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노무현 정신과 사단(四端)
노무현 정신은 사람마다 규정하는 것이 다르고 다양합니다.
노무현 정신이 다양한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양한 성품과 성향은 다양하게 드러냈고,
보는 사람마다 노무현 정신을 다양하게 느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러한 다양한 관점 중에서 인의예지라는 사단(四端)을 기준으로 적어보려 합니다.
사단(四端)은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씨입니다.
측은한 마음은 인(仁)의 실마리이고,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의(義)의 실마리입니다.
겸손하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실마리이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은 지(智)의 실마리입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선천적이며 도덕적 능력을 말합니다.
칠정(七情)은 인간의 본성이 사물을 접하면서 표현되는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두려움(懼), 사랑(愛), 미움(惡), 욕망(欲)의 일곱 가지 감정을 말합니다.
맹자는 본능을 벗어나 인간 의지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선한 의지를 바탕으로 사단(四端)을 실천하며 도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을 규명하려고 했습니다.
단(端)은 선을 실천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주는 실마리입니다.
바로잡아주는 실마리라고 하는 것은 하늘로부터 받는 본성을 인간의 노력으로 끊임없이 닦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입니다.
누구나 착한 마음을 실천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어서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➊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측은지심 인(仁)
측은지심은 단순히 불쌍하게 여기는 동정심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음입니다. 측은한 마음을 가지면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측은한 마음에서 사랑이 싹트고 지속적으로 보살피고 아끼는 마음이 생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힘없고 약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변호인시절이나 국회의원, 대통령 시절에도 늘 약자의 편에서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1981년 9월 전두환 정권이 소위 '부림사건'을 발표합니다. 부산지검 공안부는 당시 부산 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회사원 등 총 22명을 국가보안법, 계엄법, 집시법 위반 혐의로 불법 체포합니다. 독서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반국가단체 행위에 해당한다며 누명을 씌웠고, 체포 이후 구타와 고문에 시달리던 22명은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부산에서 활동 중이던 변호사 노무현은 선배인 김광일 변호사의 부탁으로 변호를 맡습니다. 노무현 변호사는 변호인 접견 중 피해자 몸에 난 고문 흔적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국가권력이 개인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함부로 억압해도 되는 것인지 분노하고 그들에 대한 연민과 측은한 마음을 가집니다. 노무현 변호인은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뒤 인권변호사가 되고 1987년 8월 파업시위 도중에 사망한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의 장례준비위원을 맡았다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타인의 아픔을 보고 공감하며 그 아픔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2006년 4월 3일 노무현 대통령은 제58주년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제주도민들을 만나 4·3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추도사를 통해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함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국가권력의 불법적 행사에 대해서 제주도민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하는 것이 어진 마음이며 모진 아픔을 겪은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이 어진마음 측은지심입니다.
➋ 정의의 핵심 수오지심 의(義)
수오지심은 정의의 실마리입니다. 수오(羞惡)라는 말에서 수(羞)는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것이고, 오(惡)는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것이다. 부끄러움과 미워하는 것은 성찰의 핵심입니다. 자신을 돌이켜 부끄럽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성찰이고, 남의 잘못을 보면서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성찰입니다. 수오지심은 성찰을 통해 나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아 떳떳하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본성입니다. 수오지심은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존감을 형성하고 좀 더 멋진 삶을 살아가게 합니다. 수오지심을 가지려면 사사로운 욕망과 이기심을 없애고 공명정대하게 살아가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의(義)는 나를 당당하고 떳떳하게 하는 마음이고 남의 잘못을 일깨워 주고 사회를 변혁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적극적 자유의지입니다.
1988년, 우리나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비리' 사건을 추궁하는 '5공 비리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일해재단 기금 마련을 할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강압이 있었음을 밝혀냅니다. 청문회에서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안 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분위기적 강제성 때문에 내게 됐다"는 발언을 이끌어냈습니다. 기업 총수들에게 "지금까지 정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며 싸워왔던 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하며 기업총수들에게 성찰을 하게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개혁 연설 중에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어떠한 번영도 있을 수 없다”는 말을 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사회정의는 검찰개혁과 사법부 개혁이 출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6년 12월 21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0차 상임위원회 자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연설을 했습니다.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모여가 가지고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입니까?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겨레의 자존심과 국격을 높이는 존엄한 직책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주체적이고 자주국가의 면모를 드높여 국민에게 자긍심을 갖게 했습니다. 제 스스로 힘을 나라를 빼앗기지 말아야 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군대를 만들어 놓고 전시작전권 회수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부끄러워했습니다.
