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정치인의 말하기-(1) 정치인 말의 윤리
(1) 정치인의 말의 윤리
말의 오염이 가장 덜하고 말의 윤리가 가장 바로 서야 할 사람은 정치인입니다. 바르고 투명하며 밝고 깨끗한 말의 윤리를 바로 세워야 정치가 바로 섭니다.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말이 바로 서야 합니다. 정치인은 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국민을 설득합니다. 그리고 정치인은 정책 결과를 보고 평가를 받습니다. 정치인은 국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항상 솔직하고 명확하며 품위와 품격을 갖춘 말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치인이 많습니다. 길을 묻고 의지하고 싶은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한국 정치입니다. 서민의 편에 서서 서민을 위하고 서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치인이 드물고 말재주꾼이 판을 치는 것이 오늘날 정치 현실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노회찬 의원을 그리워하는 것은 고달픈 삶 속에서 기대고 의지하며 함께 울면서도 함께 웃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치인 중에 말이 겉과 속이 같고 앞뒤가 같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이 드물고 말재주꾼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정치인 중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재주꾼이 많습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과 말재주꾼의 말은 다릅니다. 말재주꾼은 차갑고, 모질고, 너무 뜨겁고, 상처 주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합니다. 말재주꾼은 사람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을 섬세하게 배려하지 않고 모멸감을 주는 말을 거침없이 합니다. 말재주꾼은 성찰과 책임 없는 말을 아무렇게나 하고 자기를 합리화합니다. 말재주꾼은 교묘한 말로 사람을 현혹하고 언변이 좋아 똑똑한 것처럼 보이지만 남을 속이거나 해롭게 합니다. 말재주꾼은 상대의 질문을 받으면 본질과 상관없는 말로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논지를 흐리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듣는 이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말재주꾼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남 탓을 하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합니다. 말재주꾼은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거나 멀어지게 하고 막말과 벌 소리를 아무렇게 합니다. 말재주꾼은 마음이 꼬여 있어 늘 다른 사람을 비꼬거나 비아냥거리며 모욕하는 말을 아무렇게나 합니다. 말재주꾼은 상대방을 약점을 표 나지 않게 말하거나 돌려서 말하며 남을 괴롭힙니다.
말재주꾼은 앞에서는 착한 척하면서 돌아서서 욕하는 겉과 속이 다른 음흉한 사람입니다. 말재주꾼이 정치를 하면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말재주꾼이 언론인이 되면 국민들을 갈라놓고 말재주꾼이 사업을 하면 사기를 칩니다. 말재주꾼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우리의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다수결입니다. 대화와 타협을 하려면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합니다. 타협을 하기 위해서는 설득을 하기 위해 말을 해야 합니다. 왕정시대에도 설득과 타협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세종은 공법을 시행하기 위해 수년 동안 신하를 설득하고 현장에서 백성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정치인은 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라야 합니다. 정치인의 말은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영해야 합니다. 특히 정치인은 공적 가치를 추구하며 공동체를 중시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정치인의 말도 공적 가치를 중시하고 그것을 실현 역량을 드러내야 합니다. 공적 가치를 실현하려면 먼저 자기 인식을 제대로 하고 건강한 자아를 바탕으로 성찰적 자아와 덕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정치인은 사사로운 욕망을 버리고 공익을 추구하여 세상에 이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본질을 발견하고 창의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보편적 가치와 당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인이 공동체가 추구하는 공적 가치를 지향하려면 공동체가 추구했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인식을 제대로 갖추고 지난날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회 현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판단하려면 넓고 깊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각 현안에 대한 전문가의 말을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국가정책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정치가 타락하면 사회가 타락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가 타락한다는 것은 일부 정치인의 생각과 말이 타락한다는 말입니다. 정치인의 말에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가치관과 세계관은 평소에 사물과 현상을 대하는 관점이나 인식의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인식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정치인의 말을 들으면 일반인보다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망합니다.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생각과 인식을 하는지 말하는 순간에 드러납니다. 정치인이라면 일반인들보다 좀 더 넓게 세상을 보고 세밀하게 관찰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 사람이라야 합니다. 그런데 인식과 가치관의 수준이 낮아 말할 때마다 실망을 하게 합니다. 실망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말은 사회를 오염시키도 합니다.
정치인의 말은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려면 말의 윤리를 생각해서 해야 합니다. 정치인의 말은 더욱더 윤리가 중요합니다. 정치인의 인성과 품격에 따라 정치의 수준이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합니다. 정치인은 옳은 말과 그른 말, 참말과 거짓말, 할 말과 못할 말을 잘 가려서 해야 합니다. 정치인의 그른 말과 거짓말은 더더욱 나쁘지만 아무리 옳은 말과 참말이라도 할 말과 못할 말을 잘 가려서 해야 합니다.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인간에 대한 예의입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거나 이익을 위해 꾸며서 거짓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거짓말은 언젠가 들통이 나서 창피를 당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습니다. 정치인은 할 말과 못할 말을 잘 가려서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제 겨레나 나라 사람들이 화합하고 단합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갈리고 동서로 갈리고 남녀로 갈려 서로 마음의 상처를 주고, 죽이기도 했습니다.
남북 분단은 우리 겨레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고 같은 겨레를 죽였고, 휴전 이후 정치인들이 반공(공산주의 반대), 친북, 종북을 내세워 색깔을 덧 씌어 상대방을 죽이거나 간첩으로 누명을 씌어 죽이기도 했습니다. 지역주의에 기대어 표를 얻기 위해 남을 비방하거나 타 지역 사람들에게 상처 주어 서로 사이를 멀어지게 했습니다.
정치인은 말실수를 넘어 의도적 막말을 합니다. 단순한 말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은 솔직한 사과를 통해 양해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서 이루어진 생각을 말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막말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입니다. 정치인들은 표을 의식하여 상대편에게 못할 말을 서슴없이 말합니다. 못 할 말의 대표적인 말은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막말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타인에게 모멸감을 주거나 혐오하는 못할 말은 범죄입니다. 정치인의 말 중에 서로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도 못 할 말이다. 정치인이 진영논리로 서로 싸우게 하는 말도 못 할 말입니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막말을 하고 관심이 높아져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기억에는 좋지 않은 경험으로 남아 표로 심판합니다. 정치인의 말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나 국회 윤리 심사가 막말을 심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윤리를 심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심사는 말의 윤리를 심사해야 합니다.
정치인의 언어를 풍부하게 한 대표적인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의원입니다. 두 사람의 말속에서 그분들이 지향했던 가치와 말의 윤리를 알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