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 299/498 인(仁)은 사랑이다.
번지가 인(仁)에 대해 여쭈어보니 공자 말씀하시기를,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앎에 관하여 물으니 공자 말씀하시기를, “사람을 잘 볼 줄 아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번지가 깨닫지 못하자 공자 말씀하시기를, “정직한 사람을 기용하여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물리치면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정직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하셨다. 번지가 물러가서 자하를 보고 말하기를, “아까 내가 선생님을 뵙고 앎을 물으니, 공자 말씀하시기를, “정직한 사람을 기용하여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물리치면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정직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하시니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가?”라고 했다. 자하가 말하기를, “풍부하구나, 말씀이여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여러 사람 중에서 고요를 등용하니 어질지 않은 사람이 멀리 떨어졌다. 탕이 천하를 다스릴 때 여러 사람 중에서 이윤을 천거하시니 어질지 않은 사람이 멀리 사라졌다.”라고 하였다.
樊遲問仁한대 子曰 愛人이니라 問知한대 子曰知人이니라 樊遲未達이
번지문인한대 자왈 애인이니라 문지한대 자왈 지인이니라 번지미달이
어늘 子曰擧直錯諸枉이면 能使枉者直이니라 樊遲退하여 見子夏曰鄕也
어늘 자왈거직조제왕이면 능사왕자직이니라 번지퇴하여 견자하왈향야
에 吾見於夫子而問知호니 子曰擧直錯諸枉이면 能使枉者直이라하시니
에 오현어부자이문지호니 자왈 거직조제왕이면 능사왕자직이라하시니
何謂也오 子夏曰富哉라 言乎여 舜有天下에 選於衆하여 擧皐陶한대 不
하위야오 자하왈부재라 언호여 순유천하에 선어중하여 거고요한대 불
仁者遠矣며 湯有天下에 選於衆하여 擧伊尹한대 不仁者遠矣라
인자원의며 탕유천하에 선어중하여 거이윤한대 불인자원의라
번지가 인에 관해 물으니 애인(愛人)과 지인(知人)이라고 했다. 애인과 지인은 통하는 말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안다는 것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배려해 주고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면을 알고 그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알아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또한 그 사람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알고 장점을 살려주고 단점은 보완해주면 그 사람을 이루어 주는 것이다.
인성이 좋고 실력 있는 사람을 등용하면 공정한 인사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일은 사람이 한다.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을 잘 뽑아 능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적소적재다. 적절한 곳이 어디인지 알고 딱 맞는 사람을 쓰는 것이다. 적절한 곳이란 일의 상황과 구조를 꿰뚫고 있어야 하고 그곳에 맞는 적절한 사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자공이 벗에 대하여 여쭈어보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진심으로 잘못을 알려주고 착한 길로 잘 이끌어 주고, 충고해도 안 되면 그만두어야 한다. 그 일 때문에 스스로 욕된 일이 없어야 한다.”라고 하셨다.
子貢이 問友한대 子曰忠告而善道之하다가 不可則止하여 無自辱焉이라
자공이 문우한대 자왈충고이선도지하다가 불가즉지하여 무자욕언이라
친구에게 충고를 해서 착한 길로 인도했는데 안 되면 그만두어야 한다. 친구가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충고를 그만두어야 욕먹지 않고 사이가 더 멀어지지 않는다. 타인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스스로 깨닫고 잘못을 고치는 것이 최선이다.
모든 일은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좋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고 생각해야 마음 편하다. 박찬욱 감독 가훈은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 과정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충심이란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대하여 자꾸 억지로 하려는 것은 마음과 몸이 상한다. 결과를 중시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했다면 만족해야 한다. 결과가 아름다우면 과정이 더 빛나지만, 세상일이 노력한 결과만큼 다 나오는 때는 없다. 최선을 다한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인정하는 사회, 꼴찌에게 보내는 박수를 웃음으로 보듬을 줄 아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사람이나 일이나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별로면 아니면 말자. 그래야 또 다른 사람과 다른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증자가 말하기를, “군자는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어진 덕을 돕는다.”라고 하셨다.
曾子曰 君子는 以文會友하고 以友輔仁이니라
증자왈 군자는 이문회우하고 이우보인이니라.
경남 진주에는 유림의 모임인 이이계(二以契)가 있고 이이계의 계사 이이재(二以齋)라는 곳이 있다. 이이계는 "이문회우 이우보인"에서 따온 말이다. 이이재는 회천(晦川) 최인찬(崔寅贊) 선생님을 중심으로 남명 조식 선생과 퇴계의 학통을 이어 유학의 가치를 후학에게 전하고 선비정신을 실천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글로써 벗을 모은다는 것은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바른 생각과 뜻으로 벗을 사귄다는 의미이다. 친구와 깊은 마음을 나누고 서로 알아주며 살아가면 든든하고 좋다. 그리고 모인 벗끼리 어진 덕을 돕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친구들과 교류하며 서로 좋은 덕을 쌓아 자기완성을 이루어 간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친구는 뜻이 비슷하고 지향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이 비슷하다. 친구를 영혼의 반려라고 하는 것도 서로 마음을 알아주고 격려하며 함께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이가 비슷한 사람끼리 우정을 나누기도 하고 나이와 직위를 초월하여 영혼을 교류하기도 한다. 퇴계 이황 선생과 고봉 기대승이 나눈 편지글에는 깊은 사제간의 정과 우정도 느껴진다. 그리고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이 주고 받은 편지를 읽고 있으면 벗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26살의 나이 차이를 넘어 13년 동안 애정과 존경을 담아 영혼을 교류했던 편지글이 담겨 있다. 퇴계는 국립대 총장격인 성균관 대사성이었고 고봉은 과거에 막 급제한 청년이다. 1558년~ 1570년까지 13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나누었다.
한문 편지글을 우리말로 아름답게 옮겨 퇴계와 고봉의 진심이 살아서 움직인다. 조선시대 선비의 생활습관과 세계관, 그리고 성리학의 본질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