➌ 겸손과 존중의 핵심인 사양지심 예(禮)
사람은 품격은 예의나 태도에 드러납니다. 사람을 품위 있고 멋있는 사람으로 드러내는 것이 예의입니다. 오만하거나 불손한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예의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높이는 것이다. 무조건 상대방을 높이거나 얼굴빛을 꾸며 거짓으로 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마음에 없는 지나친 예의도 예의는 아닙니다. 진짜 예의는 ‘척’하는 허례허식이 아닙니다. 진심을 담아 사양하는 마음과 공손한 마음으로 자신에 대한 절제와 타인을 인정하고 존중을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의 자세는 중요합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존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배려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상대주의 관점으로 각자의 삶을 존중해야만 가능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태도로 드러내거나 화를 옮기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배려와 공경하는 마음으로 행동을 품위 있게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래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예의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 것도 그 사람의 품격, 태도 등이 사람을 더욱 품위 있고 빛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1주년에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었던 생애 철학과 가치가 깃들어 있는 말,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강한 나라'를 말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담아낸 "인간에 대한 예의"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시민을 만나면 허리를 굽히고 어린이를 만나면 무릎을 꿇었습니다. 대통령 권력이 주어지자 약한 사람을 위해 애썼고 직급에 상관하지 않고 늘 토론하면 겸손한 권력을 지녔습니다. 강력한 리더십과 강한 권력으로 사람 사는 세상과 민주주의 진보를 이루고 싶어 했습니다. 시민이 법에 복종하는 사회가 아니라 권력 있는 사람이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어 사람 세상 인간의 예의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시민들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대통령, 그런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소망이었습니다.
➍ 통찰력과 분별력의 핵심인 시비지심과 지
삶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선택할 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옳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인지 아닌지 가려주는 것이 지(智)입니다. 지(智)는 단순히 아는 지식(知識)이 아니라 진리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슬기 즉, 지혜(智慧)입니다. 옳고 그름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진리인지 아닌지 알아야 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도 옳고 그름의 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하면 자유롭다는 의미입니다. 가치판단의 근거가 인과 위이고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판단하여 선택하려면 제대로 잘 알아야 합니다. 제대로 잘 아는 것이 지(智)입니다.
인류 문명의 진보와 발전은 좀 더 옳은 것을 지향하는 슬기가 발전하면서 비롯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은 절대적이며 상대적이라 항상 때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때에 맞는 판단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가치와 윤리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달과 진보도 옳고 그름에 관한 생각을 많이 바뀌게 했습니다. 21세기 인공지능시대 첨단기술의 시대에도 옳고 그름의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仁)과 의(義) 일 것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람을 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정의는 불평등의 원인인 사회의 구조적 장벽을 없애려는 옳음 마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 해야 합니다.” 90년 1월 단행된 3당 합당으로 야권 통합은 유야무야 됩니다. 90년 1월 22일 민정당 총재 노태우 대통령은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총재와 청와대 회동에서 3당 해체와 보수 연합신당 창당을 합의합니다. 노무현 김상현 의원이 합당 반대를 하고 반대토론을 외치지만 묵살당합니다.
3당 합당은 기회주의 정치의 결정판이었습니다. 노무현 의원이 비판하던 군부독재세력과 손을 잡고 야당이 하루아침에 여당으로 간판을 바꾸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노무현 의원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3당 합당으로 보수 정치세력이 영남을 장악하여 호남을 고립시키며 지역주의를 심화하려는 것을 반대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내내 이 기회주의 정치와 지역주의에 맞서 싸우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더 옳고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 최선을 선택을 하려고 했습니다. 국민과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른 결단을 하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깨어 있어야 정의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옳음을 찾아서 실천해야 더 나은 세상이 옵니다.
“지금의 실천이 내일의 역사입니다.”라고 한 것도 깨어 있는 시민이 지혜를 발휘하여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검찰독재, 민생위기 속에서 노무현 정신을 실천하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각자의 노력을 해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악이 선을 지배하고 부조리와 불의의 시대, 무도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조리와 불의의 시대는 모순이 가득한 시대입니다.
이러한 시대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합니다.
변화와 모순, 부조리 가득한 시대를
슬퍼하거나 괴로움이 이 아니라
혁명적 낙관, 적극적 긍정으로
무도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과 노무현 정신을 기억하며
웃으며 극복하며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