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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윤리 44]

5-(4)노회찬의 말하기 -3)노동자와 소외된 사람의 대변자

by 백승호

3) 노동자와 소외된 사람의 대변자

윤석열 후보는 2021년 12월 14일 관훈토론회에서 최저임금제에 대해 “폐지라는 이야기한 적 없고 당연히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지불능력이 있는 대기업과 연관 맺는 민노총에서 정부를 압박해 정치적 거래로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다고 가정한다면, 대부분 지불능력이 없는 중소,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함께 일하는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최저임금 180∼200만 원이 아니라 150만 원이라도 충분히 일할 용의가 있어도 못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뒤인 오늘은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동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 발언, 최저임금제 폐지 발언 등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노동가치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노동자가 150만 원 이이라도 충분히 일할 용의가 있다는 인식은 정말 공감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동자가 절박한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이지 어느 노동자가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돈을 받고 일을 하겠습니다.

사용자인 자본가는 노동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하여 더 낮은 임금을 주고 노동을 시키려 할 것입니다. 그것이 사용자의 욕심입니다. 노동자의 생존 욕망과 자본가의 탐욕은 다릅니다. 노동자가 어쩔 수 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은 생존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항상 임금을 적게 주려하고 이윤을 창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법은 이러한 사용자의 욕심을 제어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최저 임금을 정하여 노동자가 최소한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정한 것입니다.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지켜주는 것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을 폐지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가 여론의 역풍과 표를 의식해서 노동가치 운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을 들을 때마다 노회찬 의원이 더욱 그립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6411번 버스를 타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그들의 삶을 대변하고자 했습니다. 소외되고 힘든 노동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도록 애쓰는 정치인이 적습니다. 우리 사회에 곳곳에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동자의 수고가 없다면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산업재해로 한 해에 2,000명 이상 죽어가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젊은 노동자 김용균 씨는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를 점검하다가 벨트에 몸이 말려들어가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훈 작가 2019년 09월 24일에 '김용균의 빛' 북 콘서트에서 <빛과 어둠>이라는 글에서 “인간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해간다. 세상과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하면 인간은 이념의 진영에 갇혀서 정의와 불의를 구별할 수 없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진영논리를 넘어 인간의 생존과 노동가치를 중시하고 노동자가 생존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노동자를 투명인간 시 하는 사회는 투명사회이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는 투명 국가입니다.


2012년 10월 21일 진보정의당 창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한 연설문을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 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한 달에 85만 원 받는 이분들이야말로 투명인간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 그 고압선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물 세 명씩 죽어나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용산에서, 지금은 몇 년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고 있는 저 남일당 그 건물에서 사라져 간 그 다섯 분도 역시 마찬가지 투명인간입니다. (중략) 강물은 아래로 흘러갈수록, 그 폭이 넓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대중 정당은 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때 실현될 것입니다."

세상에는 의사, 변호사, 경영자도 필요하지만 누군가는 의사가 원만하게 진료를 볼 수 있도록 병원을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고, 접수도 받아 주어야 하고, 식당에서 맛있는 밥도 해야 합니다. 노동자가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더불어 노동을 하며 노동의 관계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여러 노동에 대한 인식을 해야 차별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노동에 대한 소중한 인식이 없다면 노동의 가치를 잘 모릅니다.

노동자의 편에서 노동의 가치를 중시했던 노회찬 의원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자기에 불리하면 ‘사실’도 ‘논란’이라며 변명하는 사람이 있고, 사실이 아니라 ‘논란’만 되어도 사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양심입니다. 양심은 자기 내면의 도덕적 잣대입니다. 사람이라면 양심을 가지고 조그마한 잘못에 대하여 성찰하고 책임을 집니다. 하지만 뻔뻔한 사람은 잘못을 ‘논란’이라는 정도로 변명하고 오히려 궤변으로 사실을 잘못 보게 합니다.

정치인 노회찬은 양심과 염치를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회찬을 사랑했던 이유는 ‘진심’을 지키며 양심을 다해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대정신과 양심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죽음 앞에 슬픔과 아쉬움으로 미안해하던 많은 사람들! 따뜻한 말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어 삶을 삶답게 살게 했던 정치인. 평등과 공정, 그리고 차별 없는 삶을 중시했던 말들이 노회찬 의원의 삶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은 뻔뻔하고 염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노회찬 의원은 달랐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스스로 어겼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자신의 말을 지키느라 그 말 빚 때문에 목숨으로 바꾼 사람입니다.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이었고 어둠 속의 빛이었습니다. 서민과 함께 살고 서민의 아픔과 즐거움을 함께 했던 사람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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