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영민이 수집을 멈추지 않는 이유
※[파인더스의 시선]에서는 매주 한 번 '수상한 여행가'를 꿈꾸는 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수상한 시선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파인더스의 시선'이 선택한 수상한 시선은 여행지에서 주운 사탕 껍질, 쿠키 상자를 보물처럼 소중히 모아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영민입니다.
빈티지숍, 벼룩시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작업실에 여행지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잔뜩 샇여 있는 사람. 항상 수집품을 붙일 노트와 양면테이프를 들고 다니는 사람. 다 읽은 책 사이에 명함이나 식물 같은 작은 수집품들이 껴있는 사람. 수집이 곧 생활이자 예술인 일러스트레이터 영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민 작가(@yyyoung_min)는 독특한 시선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에요. 사진과 드로잉, 여행지에서 수집한 다양한 오브제를 콜라주해 독립출판물로 제작하고 있지요. 수집을 통해 남다른 행보를 보인 그가 열정적으로 창조한 순간들을 모아봤어요. 2015년부터 2021년 지금까지 영민 작가가 소중히 모은 수집품들을 그의 여행 노트와 수납장에서 꺼내어 펼쳐냈습니다.
수집 일지
수집시기 2015~2020년
수집도시 교토
교토에 처음 갔을 때의 충격이 여전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니! 기회가 될 때마다 교토를 여행하며 수집했다. 특히 생활용품을 많이 구입했는데, 수수한 듯하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서 계속 보고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다.
① 동네서점에서 산 스케치 노트. ② 교토에 갈 때마다 들렀던 카페의 명함. ③ 시장에서 구매한 냄비와 청으로 만든 에코 백. 평소에 자주 사용한다. ④ 일본의 전통 장난감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책. ⑤ 호텔 앤티룸의 드립커피 포장지.
수집시기 2016년과 2020년
수집도시 치앙마이
사랑스러운 물건들이 넘쳐나는 나라.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치앙마이를 갈 때는 빈 캐리어 하나를 추가로 가지고 가야할 만큼 탐나는 수집품이 많다. 여행수집가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
① 반캉왓 일요마켓에서 산 노트.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아직 한 장도 쓰지 못했다. ② 노천카페에 앉아 직접 그린 그림. ③ 올드타운의 빈티지숍을 헤매다 발견한 그릇 세트. ④ 원두을 담았던 라파토 올가닉 커피숍의 종이봉투. ⑤ 호시하나빌리지 안에 있는 편집숍이자 숙소인 반롬사이 명함, 길에서 주운 연두색 장난감 시계.
수집시기 2018~2021년
수집도시 런던, 에딘버러, 포르투갈, 이탈리아, 뉴욕
여행하며 사탕 껍질을 모으기는 포르투갈의 길바닥에서 주황색 귤이 그려진 귀여운 사탕 껍질을 손으로 집어 들면서 시작했다. 이렇게 귀여운 사탕은 무슨 맛일까 궁금해져서 온갖 슈퍼마켓을 돌아다녔지만 그 사탕은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어디에 가든 사탕 껍질, 초콜릿 포장지, 설탕 껍질 등을 유심히 보게 됐다. 달콤한 것들을 싸고 있는 포장지를 보고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 든다.
① 런던에서 주운 사탕 껍질, 티백 봉지, 나뭇잎 등. ② 에딘버러에서 먹었던 아몬드 쇼트브레드(구멍을 찍어 구운 쿠키)와 사탕 껍질들. ③ 포르투갈에서 처음 주웠던 사탕 껍질들. ④ 이탈리아 여행 중 설탕봉지가 예뻐서 가져온 각설탕과 카페 테르찌에서 챙긴 설탕 봉지들. ⑤ 뉴욕에서 맥주병에 붙은 게 예뻐서 노트에 붙여둔 반쯤 잘린 스티커와 사탕 껍질들.
수집시기 2019년
수집도시 북유럽 3국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눈과 오로라의 나라에서 가져온 물건들은 사진보다 여행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노르웨이의 북극권 안에 있는 트롬쇠(Tromso)의 작은 섬 솜마로이(sommaroy)는 단 하루였지만 특별하게 기억되는 곳이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은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비로웠다. 이곳에서 가져온 수집품을 펼쳐놓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그 특별한 장소에 갔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① 세계 최북단의 맥도날드에서 받은 오로라 엽서. ② 산타마을에서 산 컵. ③ 알바알토 건축 브로슈어와 엽서. ④ 스칸디나비아 항공 브로슈어와 산타마을에서 산 엽서들. ⑤ 북극권 여행을 담은 독립출판물<ARCTIC CIRCLE>과 북극박물관 입장 팔찌.
수집의 묘미는 수집가만 아는 대상의 가치와 매력에서 출발하지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대상도 소중히 가져와 노트에 붙이면 아름다운 작품이 되고, 영감을 주는 수집품이 된다는 사실을 영민 작가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오늘이 2021년 12월 31일이 되기까지 100일째 되는 날이라고 해요. 영민 작가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오늘부터 우리도 일상의 조각을 하나씩 모아보면 어떨까요?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노트에 메모를 적어서 간단하게 기록해두면 연말에는 100개의 나만의 일상이 모아지는 거에요. 시작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씩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공간의 조각을 모으는 여행자입니다.
여행하는 풍경 속에 머물며 그곳을 잘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메모합니다. 가방에는 수집품을 주우면 붙일 노트와 양면테이프가 항상 들어 있어요. 소설책도 한두 권 챙기는 편인데, 소설 속에 빠져 있다가 다시 여행지로 나오는 기분도 좋아해요. 다 읽은 책에는 명함이나 식물 같은 작은 수집품을 끼워 보관하기도 좋지요.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1. 수상한 여행가'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