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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Jul 10. 2024

[두 글자로 보는 삶과 앎 12 관점]

-관점이 바뀌면 삶도 바뀝니다.

1. 우리말의 ‘보다’를 김수업 선생은 27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겉모습을 보는 것과 속살을 보는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고

겉모습을 보는 것은 보는 자리와 마음가짐에 따라 나누어 설명합니다.

보는 자리에 따라 안밖으로 보는 것은 ‘내다보다, 들여다보다, 넘어다보다, 넘겨다 보다’가 있고,

높낮이에 따라 ‘바라보다, 굽어보다, 쳐다보다, 도두보다, 우러러보다, 낮추어보다, 깔보다’ 등이 있습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돌보다, 엿보다, 노려보다, 쏘아보다, 흘겨보다, 째려보다’ 6가지가 있습니다.

속살은 대략적으로 보는 것과 온전히 보는 것이 있는데

대략적으로 얕게 보는 것은 ‘거들떠보다, 훑어보다’가 있고

깊게 보는 것은 ‘눈여겨보다, 살펴보다, 뜯어보다, 따져보다, 헤아려보다’

온전히 보는 ‘알아보다, 뚫어보다, 꿰뚫어보다’ 등이 있습니다.       

김수업 선생의 보다  27 가지 분류


한자에는 보다의 뜻으로 간(看)·견(見)·관(觀)·시(視)·도(睹)·찰(察) 등 여러 표현이 있습니다.

간(看)과 견(見)은 현상 즉, 겉모습을 그냥 보는 것이고

관(觀)과 시(視), 또는 찰(察)은 본질 즉, 속살을 눈여겨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보는 것은 정말 다양합니다.


2. 사람들은 하나의 현상을 두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관점이 달라집니다.

일본말 주관(主觀)과 객관(客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이 말을 우리나라에서 쓸 때 자기 생각(조선 사람의 생각-주관)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일본 사람의 생각-객관)을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쓴 말입니다.

자기 생각을 하찮게 여기고 남을 생각을 중시하여 침략을 정당화하고 식민지를 합리화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광복이 되고 많은 세월이 흘러 주관과 객관이라는 말이 다양하게 쓰입니다.

주관은 나 중심으로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주관이 뚜렷하다는 것은 자기중심이 분명하고 세상을 바르게 본다는 뜻으로 보기도 하고

자기중심으로 고집이 세다는 부정적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객관은 나 중심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공명정대하다거나 마땅하다는 말입니다.      

사사로운 마음 없이 공명정대하고 마땅한 생각으로 옳은 관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그렇게 잘 되지 않습니다.


3. 사람들은 자기 욕심으로 자기 유리한대로 세상을 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들만 옳다고 생각하고 맹목적으로 절대화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 것만 옳다고 여기는 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자기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깁니다.

절대적 기준으로 자신의 잣대를 만들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아집입니다.

물론 옳고 그름이 없으면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느냐 할 수도 있습니다.


4. 세상을 바라보거나 사람을 대할 때 상대주의 관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상대주의 관점으로 보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없어서 윤리적 회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인류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극단적 상대주의를 인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것, 남의 것을 훔치는 것, 남을 괴롭히는 것,

서로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 등을 상대적으로 인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극단적 상대주의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상대주의 관점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갈등을 없애는 방법입니다.      

장자는 제물론에서 차별이나 편견을 너머 상대의 입장이 완전하게 되어 봐야만 상대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장자의 사고는 만물은 차등이 없다는 제물론적 사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차이가 나는 듯해도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에

각각의 가치를 인정하고 중시하는 상대적 관점을 취합니다.       

뉴턴의 절대주의 관점에서 아인슈타인의 관점으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절대적 기준과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5. 사람마다 보는 관점은 다양합니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보는 관점은 합리적 이성을 중시하고 인간이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 주류경제학입니다.

