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흰색은 해의 밝고 환한 빛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우리 배달겨레는 밝은 땅에서
해의 밝은 흰빛을 숭상하며 흰 옷을 즐겨 입으며 살았습니다.
희다는 것은 깨끗하고 분명하며 명백하고
밝고 빛나는 긍정적 뜻을 담고 있기도 하고
말이나 행동이 분에 넘치며 버릇이 없거나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것을
흰소리라 하여 부정적 뜻도 있습니다.
흰색은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바탕입니다.
공자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을 마련한 다음에 한다”라고 했고
“ 바탕이 단단한 물체는 갈아도 닳지 않고,
바탕이 흰 물체는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흰 것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가 한강이 쓴 소설 <흰>에 잘 드러납니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흰’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강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라며 나열합니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등 삶과 죽음을 소슬하게 그리며
한강은 “더럽혀지더라도 너에게는 흰 것을 주고 싶다”라고 합니다.
흰색에 대한 기억은 그윽한 향기가 나는 치자꽃입니다.
마루에 누워 밖을 보면 담장 아래 하얀 햇살을 받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고 고마워 흰꽃을 좋아했습니다.
흰매화, 흰 목련, 흰 제비꽃, 흰 수선화, 흰 찔레꽃, 때죽나무 꽃, 아카시아꽃 등
흰꽃에 눈길과 추억이 머물렀습니다.
흰 것은 잘 변하기 때문에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더럽혀지지 않고 흰 그대로 밝게 빛나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빛이 합쳐져 눈이 부시게 가장 빛나는 흰빛의 찬란함
마음의 거짓 없이 진실을 알리는 것도 고백(告白)이라도 한 것도
흰 것이 진리와 진실의 빛이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