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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논어읽기 73]

【09-10】 215/498 앞에서 이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by 백승호

【09-10】 215/498 앞에서 이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선생의 가르침

안연이 한숨을 쉬며 탄식하여 말하기를, “선생님의 도는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으시며, 다가가 깊이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며, 바라보면 앞에 계시다가 홀연히 뒤에 계시는구나! 선생님께서는 차근차근 사람들을 이끌어 주시고 글로써 나를 넓혀주시고, 예로써 나를 단속해 주시니, 그만두고자 해도 그만둘 수 없다. 이미 나의 재능이 바닥이 났구나. 선생님은 우뚝 내 앞에 서 있구나! 비록 따르고 싶어도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겠구나!”라고 하였다.

顔淵喟然歎曰仰之彌高하며 鑽之彌堅하며 瞻之在前이러니 忽焉在後로

안연위연탄왈앙지미고하며 찬지미견하며 첨지재전이러니 홀언재후로

라 夫子循循然 善誘人하사 博我以文하시고 約我以禮하시니 欲罷不能

라 부자순순연 선유인하사 박아이문하시고 약아이례하시니 욕파불능

하여 旣竭吾才하니 如有所立 卓爾라 雖欲從之나 末由也已라

하여 기갈오재하니 여유소립 탁이라 수욕종지나 말유야이라


【해설】

수제자 안연이 스승의 도를 배우는 과정을 말하면서 스승의 높고 깊으며 넓고 견고한 경지를 말하고 있다. 스승의 가르침이 높고 커서 따르려고 하지만 어찌할 방법을 모르고 있는 제자 안연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좋은 선생이란 학생에게 조금씩 조금씩 도전정신을 길러주어 높은 경지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얕고 좁게 느끼다가도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또 따라가면 또 조금 더 깊고 넓게 나아간다. 결국에는 넓고 깊은 곳으로 제자를 이끌어 준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어려운 곳에 도달하여 최고의 고수가 되게 하는 것이 좋은 선생이다. 제자가 의기소침하여 힘들어하면 또 쉬운 것을 가르쳐 자신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스승이다.


【09-11】 216/498 장례는 예의에 맞게

공자께서 병환이 위중하실 때 자로가 자신의 제자를 가신으로 삼아 간병을 하게 했다. 병이 조금 나아지자 말씀하시기를, “오래되었구나, 자로가 나를 속인 지가. 내가 가신을 둘 지위가 아닌데 가신을 두었으니 내가 누구를 속일 것인가? 하늘을 속일 것인가? 또 내가 가신의 손에 죽는 것보다는 제자들의 손에 죽는 것이 편안치 않겠느냐? 또 내가 비록 장례를 크게 치르지 못하더라도 내가 설마 길바닥에서 죽겠느냐?”라고 하셨다.

子疾病이어시늘 子路使門人爲臣이러니 病間에 曰久矣哉라 由之行詐也

자질병이어시늘 자로사문인위신이러니 병간에왈구의재라 유지행사야

여 無臣而爲有臣하니 吾誰欺오 欺天乎인저 且予與其死於臣之手也론

여 무신이위유신하니 오수기오 기천호인저 차여여기사어신지수야론

無寧死於二三子之手乎아 且予縱不得大葬이나 予死於道路乎아

무령사어이삼자지수호아 차여종부득대장이나 여사어도로호아


【해설】

공자께서 병환이 위중하여 자로가 제자들을 가신으로 삼아 병시중을 들게 했다. 자로는 스승을 높이 받들어 모시려 했지만, 오히려 예의에 맞지 않아 자신을 욕되게 하자 공자는 자로를 꾸짖은 것이다. 가신은 당시에는 제후나 대부들만 둘 수 있었다. 가신을 두면 예의에 어긋나는데 가신을 두자 이를 질책하며 간병인의 보살핌 속에 죽는 것보다 차라리 제자의 보살핌 속에서 죽는 것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공자님의 삶의 기준은 하늘이다. 공명정대한 하늘을 준거로 하여 살아간다. 사람은 속여도 하늘은 속이지 못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알거나 모르거나 관계없이 양심에 따라 당당하게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을 속이겠는가?’라고 말한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라고 여기며 살아가신 분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자.


【09-12】 217/498 아름다운 옥

자공이 말하기를, “아름다운 옥이 여기에 있다면 궤에 넣어 보관해 두겠습니까? 좋은 상인을 찾아 제값을 받고 파시겠습니까?”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나를 알아보고 인과 덕을 높이 평가하는) 물건을 사려고 하는 상인(사람)을 기다리겠다.”라고 하셨다.

子貢曰有美玉於斯하니 韞匵而藏諸잇가 求善賈而沽諸잇가 子曰沽之哉

자공왈유미옥어사하니 온독이장저잇가 구선가이고저잇가 자왈고지재

沽之哉여 我는 待賈者也라

고지재여 아는 대가자야라


【해설】

자공은 스승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제자였다. 스승의 속마음을 가장 잘 알았기 때문에 대변인 역할을 했다. 자공의 뛰어난 말솜씨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적절한 비유와 고급스러운 어휘 표현, 적확한 의미 전달을 아주 잘했다. 공자는 인과 덕을 소중히 여기고 예의를 펼쳐 백성을 행복하게 할 군주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찾아 자신의 꿈과 이상을 펼쳐보고 싶어 했다. 옳은 것이 정답이 아닌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현실과 타협하거나 영합하여 살아가기보다 옳은 것을 지키며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무도한 세상에서 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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