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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호 Oct 11. 2024

[그냥 10 한강 노벨상의 시작-유월]

- 한강 작가의 노벨상을 축하드립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을 축하드립니다.

한강 작가의 성정으로 보면 이러한 축하를 기뻐하면서도 드러내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한 편에서 전쟁과 폭력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아

그 사람들을 걱정할 듯합니다.

기자회견도 인터뷰도 사양하고 평화로운 산책을 할 듯합니다.

문학은 언제나 있는 것에서 있어야 할 것을 지향하듯

폭력과 전쟁이 없는 세상을 문학으로 형상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강 소설의 주인공들은 아프면서도 눈부신 삶을 살아가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폭력 앞에 맞서거나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잃지 않고 살아간 주인공의 이야기는

살아서 말을 하라는 외침입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얼음꽃><유월><서울의 겨울 6><뱃노래><서울의 겨울 12> 5편의 시를 발표합니다. 그중 <유월> 시 속에 그의 문학세계의 핵심이 가장 잘 드러납니다.    


            



한강  <유월>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
 유채꽃 만발하던 뒤안길에는
 빗발이 쓰러뜨린 풀잎, 풀잎들 몸
 못 일으키고
 얼얼한 것은 가슴만이 아니었다
 발바닥만이 아니었다
 밤새 앓아 정든 위胃장도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 걷게 했는가,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
 등을 떠밀고
 맥없이 엎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는가 깨무는
 혀끝을 감싸주었는가
 비틀거리는 것은 햇빛이 아니었다,
 아름다워라 산천 山川, 빛나는
 물살도 아니었다
 무엇이 내 속에 앓고 있는가, 무엇이 끝끝내
 떠나지 않는가 내 몸은
 숙주이니, 병들대로 병들면
 떠나려는가
 발을 멈추면
 휘청거려도 내 발 대지에 묶어줄
 너, 홀씨 흔들리는 꽃들 있었다
 거기 피어 있었다
 살아라,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하라
 나는 귀를 막았지만
 귀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귀로
 막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다     




막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살아라,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하라는

한강 소설 주인공의 아프지만 어둠 속에 빛나는 목소리입니다.      

개인과 사회의 문화적 폭력이나

국가 폭력 앞에 무기력하게 죽어갔던 사람들과

폭력이 두려워 내면화된 구조적 폭력 앞에서도

버티고 견디며 살아남아야 했던

우리의 아픈 과거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인간의 명시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묻고 있고

『소년이 온다』에서는 5·18 광주 민주화 속에서 겪은 국가폭력,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4·3 제주 항쟁에서 겪은 국가폭력을 다루며

인간의 잔혹함과 존엄함에 대한 묻고 있습니다.     


한강 작품 속 인물은 폭력 앞에 상처받고 견디며

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삶을 일으켜 세워

살아남아 진실을 마주하는 의연한 인물들입니다.

상처와 아픔이 고통으로 그치지 않고

어둠 속에서 구원의 빛처럼 찾아오는 순간을 기다리며

희망을 잃지 않는 눈부시면서도 아픈 삶의 이야기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소년이 온다》(2014)와 《작별하지 않는다》(2021)를 제시하며,

“그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냅니다”

라고 하며 한강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 이유를 밝혔습니다.   



안데르스 올슨 노벨 위원회 위원장이 수상자 발표와 함께 한강 작가 소개를 합니다. 


한강은 1993년 시인으로 데뷔했고, 2년 뒤 문학과지성사에 단편소설 모음집 '여수의 사랑'을 내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2007년부터 국제적으로 처음 알려진 소설은 <채식주의자>였다. 주인공의 육식 거부로 인해 벌어지는 폭력적인 결과를 가혹할 정도로 효과적이면서도 시적으로 묘사한다. 

2011년 발표한 소설 <희랍어 시간.에서는 취약한 여성의 삶에 대한 작가의 육체적 공감이 은유적으로 드러나며 더욱 강화된다. 언어의 힘을 잃은 여성과 스스로 시력을 잃어가는 고대 그리스어 교사 사이에서 애틋하게 전개된다. 상실의 친밀감과 언어의 궁극적 조건에 대한 아름다운 명상이다. 

2014년에 발표한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한강은 자신이 성장한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다. 1980년 학살 당시 수백 명의 학생과 비무장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잔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강은 증언 문학에 접근했다.

2016년 소설 <흰>에서는 한강의 시적인 문체가 다시 지배한다. 자기 언니가 될 수 있었지만 태어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모두 하얀 사물에 관한 일련의 짧은 글에서 작품 전체가 흰색을 통해 연상적으로 구성된다. 소설이라기보다 일종의 세속적인 기도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소설이 그 하얀 모든 것들 속에서 마지막에 도달하는 것은 죽은 자에게 보내는 말이라고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또 다른 백미는 2021년 <작별하지 않는다>이다. 1940년대 말 제주에서 어린이와 노인 등 수만 명이 부역자 혐의로 총살당했다. 

