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노무현 대통령의 말-3) 사람의 향기가 나는 말하기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은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정치인의 말을 살펴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라고 바꾸고 싶습니다.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좀 나은 정치인을 뽑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인정하며 사람의 향기가 나는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한 삶의 시작입니다. 사람 다운 사람, 사람을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어 따뜻한 말을 하며 살았으면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책을 다시 읽어 보며 ‘사람의 향기’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도종환 의원의 수필 <모과>에 "모과의 향기는 상처에서 난다"는 것과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의 향기는 닮았습니다. 모과의 겉모습이 매끈한 것보다 비바람에 상처가 난 모과가 향이 그윽하고 좋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삶도 상처 많은 모과처럼 사람의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노무현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엮은 <그에게서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책은 노무현 대통령을 잘 표현한 말입니다. 시대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고 고뇌하면서도 언제나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변호인 노무현 5주기를 기념하여 스물두 명의 사람들이 그리움으로 <그가 그립다>라는 책을 엮었습니다. 이 책의 노란 표지 속에 자전거를 끌고 다시 사람들 마음 안으로 언제나 들어올 듯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설득과 소통의 법칙은 윤태영 <대통령의 말하기>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각 장이 끝나는 꼬리에 ‘대통령의 노하우’ 23가지를 핵심정리 한 부분이 있습니다. 말의 알맹이와 표현방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말의 알맹이는 철학과 사색을 하여 좋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양한 독서와 깊은 사색을 통해 말하기 소재를 찾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으로 머릿속을 채우고, 그것을 깊이 있는 사색을 통해 재해석하고 심화시켜”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말하기의 성패는 ‘생각의 힘’, ‘사고의 힘’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주장을 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화와 수치를 제시하여 말하면 어려움 없이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말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들어서 설명해 두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각을 흐리는 수사는 최대한 배제하고, 듣는 사람과 빨리 통하는 말을 하여 하나가 되고, 말로써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정치인의 말은 수사(修辭)로 가득하여 진정성이 없다고 말합니다. 수사적인 말은 알맹이가 없고 포장만 그럴듯하게 한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상대방 말이 성의 없거나 진정성이 없을 때 ‘정치적인 말이다.’고 낮추어 말합니다. 정치인의 말은 신뢰를 하지 못하고 수사로 가득 찬 듣기 좋은 말만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래 성품이 정치적 수사나 거짓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메시지의 본질을 가리지 않으면서 본질을 잘 비춰주기 위해 비유를 쓰고, 어울리는 포장으로 본질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수사를 사용했습니다. 최대한 전달력을 높여 소통하기 위해 더 빨리 통하는 말을 했습니다. 반어법, 반문법, 비유와 대구를 적절히 사용하여 듣는 사람의 귀에 쏙 쏙 들어오게 했습니다. 항상 듣는 사람이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 사례와 수치를 비교하여 손에 잡히게 말을 하여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도록 반전과 기발한 발상, 순발력도 함께 활용했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배치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에서 가장 사람의 향기가 나는 것은 유머입니다. 낮은 자세로 친구 같은 사람이 되어 스스로를 낮추어 듣는 사람과 하나가 되고자 했습니다. 자신의 실패 경험을 말하거나 때로는 자신이 망가지기도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며 말할 때 사람들은 더 친근하게 느꼈습니다.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더 사랑했던,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늘 선의를 베풀고 품위를 지키는 사람이 아픔을 더 많이 겪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그 부끄러움으로 자신을 던지는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만 하면 거짓말을 하고 사람과 삶에 대한 사랑과 인식이 부족한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고, 또 후보가 된 것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쓴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부도덕한 언론과 아무도 싸우지 않는다면 누구도 정치를 바로 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가 상처를 입을 각오를 하고 이런 악의적인 언론의 횡포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게 된다. 내가 정치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처를 입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정치인이라도 이로 인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도 2007년 1월에 지역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과 오찬간담회에서 이러한 말을 합니다.
“언론은요, 운동장에 내려오면 안 됩니다. 선수가 아니잖아요? 해설이나 심판을 하고 있으면서... 요새 일부 언론을 보면 운동장에 내려와 가지고 자기가 막 공을 차 넣고 그래요. 차는 건 그래도 그것까지만 해도 뭐한데, 반칙까지 해요. 반칙까지. ‘왜 국민들이 헷갈리게 그런 제목을 뽑는가?’ 이것입니다...."
요즘은 그때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정과 비리를 바로잡아야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되는데, 검사는 기소할 사람은 기소하지 않고, 언론은 보도해야 할 것은 보도하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말고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2의 국정농단이 오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깨어있는 의식으로 잘 선택해야 합니다. 불의에 분노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 되어 바다로 나아가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말로 갈무리합니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