은 두려움으로

내일이면 내 발이 부서질까봐

두려움이 사랑을 이겨설까봐

크기도 모를 고통도 잊혀질만큼

두려움에 까치발을 꼿꼿이 세운다


아슬아슬한 시야로 흔들리는 너를

닿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는 너를

그저 바라만 본다 발 끝에 온 힘을 주고서


까치발 위의 만남은

중심을 잡을 수 없거든

어느날 무너져

바닥을 기고 있을걸

뭘 안다고 떠드는 말들이

진짜일까 겁이 날 때


너는 점점 시야를 벗어나고

처음부터 정해진 건 없었다고

멀리 아주 멀리 걸어간다


내 까치발 위에서도 볼 수 없는

너는 사라졌다

사라졌다


나는 기다린다 여전히 까치발을 세우고

짓물러 터진 발끝을 동동 구르며

그러다 고꾸라져 바닥으로 구르며


씨발

욕지기가 터져나온다

씨발 나쁜년

반칙이잖아 규칙도 없었지만

너는 왜

왜 다음의 말을 찾지 못한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길 없는

재채기같은 것이 실없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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