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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논어읽기 151]

【17-07】 440/498 갈아도 닳지 않고 검게 해도 검어지지 않는

by 백승호

【17-07】 440/498 갈아도 닳지 않고 검게 해도 검어지지 않는 사람

(진晉나라 조간자의 가신이고 반란을 일으킨) 필힐이 공자를 부르자, 공자께서 가려고 하시니 자로가 말하기를, “예전에 제가 선생님께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자신이 직접 나쁜 행동을 한 무리에게 군자는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하셨습니다. 필힐이 중모읍을 점거하여 반란을 일으켰는데 선생님은 가려 하시니 무슨 이유가 있으신지요?”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그렇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또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바탕이 단단한 물체는 갈아도 닳지 않고, 바탕이 흰 물체는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었다. 내가 어찌 조롱박 같은 존재로 가지에 매달려 먹지도 못하는 신세로 살겠는가?”라고 하셨다.


佛肹 召어늘 子欲往이러니子路曰昔者由也聞諸夫子호니 曰親於其身爲

필힐 소어늘 자욕왕이러니 자로왈석자유야문저부자호니 왈친어기신위

不善者는 君子不入也라하더시니 佛肹以中牟畔이어늘 子之往也는 如之

불선자는 군자불입야라하더시니 필힐이중모반이어늘 자지왕야는 여지

何잇고 子曰然하다 有是言也어니와 不曰堅乎아 磨而不磷하며 不曰白

하잇고 자왈연하다 유시언야어니와 불왈견호아 마이불린하며 불왈백

乎아 涅而不緇니라 吾豈匏瓜也哉리오 焉能繫而不食이리오

호아 날이불치니라 오기포과야재리오 언능계이불식이리오


【해설】

공자는 ‘진짜’ 자존감을 높은 사람이다. ‘바탕이 단단한 물체는 갈아도 닳지 않는다는 말과 바탕이 흰 물체는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은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자존감이 없으면 말하지 못한다. 남의 말에 쉽게 현혹되고 주체성 없이 남을 따라가는 사람이 많다. 바탕이 튼튼하지 못해 쉽게 흔들리고 주견 없이 행동하다가 후회하기도 한다. 내면이 튼튼하고 자신의 바탕을 단단하게 하여 닳지 않고 물들지 않는 자신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그리고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하고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은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현실을 직시하고 역량을 키워 거미줄처럼 줄을 치고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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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 441/498 자로에게 가르친 여섯 가지 말과 폐단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유(자로)야 네가 여섯 가지 말과 여섯 가지 폐단에 대해 들었느냐.”라고 하시니 자로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앉으라. 너희들에게 자세히 말하리라. 인을 좋아하는데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이다. 슬기를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방탕한 사람이 될 것이다. 믿음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남을 해롭게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정직한 것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남을 비방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용맹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될 것이다. 강직한 것만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폐단은 경솔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子曰 由也 女聞六言六蔽矣乎아 對曰 未也로이다 居하라 吾語女호이라 자왈 유야 여문육언육폐의호아 대왈 미야로이다 거하라 오어여호이라好仁不好學이면 其蔽也愚하고 好知不好學이면 其蔽也蕩하고 好信不好

호인불호학이면 기폐야우하고 호지불호학이면 기폐야탕하고 호신불호

學이면 其蔽也賊하고 好直不好學이면 其蔽也絞하고 好勇不好學이면 학이면 기폐야적하고 호직불호학이면 기폐야교하고 호용불호학이면 其蔽也亂하고 好剛不好學이면 其蔽也狂이니라

