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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무례한 윤석열]

-성찰적 자아가 없는 사람의 말과 태도

by 백승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례했다. 그는 ‘상남자’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국민이 목격한 것은 참으로 찌질하고 무례한 권력자의 민낯이었다. 그의 말과 태도는 언제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방식이었고, 그는 끝내 단 한 번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자신을 객관화하고 되돌아볼 줄 아는 성찰적 자아가 결여된 사람은 더욱 그렇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러한 자아 성찰 능력의 부재가 정치 지도자에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의 일관된 언행은 단지 정치적 실책을 넘어, 도덕적 파산과 윤리적 붕괴에 가까웠다.

윤석열 주머니 손3.JPG 국민에게 사과는 커녕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나오는 오만한 모습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그는 공인의 기본 자세를 무시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기차 좌석에 구두를 올리고 앉은 모습은 단순한 불찰이 아니라, 그의 권위주의적 기질과 무례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타인에게 반말을 일삼는 태도 역시 단지 말버릇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고방식, 그리고 스스로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수직적 권력의식을 반영한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이며, 말의 품격은 곧 인격의 품격이다. 지도자의 언어는 사회의 공공성과 정치문화의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국가적 재난과 참사 앞에서도 그는 염치와 공감을 보이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당시, 대통령으로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나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수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을 ‘방문’하긴 했지만, 그 속에는 듣는 자세, 책임지는 자세, 국민의 고통에 진정으로 공명하려는 자세가 결여돼 있었다. 윤석열에게 대통령직은 책임의 자리가 아니라 의전과 권위를 과시하는 무대였으며, '국민을 위한다'는 말은 정치적 이미지 포장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


그러한 태도는 퇴임 이후, 심지어 구속되는 순간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설 때 왼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모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끝까지 ‘사과하지 않겠다’, ‘숙이지 않겠다’는 내면의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었다. 국민 앞에서, 구속이라는 역사적 수치를 마주하는 순간조차 그는 최소한의 염치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불만과 오만을 드러내는 듯한 그 몸짓은, 자기성찰 없는 자의 마지막 ‘저항 퍼포먼스’에 다름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법정에 출두하며 국민 앞에 사과하고 숙연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일관되게 ‘국민보다 자기’의 감정과 체면을 앞세웠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 국가 지도자가 공적 감각과 윤리적 책임을 상실했을 때, 그것은 곧 정치 시스템의 도덕적 실패이자, 공동체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윤 전 대통령의 무례한 언행, 공감 없는 언어, 사과 없는 침묵은 한국 정치 엘리트 집단의 윤리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성찰 없는 권력은 국가를 병들게 한다. 공감하지 않는 지도자는 국민을 고립시키고, 사과할 줄 모르는 자는 공동체를 분열시킨다.


우리는 지금 단지 한 대통령의 구속을 목격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결국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그런 권력을 다시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집단적 성찰과 의지가 있어야만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말과 태도는 곧 그 사람이다.


자기성찰과 겸손, 공감과 다정함은 정치 이전에 인간됨의 기본이다. 아무리 유능한 지식과 기술을 가졌다 해도, 그것이 오만과 무감각 위에 세워졌다면 그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며, 그 지도력은 공동체를 해친다.

진정한 지도자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알고, 국민의 아픔에 함께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인품 위에 통찰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인물, 겸손한 마음으로 권력을 운용하며 따뜻한 언어로 국민을 이끄는 사람. 바로 그런 이가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다.


성찰 없는 권력이 다시는 이 땅을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얼굴이 다시는 권력의 얼굴이 되지 않도록 한다.
지도자의 자격은 능력보다 먼저 인격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국민과 타인을 배려하는 인품 위에 능력과 리더십이 더해질 때에야 비로소 그 사람은 진정한 지도자로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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