이 작품은 화자(나레이터)와 그녀의 여자 친구가 친척들에게 닥친 재앙을 응축된 듯 정확한 이미지로 묘사하며, 현재에 대한 과거의 힘뿐만 아니라 집단적 망각에 빠진 것을 밝혀냈다. 그 트라우마를 공동 예술 프로젝트로 전환하려는 친구의 시도를 강조한다. 인용문에 나왔듯이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마주하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여러 작품이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번역됐다. 영어로는 회복기(2013), 채식주의자(2015), 소년이 온다(2016), 흰(2017), 에우로파(2019), 희랍어 시간(2023)이 있으며, '헤어지지 않는다'가 2025년에 출간된다. 


Bibliography – a selection

Works in Korean

여수의 사랑. – 서울 : 문학과지성사, 1995  [“Love of Yeosu”. Short stories.]

검은 사슴. – 경기도 파주시 : 문학 동네, 1998  [“Black Deer”. Novel.]

아기 부처. – 인천 : 개미, 1999  [“Baby Buddha”. Novella.]

내 여자의 열매. – 서울 : 창작 과 비평사, 2000  [“Fruits of My Woman”. Short stories.]

그대의 차가운 손. – 서울 : 문학과지성사, 2002  [“Your Cold Hands”. Novel.]

내 이름은 태양꽃 / 한강 동화 ; 김세현 그림. – 경기도 파주시 : 문학 동네, 2002  [“My Name is Sun Flower” / Han Kang, fairy tale ; Kim Se-Hyeon, picture, 2002. Novella.]

붉은 꽃 이야기 / 지은이: 한강 ; 그린이: 우승우. – 서울 : 열림원, 2003  [“The Story of the Red Flower” / author: Han Kang ; illustrator: Woo Seung-woo. Novella.]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서울 : 열림원, 2003  [“Love and Things Surrounding Love”. Essays.]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 서울 : 비채, 2007  [“Quietly Sung Songs”. Essays.]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 한강 글; 진선미 그림. – 경기도 파주시 : 문학 동네, 2007  [“Thunder Little Fairy Lightning Little Fairy” / written by Han Kang ; Jin Seon-mi, picture. Children’s book.]

채식주의자. – 경기도 파주시 : 창비, 2007  [The Vegetarian. Novel.]

눈물상자 / 한강 글 ; 봄로야 그림. – 경기도 파주시 : 문학 동네, 2008  [“Tear Basket” / written by Han Kang ; Bomroya, picture. Short stories.]

바람이 분다, 가라. – 서울 : 문학 과 지성사, 2010  [“The Wind Blows, Go”. Novel.]

희랍어 시간. – 경기도 파주시 : 문학 동네, 2011  [Greek Lessons. Novel.]

노랑무늬영원. – 서울 : 문학 과 지성사, 2012  [“Fire Salamander”. Short stories.]

서랍 에 저녁 을 넣어 두었다. – 서울 : 문학 과 지성사, 2013  [“I Put The Evening in the Drawer”. Poetry.]

회복 하는 인간 / 지은이 한 강 ; 옮긴이 전 승희 = Convalescence / written by Han Kang ; translated by Jeon Seung-hee. – 서울 : 아시아, 2013  [Bilingual edition. Novella.]

소년이 온다. – 경기도 파주시 : 창비, 2014  [Human Acts. Novel.]

흰. – 경기도 파주시 : 문학 동네, 2016  [The White Book. Novel.]

작별하지 않는다. – 경기도 파주시 : 문학 동네, 2021  [“We do not part”. Novel.]

한 강. – 경기도 파주시 : 문학 동네, 2022  [“Han Kang”. Series: The Essential. Collection.]

노벨 위원회는 2024년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소설가 한강의 작품 목록을 한글로도 소개했습니다. 괄호 속은 영어번역본 제목이다. 2024.10.10. [노벨 위원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광기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보이지 않는 도처에서 폭력으로 생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생명보다 황금이 중요하고

끝없는 폭력은 자연과 사람을 가리지 않으며

전쟁과 폭력은 끊이지 않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한줄기 빛입니다.


무수한 폭력이 난무하는 시월에

겨울 눈꽃을 피운 뒤 다시 살아남을 봄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살아서, 인간의 존엄을 시적 서사로 형상화한 작품이 빛을 발한 것을

노벨문학상 위원회가 인정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한 그의 고통과 아픔이 기쁨이 되는 날은

노벨상을 수상한 오늘이 아니라 폭력이 사라진 세상이 아닐까 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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