반면에 인간의 감성과 감정을 중시하고 인간이 감성으로 선택할 것이라 생각하고 경제이론을 펼친 사람들의 경제학이 행동경제학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부적으로 잘 살피고 헤아리며 꼼꼼하게 일처리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폭넓게 통찰하며 통합적으로 헤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6. 관점에 따라 세상과 사람, 역사와 문화 등을 다양하게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을 협력과 화합의 중요성으로 바라보면 평화를 더 중시할 수 있고

역사를 백성이나 시민을 주인공으로 바라보면 민중사관으로 역사를 볼 수도 있습니다.

문화를 바라볼 때 그 사회의 상황과 맥락을 바라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어령의 <우리문화박물지>에 논길에 관한 이야기에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특성이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지도는 강이나 산맥과 같은 자연의 경계선을 따라 곡선으로 그어져 있고

미국의 지도는 자로 대고 그은 것처럼 직선으로 그어져 있다고 소개합니다.

우리나라는 논길처럼 생명적이고 정감 어린 정성의 문화가 경계를 이루고 살아가고

미국은 팽창주의와 기능을 중시하는 문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관점에 따라 문화도 다양하게 볼 수 있습니다.           


7. 요즘은 관점의 전환을 발상의 전환으로 여기거나 창의적 사고의 출발로 여기기도 합니다.

창의적 사고는 새로운 관계를 지각하거나, 비범한 아이디어를 산출하거나

또는 전통적 사고유형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으로 사고(思考)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창의성은 일상생활에서 어떤 문제 · 결핍 · 격차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겨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창의성은 불편한 것을 해결하는데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음성인식도 장애우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도 필요합니다.

나이키의 경쟁자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라고 합니다.

게임을 하면 운동화나 운동복을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관습적인 사고유형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지형을 살펴 짜야한다고 합니다.

날개 없는 선풍기, 스팀 걸레 등 일상생활의 많은 아이디어 제품은 창의적 사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팔려면 냉동실은 작게 만들고 냉장실을 크게 만드는 것도 전략입니다.

크리스뱅글처럼 차의 기능적 측면보다 아름다움을 강조할 때 디자인의 혁명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 나라의 기후를 알고 식생과 문화를 고려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창의적 사고입니다.

일본의 기후와 지질의 특징을 이해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8. 좋은 관점은 옳고 바른 가치관으로 본질을 생각할 때 생깁니다.

김민웅 <콜럼버스의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에서처럼 콜럼버스가 달걀을 깨뜨려 세운 것을

생명을 앗아간 반문명적이라는 관점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콜럼버스가 달걀을 세운 것을 칭찬하지만

이를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법칙에 맞서는 행위로 보며 비판할 수 있어야 좋은 관점입니다.      

좋은 관점은 성찰하며 열린 자세로 바라볼 때 생깁니다.


신영복의 수필에 목수의 그림이야기와 차치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은 집 그림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렸는데 노인목수는 주춧돌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맨 나중에 지붕을 그리는 것을 보고 자신을 돌아보며 지붕부터 그려온 무심함이 부끄러웠다고 말합니다.

이어 차치리 이야기를 소개하며 본질을 잊고 있는 자신의 삶을 성찰합니다.


차치리(且置履)라는 사람이 어느 날 장에 신발을 사러 가기 위하여 발의 크기를 본으로 떴습니다.

하지만 그가 장에 갈 때는 깜박 잊고 본뜬 탁을 집에 두고 갔습니다.

신발가게 앞에 와서야 탁을 집에다 두고 온 것을 깨닫고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제법 먼 길을 되돌아가서 탁을 가지고 다시 장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장이 파하고 난 뒤였습니다.

그 사연을 듣고는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탁을 가지러 집까지 갈 필요가 어디 있소. 당신의 발로 신어보면 될 일이 아니요” 차치리가 대답했습니다. “아무려면 발이 탁만큼 정확하겠습니까?”     


올바른 가치를 마음에 두고 눈여겨 본질을 보려는 관점을 지녀야 합니다.

늘 성찰하며 열린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따뜻하고 어진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보며

상대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좋은 관점을 지닐 수 있습니다.

타성과 관성이 아니라 새롭고 낯설게 바라보아야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관점이 바뀌면 세상이 달리 보이고 삶이 바뀝니다.

   

다음 글은 <철학>입니다. 가치와 관점을 바탕으로 삶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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