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을 다하여 마음의 균형(중용)을 이루는 것
천하의 사람으로 하여금 재계하고 깨끗이 하여 의관을 바로 입고 제사를 받들도록 하고, 귀신의 모습이 흘러넘치듯 사람들의 위에 있는 것 같으며 사람들의 좌우에 있는 것 같다.
使天下之人으로 齊明盛服하야 以承祭祀하고 洋洋乎如在其上하며 如在其左右니라
사천하지인으로 제명성복하야 이승제사하고 양양호여재기상하며 여재기좌우니라
귀신은 보이지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능력은 성대하다. 농경사회에서 귀신은 자연 속에 깃들어 있다. 자연은 사람을 살리게도 하고 죽이게도 했다. 맑은 날 밤하늘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움직이고 흐린 날 비 내리고 많은 단비를 맞고 많은 생명이 살아간다. 때로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가 일어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선사시대에는 이러한 자연 현상을 자연의 원리로 이해하기보다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부족장이나 우두머리는 이러한 자연현상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자연현상 관측과 예측은 자연을 잘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학자 소질을 가진 제사장이 했다. 제사장은 별의 운동을 관측하는 천문학에 밝았고, 바람과 비에 대한 기상관측에도 밝았다. 그래서 선사시대에는 제사장과 왕이 일치하는 제정일치했다. 농경사회에서는 천문과 지리에 능한 제사장이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을 원리를 이해하고 극복하면서 제사장의 권위는 하락하고 정치권력이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 제정분리가 되었고, 자연현상과 정치적 판단을 분리하여 이해했다.
우리나라는 청동기 시대에는 제정일치 사회였다. 하지만 철기시대가 되면서 제정분리 사회가 되었다. 청동기 시대에는 농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조, 보리, 콩 등이 재배되었고, 한반도 남부 지역에서는 벼농사도 확대되었다. 이 시기 농업 생산력이 높아지면서 인구도 늘어났고, 사유 재산이 생겨났다. 또한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주변 부족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계급이 발생하였다. 한편 세력이 강한 부족은 다른 부족을 정복하여 지배하기도 하였다.
권력과 재산이 많은 사람은 족장 또는 군장이 되어 부족을 이끌고 제사를 주관하였는데, 이러한 사회를 제정일치 사회라고 한다. 지배층이 세상을 떠나면 거대한 규모의 고인돌을 만들었고, 청동 검, 청동 거울 등을 함께 묻었다.
고조선에 관한 기록에는 바람, 비, 구름을 다스리는 신하와 함께 곡식, 수명, 질병, 형벌 등 360여 가지 일을 맡아 인간 세상을 다스렸다고 했다. 바람과 비, 구름은 농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조선은 농경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군왕검은 제사장을 의미하는 ‘단군’과 정치적 지배자를 의미하는 ‘왕검’을 합친 칭호인데 이를 보면 고조선이 제정일치 사회임을 알 수 있다.
삼한시대부터 제정(祭政)의 분리가 된다. 『후한서』 동이전과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귀신을 섬기거나 믿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후한서』 동이전 한조에는 “여러 국읍(國邑)에서는 각각 한 사람이 천신(天神)의 제사를 주재하는데 이를 천군(天君)이라 부른다. 또 소도(蘇塗)를 만들어 그곳에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그리고 『삼국지』 동이전 한조에도 “귀신을 믿기 때문에 국읍에 각각 한 사람씩을 세워서 천신의 제사를 주관하게 하는데 이를 천군이라 부른다.”, “여러 나라에 각각 별읍이 있으니 이를 소도라 한다.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아 놓고 귀신을 섬긴다.”라고 하였다.
삼한에서는 제사장인 천군이 종교를 주관하였다. 또한 소도라는 신성한 지역이 있어서 이곳으로 죄인이 들어가도 잡지 못하였다. 이를 통해 삼한이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것은 벼농사 때문이다. 벼농사는 가뭄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것이 문제였다. 자연재해는 논이나 밭 등 생산기반을 위협했고 생산자인 농민들의 삶을 위협했다. 이러한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제사장인 천군의 역할이 중요했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기우제를 지내고 자연의 위협을 벗어나려고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천군은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수리관개시설이 갖춰지면서 저수지를 관리하는 대족장인 신지나 견지 같은 사람이 중요해졌다. 저수지가 생기면서 가뭄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고 철제 농기구를 사용하여 노동력을 절감하고 생산력을 향상하게 되었다. 수리관개시설은 구세력인 천군이라는 권력에서 신지견지라는 새로운 세력으로 권력을 이동하게 했고, 제정분리가 되었다.
제정분리가 된 이후에도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내고 조상에 제사 지내며 귀신에게 무탈하도록 복을 기원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등은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의식인데, 이를 거행하며 풍요과 안녕을 기원했다.
시경에 이르기를 “신이 강림함을 헤아릴 수 없거늘 하물며 싫어할 수 있는가?” 하였다.
詩曰神之格思를 不可度思어늘 矧可射思아
시왈신지격사를 불가탁사어늘 신기역사아
주자는 “귀(鬼)는 음기의 신령스러움이고 신(神)은 양기의 신령스러움다.”라고 했다. 천신지귀(天神地鬼)나 신출귀몰(神出鬼沒)은 귀와 신의 역할을 잘 보여준다. 하늘의 신과 땅의 귀는 조화를 이룬다. 하늘의 신이 역할을 하면 땅의 귀는 한 발 물러선다. 제사를 올리는 것은 하늘의 신에게 올리는 것이다. 신이 오는 것을 알 수 없으나 신은 모든 만물에 자취를 남긴다. 신을 긍정하며 정성을 다하면 하늘도 감동한다. 지성이면 감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대체로 은미한 것이 드러나게 되니 정성스러움을 가릴 수 없는 것이 이와 같구나!
夫微之顯이니 誠之不可揜이 如此夫인저
부미지현이니 성지불가엄이 여차부인저.
작은 사물하나, 미생물 하나라도 허투루 존재하는 것은 없다. 존재는 목적을 가지며 의미를 가지고 태어난다. 모든 사물과 생명을 만든 귀신의 정성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귀신의 성실한 작용은 멈추지 않으며 정성을 다하여 살아가도록 하기 때문에 귀신의 덕은 가릴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은 현대물리학의 초끈 이론과 같다. 초끈 이론은 모든 물질과 생명체를 구성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동하는 끈이 다양하게 진동하며 다양한 물질을 만든다고 여긴다. 우리는 원자자 초끈을 볼 수 없지만 현상은 존재한다. 중용이란 전체와 부분의 이해와 조화,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이해와 조화, 우주와 원자의 이해와 조화, 사회와 개인의 조화이다. 이 세상은 전체를 이해하면서도 부분을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환원주의와 전일주의의 조화이다. 중용은 카오스와 코스모스의 사이에 있는 복잡계이고, 이 복잡계에서 코스모스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보어는 입자와 파동은 서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 한다는 ‘상보성의 원리’를 말했는데, 이것이 바로 중용이 지향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