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
이른바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것이 자기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 있다고 하는 것은, 윗사람이 노인을 노인으로 대접하면 백성은 효도를 다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윗사람이 어른을 어른으로 대접하면 백성은 공경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며, 윗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면 백성이 등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나의 마음을 헤아려 타인을 배려하며 공감하는 혈구지도를 지니고 있다.
所謂平天下在治其國者는 上老老而民興孝하며 上長長而民興弟하며 上恤孤而民不倍하나니 是以로 君子는 有絜矩之道也니라
소위평천하재치기국자는 상노로이민흥효하며 상장장이민흥제하며 상휼고이민불배하나니 시이로 군자는 유혈구지도야니라
혈구지도는 나의 마음과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이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나의 마음이 행하려는 것은 무엇인지 헤아려 남의 마음도 헤아려 보는 것이 혈구지도다. 살아가다 보면 서로 같은 방향을 가다가 다투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갈등을 하기도 한다. 이때 서로의 마음을 잘 헤아려 누구도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슬기를 발휘할 때 필요한 것이 혈구지도다.
혈구지도는 용서할 서(恕)와 같다. 서(恕)는 같을 여(如) 자와 마음 심(心) 자가 합쳐진 것이다. 나의 마음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와 타인의 마음이 같다고 여기거나 처지를 바꾸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서로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여 나를 미루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추기급인(推己及人)하는 것이 서(恕)이다.
우리 뇌에는 ‘거울신경세포’가 있어서 남의 슬픔과 아픔을 보면 불쌍하게 여기고 공감을 한다.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여 이해하며 넓은 마음으로 포용한다. 이렇게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면 모든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여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 혈구지도이다.
이러한 혈구지도로 모범을 보이면 사람들은 저절로 따른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강제로 시키는 것보다 모범을 보이면 한다. 내가 옳다고 여기고 좋아하는 것을 강요하지 말고 자신이 즐거운 마음으로 행하면 백성은 마음으로 따른다.
내가 윗사람에게 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며, 내가 아랫사람에게 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에 있는 사람에게 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뒷사람에게 먼저 하지 말며, 뒷사람에게 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앞사람에게 그것을 따르도록 하지 말며, 오른쪽에 있는 사람에게 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왼쪽에 있는 사람과 사귀지 말며, 왼쪽에 있는 사람에게 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오른쪽에 있는 사람과 사귀지 않는 것을 일컬어 혈구지도라 한다.
所惡於上으로 毋以使下하며 所惡於下로 毋以事上하며 所惡於前으로 毋以先後하며 所惡於後로 毋以從前하며 所惡於右
소오어상으로 무이사하하며 소오어하로 무이사상하며 소오어전으로 무이선후하며 소오어후로 무이종전하며 소오어우
로 毋以交於左하며 所惡於左로 毋以交於右 此之謂絜矩之道也니라
로 무이교어좌하며 소오어좌로 무이교어우 차지위혈구지도야니라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 내가 하기 싫으면 남도 하기 싫어한다. 『논어』안연편과 위령공편에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하라고 했다. 남이 시켜서 하라고 하면 하기 싫은 것이 인간의 심리다. 하지만 자기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하면 기분이 좋고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한다. 무엇이든 능동적으로 하면 집중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
내가 옳고 바르다고 남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 남이 따라오기 싫어하는데 억지로 하라고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내가 옳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좋고 잘 사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남에게 시킬 생각을 하지 말고 내가 할 일은 내가 하고 다른 사람이 할 일이라면 정확하게 해야 할 일을 하게 하면 된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자신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원칙이 타인에게 다르거나 자신은 하지 않으면서 남에게만 강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