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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윤리 42]

5-(4) 노회찬 의원의 말 -1) 쉽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말하기

by 백승호

(4) 노회찬 의원의 말


1) 쉽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말하기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말하는지 알 수 있고, 그 상황에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철학을 알 수 있습니다. 말을 들으면 인식, 철학, 성격, 자질, 역량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노회찬 의원의 말에는 소외된 사람이나 약자를 배려하는 인식, 노동자 철학, 곧은 성격과 포용력, 정치인의 자질과 역량이 잘 드러납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첫 일정은 국회 내 청소 노동자 40여 명과 식사를 같이 한 일입니다. 누구나 노동자, 민중 편에 선다는 말을 하기는 쉽지만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를 비롯한 국회의원들과 여기 계신 청소 노동자 여러분들은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가까운 이웃입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람마다 일은 다를 수 있지만 사람이 가치와 소중함은 평등합니다.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자의 권익과 삶을 위해 살았습니다. 손석희 앵커의 말처럼 “노회찬은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입니다.”를 잘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이러한 일은 차고 넘칩니다. 늘 노동자의 친구로서, 국민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는 정치인으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전혀 알 수 없거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노회찬 의원의 말은 투명하고 분명했으며 자신의 지향하는 가치관을 잘 드러냈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품격 있고 재미나는 말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한 사람입니다. 노회찬 의원은 국어사전을 읽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며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준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가고 없지만 그의 말과 글은 우리 마음속에 남아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나아갑니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여러분은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마지막 당부. 끝까지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이어가길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마음에 담아 노회찬 의원이 남긴 말의 의미를 전하려 합니다.


노회찬 의원은 가장 쉽고 간결하게, 비유와 위트로 정치적 현안을 들려주는 촌철살인, 일침의 달인이었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정치현안의 핵심과 본질을 정확하게 쉬운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노동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하는 과정에서 생긴 말 습관 덕분입니다.

2004년 5월에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보면 그의 말의 윤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50년 동안 한 판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어 이제 판이 새까맣게 됐습니다. 이젠 판을 갈아야 합니다.”

황호택: 실생활과 관련한 비유를 잘하시더군요. 비유법을 능란하게 구사하는 원인을 나름대로 추측해봤습니다. 배움이 짧은 근로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런 수사학이 발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회찬: 맞습니다. 노동조합하면 큰일 날 것으로 아는 사람에게 노동조합의 단결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면서 보통의 경우처럼 말하면 1분도 듣지 않고 가버립니다. 얘기가 쉽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재미 속에 내용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들은 뒤 머릿속에 남는 게 있어야 합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얘기하는 거죠. 그게 우리 활동이었고 직업이었으니까.

상대방에게 쉽고 재미있는 말을 하려고 했고, 재미 속에 의미 있는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회찬 의원의 말은 처음 들으면 재미있고, 생각하면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오래오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2008년 3월에 인터넷 언론 <대자보>와 인터뷰에서 '말을 잘하는 비결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노회찬 의원은 "저는 말을 잘한다기보다는 제가 주로 해왔던 일이 어떤 정책이나 이념을 전달하는 일들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통을 굉장히 중시합니다. 소통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거든요. 사랑도 애정도 전달되지 않으면 짝사랑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저는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평소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말을 쉽게 하는 것, 간명하게 하는 것, 들은 뒤에 기억에 남기도록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 등 이런 것은 제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에 저도 알게 모르게 오랜 기간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말이 쉬워지고, 불필요한 것들이 없이 간명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진보하면 대중들이 어렵게 생각하기 쉬운데 또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언어들도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것을 쉽게 메시지 화해서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그런 측면을 고려해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말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쉽고 간결하게 해 주는 것이 말을 잘하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쉽고 간결하게 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입니다. 자신이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길고 어렵게 말하여 듣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를 해서 체계적이고 논리 정연하게 말을 해야 듣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정치인들은 경청을 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문회를 보면 일부 몇몇 의원은 빼고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할 말한 합니다. 자신이 말할 자리에 있을 때 듣는 사람을 배려하여 간결하고 싶게 말을 하는 것이 말의 평등입니다. 누구나 알아듣기 쉬운 말의 평등이 진정한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회찬 의원은 2017년 6월 28일 독자와 함께하는 <시사IN> 인터뷰쇼에서 소통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음식에 재료가 70, 요리사 솜씨가 30이라고 하지 않나.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결정적이다. 말도 마찬가지다. 화술은 30밖에 안 된다.

더 중요한 건 말의 재료, 즉 생각이다. 생각의 원천은 경험과 독서, 소통이다. 책을 안 읽고 웅변학원만 다니면 아무 소용없다. 무엇보다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는 게 중요하다. 또 말이 쉬워야 한다. 쉽게 하려면 (말의 길이가) 짧아야 한다. 이 길이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은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다.”

화술보다는 말의 본질을 중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어떤 사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을 했습니다. 생각의 원천은 경험과 독서, 소통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지혜로 녹여낸 말들은 쉽고 의미 있는 말이 많습니다. 그리고 독서와 소통을 통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쉬운 말을 짧게 해 주는 것이 말의 비결이라고 했습니다. 항상 생각을 정리하여 상대방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깊은 배려입니다.


2004년 5월 27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구부러진 막대기를 펴기 위해 당분간 반대편으로 더 구부려야 합니다.”


가진 자, 강한 자 중심의 불평등한 우리 사회 구조 속에서 이러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역차별이라는 말이 있더라도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을 조금 더 위해야 한다는 말을 쉽고 간결하게 말합니다. 노회찬 의원의 말은 쉽고 간결하며 언제나 재미와 의미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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