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왜 글을 쓰는가?
왜 글을 쓰는가?
왜 문학을 하는가?
사르트르는 “너는 세계의 어떤 측면을 드러내려는 것인가?”질문을 던졌다.
왜
세계의 어떤 측면을 드러내려고 하는가?
202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는
“펜 가진 이들은 고통을 모르고,
고통받은 이들은 표현할 언어가 없다”라고 했다.
작가는 자기 연민과 고통의 삶을 넘어
자신의 삶을 전면으로 드러내며
치열하게 진실을 드러내려 했다.
진실의 내용이 저급하더라도
진실이 저급한 것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문학이라는 무기로 자신이 겪은 일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며
사회의 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어 진실에 다가간다.
문학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피를 흘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감춘 진실과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면
누군가는 부끄러움으로 고통을 느끼고
누군가는 통쾌함으로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기도 할 것이다.
문학은 경험적 현실과 허구적 현실을 섞어 진실에 다가가기도 하고
경험적 현실만으로 진실을 더 아프게 드러낸다.
아니 에르노는 사회적 현실, 개인적 현실, 역사적 현실을 드러내어
삶의 진실을 드러내려 했다.
삶의 진실은 주관적이지만 인위적으로 드러내어야 보이고
앎의 진리는 객관적이지만 자연적이라 저절로 드러나기도 한다.
니체는 “가장 나은 작가는 문인이라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끼는 자일 것이다”라고 했다.
글 아는 사람, 펜을 가진 사람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모를 때 글은 죽은 것이다.
매천 황현 선생은 1910년 경술년에 나라를 잃자
선생은 새벽 1시 즈음에 문을 잠그고 절명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조수애명해악빈(鳥獸哀鳴海岳嚬) 새 짐승 슬피 울고 바다 산도 찡그리네
근화세계이침륜(槿花世界已沉淪) 무궁화 피는 이 땅이 이미 가라앉아버렸구나
추등엄회천고(秋鐙揜懷千古) 가을 등잔 아래 책 덮고 옛일을 더듬어 보니
난작인간식자인(難作人間識字人)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구나
왜
글을 쓰냐면 고통받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진실을 드러내며
글 아는 사람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