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노무현 대통령의 말 -2) 노무현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해야 합니다.”
90년 1월 단행된 3당 합당으로 야권 통합은 유야무야 됩니다. 90년 1월 22일 민정당 총재 노태우 대통령은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와 청와대 회동에서 3당 해체와 보수 연합 신당 창당을 합의합니다. 노무현 김상현 의원이 합당 반대를 하고 반대토론을 외치지만 묵살당합니다.
3당 합당은 기회주의 정치의 결정판이었습니다. 노무현 의원이 비판하던 군부독재세력과 손을 잡고 야당이 하루아침에 여당으로 간판을 바꾸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노무현 의원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3당 합당으로 보수 정치세력이 영남을 장악하여 호남을 고립시키며 지역주의를 심화하려는 것을 반대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내내 이 기회주의 정치와 지역주의에 맞서 싸우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정직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잔꾀가 아니라 원칙과 소신을 양심에 따라 지키며 정직하게 국민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살아가면서 원칙과 소신보다 융통성을 발휘하다 보면 그 순간은 좋을지 모르지만 후회와 부끄러움이 두고두고 남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불리하더라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것이 당당하고 떳떳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떳떳하게 살고자 늘 솔직했습니다. 정직하고 솔직한 말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정직하게 말하는 사람이라야 신뢰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습니다. 허물이 있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허물을 거짓으로 덮거나 거짓말하는 더 나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신뢰하고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솔직함입니다. 잔꾀나 꼼수를 부리지 않고 투명하게 솔직한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은 정직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정직성은 국가의 정직성과 연결됩니다. 국가와 국가의 외교는 대통령에 대한 신뢰로부터 비롯됩니다. 뿐만 아니라 영부인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솔직한 성격이었습니다. 이러한 성격은 타고날 때부터 가진 천성인 듯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학생을 만나서 솔직함에 대하여 말합니다.
“정치적 술수에서 최고의 단수는 투명한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한 것입니다. 그런데 내용도 좀 좋아야 할 것입니다. 선의를 갖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선의를 갖는다는 말이 참 중요합니다. 솔직을 가장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솔직함을 가장한 폭력입니다. 이러한 것은 솔직함이 아닙니다. 선의를 가지고 투명하고 솔직할 때 말의 진정성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2월 24일 SBS에서 열린 방송기자 클럽 초청 회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적적인 모든 것을 다 하고 싶다.”
이 발언 이후 야당은 선거개입을 문제 삼아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청와대와 여당도 사과 건의를 했지만 사과를 하지 않고 2004년 3월 11일 탄핵소추가 결정될 즈음에 자신의 소신을 말합니다.
“사과하라는 여론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잘못이 있어 국민들에게 사과하라면 언제든지 사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이 뭔지 잘 모르겠는데 시끄러우니까 그냥 사과하고 넘어가자거나 그래서 탄핵을 모면하자는 뜻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원칙이 있고 또 각기 책임을 질 사람이 책임져야 합니다. 시끄러우면 대통령이 원칙에 없는 일을 해서 적당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호도해가는 것을 좋은 정치적 전통이 아닙니다. 탄핵은 헌정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는 중대한 사태입니다. 이와 같은 중대한 국사를 놓고 정치적 체면 봐주기나 흥정하고 거래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 사과할 일이라면 탄핵 문제가 끝난 뒤에, 그리고 선관위 해석을 둘러싼 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도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사과하겠습니다.”
이 발언 이후 3월 12일 국회 의장석을 점거한 열린 우리당 의원들과 상정하고자 하는 야당 의원들의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한나라당 출신의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여 열린 우리당 의원들을 몰아낸 후 대통령 탄핵 소추 안을 상정하였습니다. 대통령 탄핵 소추 안은 안건 소개나 찬반 토론도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11시 55분경 열린 우리당의 불참 속에 찬성 193명 반대 2명으로 대통령(노무현) 탄핵 소추 안이 가결되었습니다. 그 후 두 달 뒤 5월 14일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안이 기각되고 대통령 직무에 복귀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삶은 흐르는 강물처럼 굽이치는 마디가 많았습니다. 굽이칠 때마다 위험한 것을 피하지 않고 돌파하여 바다에 이르렀습니다. 바다로 갈 것이라는 낙관적 믿음으로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되뇌며 바다로 나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