기폐야란하고 호강불호학이면 기폐야광이니라


【해설】

자로에게 여섯 가지 선한 덕과 폐단을 제시하여 배우기를 끊임없이 해야 그 폐단을 없앨 수 있다고 제시한다. 어질고 착하기만 하다고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어질고 착하게 살되 진리를 깨닫고 옳고 그름을 바르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슬기로운 삶은 먼저 올바른 바른 방향을 정하고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실천할 때 빛난다. 만일 머리를 잘못 써서 나쁜 쪽으로 슬기를 악용하면 범죄에 빠지기 쉽다. 똑똑한 사람들이 범죄자가 많은 것도 올바른 삶의 가치와 방향을 배우지 않았거나 알아도 굳게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남을 믿고 살아가면 사기 당하기 십상이다. 믿더라도 제대로 믿을만한 것인가 묻고 따져보아야 한다. 보이스 피싱, 광고 사기꾼들은 상대방의 순하고 착한 마음을 악용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모른다는 것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게 있으면 부끄러울까 봐 상대방의 말을 아는 척하면서 듣는다. 그런데 사기꾼은 이것을 악용한다. 사기꾼들은 전문용어나 모르는 단어를 쓰면서 상대방에게 전문가인 것처럼 포장하고 말하기 때문에 잘 속아 넘어간다. 무조건 믿으면 사기꾼의 말에 휘말리기 때문에 상대방에 솔깃한 제의를 해오면 바로 응답하거나 결정하지 말고 알아보고 배운 다음에 응대해야 한다. 정직한 것은 좋지만 배우지 않으면 남을 비방하고 허둥대기만 한다. 무엇을 제대로 알아야 대비를 하고 허둥대지 않는다. 용기를 발휘할 때는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그것을 모른 채 용기만 있으면 다투거나 싸울 일이 많아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린다. 우유부단하면 상대방의 결정이나 일을 더디게 한다. 그래서 빠르고 과단성 있게 판단을 해라고 한다. 하지만 너무 과감하면 여러 가지를 살피지 못해 경솔하게 행동하다가 실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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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 442/498 시의 효능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제자들아, 어찌 시를 배우지 않느냐, 시는 순수한 감정을 일으키게 하고, 사회의 풍속을 볼 수 있으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사회의 부조리를 잘 표현할 수 있다. 가까이로는 부모를 잘 섬길 수 있으며 멀리로는 임금을 섬길 수 있으며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 수가 있다.”라고 하셨다.

子曰小子는 何莫學夫詩오 詩는 可以興이며 可以觀이며 可以群이며

자왈소자는 하막학부시오 시는 가이흥이며 가이관이며 가이군이며

可以怨이며 邇之事父며 遠之事君이요 多識於鳥獸草木之名이니라

가이원이며 이지사부며 원지사군이요 다식어조수초목지명이니라


【해설】

시어(詩語)는 일상어와 달리 비유와 상징을 많이 사용한다. 비유와 상징은 대상을 낯설게 하여 새롭게 보게 한다.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즐거움은 상상력을 무궁무진하게 자극하고 창의력을 생기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걸어가면 시인이 된다. 모든 사물이 즐거운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사랑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폭이 깊고 넓어진다. 시를 읽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과 비슷하다. 시를 지은 사람의 상황을 생각하고 느낌을 이해하면서 공감하는 마음의 폭이 넓어진다. 공감하는 마음의 폭이 넓어지면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안타까움 등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인정 많은 사람이 된다.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십이곡 발」에서 “노래는 온유돈후(溫柔敦厚)” 해야 한다고 했다. 즉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돈독하고 두터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시를 배우면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돈독하고 두텁게 한다는 것을 말하는데, 인정이 많은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인정이 많은 사람이 착하고 순수한 감정을 내면에서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맑은 눈이 있다.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지면 사사로운 욕심을 걷어내고 맑은 마음으로 볼 수 있다. 공자도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말하면 ‘사무사 思無邪’라고 했다. 사악한 생각이 없는 순수한 마음이 생기면 현실을 맑은 눈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인정이 많고, 생각이 순수하면 여러 사람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진정한 소통을 하는 사람만이 진심으로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과 연대 의식이 생기고 서로 공감하여 관계가 좋아진다. 가까이로는 부모를 잘 섬기고 멀리는 임금을 잘 섬긴다는 말은 가족과 관계도 좋고 친구와 관계도 원만해지고 직장 상사나 동료의 관계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시경의 시 속에는 동식물의 이름이 많이 나오는 데, 이름을 알고 관심을 가지면 자연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생명에 대한 사랑과 환경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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