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리, 근대의 두 도시 풍경

파인더스가 고른, 영감을 주는 시선

by 파인더스 FINDERS

※[파인더스의 시선]에서는 매주 한 번 '수상한 여행가'를 꿈꾸는 이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수상한 시선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파인더스의 시선'이 선택한 수상한 시선은 여성이 여행하기 힘든 시기라 두루마기에 갓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성 복장으로 여행 이사벨라 버드 비숍 한국 여성 최초로 유럽과 미 대륙을 여행 나혜석입니다. 그들의 시선에 비친 서울-파리, 근대의 두 도시 풍경.


서울


#서울 풍경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인 일정한 산맥과 가파른 고도의 장엄한 산악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이라고는 삼각산만이 있다고는 하지만 도성 안에서 호랑이와 표범을 사냥할 수 있다고 뽐낼 수 있는 도시란 그리 흔치 않다. 이 산등성이에는 부서진 듯한 검은 바위와 봉우리 그리고 비틀어진 소나무가 흔히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하기에 어려운 정상이 분홍 반투명의 자수정처럼 빛나며 그림자는 짙은 청색을 띠고, 하늘이 푸른 금빛일 때 저녁은 진홍색 장관을 보여준다. 아름답고 우아한 푸르름이 산을 덮는 봄이 되면 연보랏빛 진달래로 붉어지고, 불꽃 같은 자두와 홍조의 벚꽃과 복숭아꽃이 소스라치게 의외의 곳에서 나타난다.


CA100062.jpg 근대 서울 풍경을 담은 사진 ⓒ Coreana Cosmetics Museum


#서울 사람들

모든 시냇가에는 평평한 돌에 웅크리고 앉아서 더러운 옷을 물속에 담그고 꽉 비틀어 짜서 돌판에 올려놓고 반반한 방망이로 두드리며 빨래하는 여자들이 가득하다. 한국의 전통적인 빨래 방법은 극히 뛰어난 것으로 여겨진다. (중략) 곤봉처럼 생긴 ‘다듬이 방망이’로 나무 롤러 위에서 짧고 빠르게 얼마동안 두드려진 흰 무명은 그 깨끗함이 막 뽑아낸 흰 새턴과 같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한국이 지금까지 내가 여행한 나라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곧 청일전쟁 동안 한국의 정치적 불안, 급속한 변화, 그리고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한국의 운명들을 깨달으면서 이 나라에 대해 참으로 강렬한 흥미를 갖게 되었다. 또 시베리아의 러시아 정부 아래 있는 한국인 이주자들의 현황을 보았을 때 나는 미래에 있을 이 나라의 더욱 큰 가능성에 대해 눈을 크게 뜨게 되었다. 한국에 머무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이 나라가 처음에 안겨주는 찝찝한 인상들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다.


파리


#파리 면면

공원 - 불로뉴 숲과 뤽상부르 공원, 루브르 정원 외 시가지 중앙에 설비된 공원이다. 언덕에서 보면 파리 시가는 삼림 속에 쌓여 있다. 공원 내에는 놀기 좋은 못이 있고 분수가 있고 경마장이 있고 각색 유희기구가 있어 오후가 되면 남녀가 많으며, 여자들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바느질감을 가지고 와서 놀다가 돌아가는 것이 상례가 되어 있다.


루브르 박물관 - 루브르 궁전으로 센 강변에 있어 콩코르드와 개선문을 앞에 둔 세계 제일 화려한 곳이다. (중략) 따듯한 봄날 아지랑이가 끼었을 때 루브르 궁전 정원 주변담의 화단을 돌아 여신상 분수에 발을 멈추고 역대 인물 조각을 쳐다보며 좌우에 우거진 삼림 사이로 소요하면 이야말로 별유천지 비인간이다.


클뤼니 박물관 - 내가 머물고 있던 호텔 근처에 담 한쪽만 남고 기와지붕 한 퀴퉁이만 남은 천 년 전 건물 궁전이 있다. (중략) 정원에는 당시 꾸며 놓았던 조각이 퇴색하고, 혹은 팔 떨어지고, 다리 부러지고, 코가 이그러진 것이 즐비했으며 당시 궁전 목욕탕이었던 장소에는 푸른 이끼가 끼어 자못 옛날을 추억하게 된다. (<삼천리>, 1933.5.)

정원_나혜석이 그린 파리 클뤼니 뮤지엄 정원. 조선미술전람회 특선작.jpg 나혜석 그림 <정원>. 파리의 클뤼니 박물관이 이 작품의 모델이다. ⓒ Suwon Museum


#파리 사람들

파리인은 경쾌 기민하며 코즈모폴리턴이다. 하절은 피서가는 사람, 혹 덧문을 닫고 향수를 뿌리고 소설이나 보고 낮잠 자는 자도 있다.


시내에는 한 집 건너 카페가 있으니, 피곤한 몸을 실 때나 머리를 식힐 때 이 카페에 들어가 차 한 잔을 따라놓고 반나절이라도 소일할 수 있다. 밀회 장소로도 이용하고,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거나 혹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기관처럼 되어 있다. 파리 시내에서 제일 큰 다점은 라 쿠폴 카페와 카페 르 돔이 있으니 밤 중에 가보면 인종 전람회와 같이 모여 들어 장관이며 카페 르 돔은 화가가 많은 몽파르나스에 있어 늘 만원이다.




파인더스의 시선이 머문 한 마디

저는 한계를 넘는 여행자 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나이 많은 여성이라고 서구의 남성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여행을 멈추지 앟았어요. 여행은 자신의 한계를 넘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길입니다.

- 이사벨라 버드 비숍


저는 발견하는 여행자입니다.

여행은 제게 예술가로서의 나, 여성으로서의 나를 발견하게 해주었습니다. '나를 잊지 않는 행복'을 찾아 떠난 여정이었어요.

- 나혜석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1. 수상한 여행가'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 파인더스 Issue01. 수상한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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