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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25 기묘일 03]

명성당 서목

by 백승호


정사가 물었다.

"뭐 좀 볼 만한 것이 있던가? 더위를 먹을까 걱정되네."

내가 대답했다.

"아까 늙은 훈장을 하나를 만났는데, 비단 만주족일 뿐만 아니라 인성이 몹시 비루해서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만한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정사가 말했다.

"그 사람이 이미 요구했는데, 어찌 청심환 한 알, 부채 한 자루를 아끼는가? 책 목록을 빌려다 보아도 괜찮지 않겠나?"

그래서 시대를 시켜서 청심환 한 알과 어두선魚頭扇(꼭지가 생선 머리 모양의 접부채)한 자루를 보냈다.

시대는 바로 손바닥 크기만 한 작은 책 몇 권을 가지고 돌아왔다. 책 속은 모두 빈 종이였고, 적혀 있는 모든 책 제목은 모두 청나라 사람의 소품小品(수필)칠십여 종이었다. 책에 적힌 내용도 그저 몇 장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많은 대가를 요구하다니 정말 뻔뻔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왕 빌려 온 것이고, 또 새로운 안목도 키울 겸해서 목록을 베껴 놓고 돌려보내기로 했다.

나중에 연경 책방에서 책을 찾을 때 참고 자료로 삼을까 해서 정 진사와 함께 책 목록을 나누어 옮겨 적었다.

그리고 바로 시대를 시켜 책 목록을 돌려보내면서 “이런 책들은 조선에도 있는 것이라서 우리 어른께서는 이 책 목록을 보시지도 않았소."라고 말하라고도 시켰다.

시대가 돌아와서 말했다.

"부 선생이 제가 전하는 말을 듣고는 언짢은 듯한 표정을 보이면서 저에게 수건을 하나 주었습니다."

수건의 길이는 두 자 남짓한 크기였는데, 주름이 들어간 베로 만든 검은 색 새 수건이었다.


正使問, 「有何可觀 恐中暑。」 余對, 「俄逢一老學究, 非但滿人, 鄙陋無足語。」 正使曰, 「彼旣有求, 何可嗇一丸一箑耶。 第不妨借看書目。」 遂使時大 送淸心元一丸, 魚頭扇一柄。 時大卽回, 持掌大幾葉小冊而來。 皆空紙 ,所錄書目, 盡是淸人小品七十餘種, 此不過數頁所錄。 而要索厚價, 其無恥甚矣。 然旣爲借來, 且新眼目, 遂謄而還之。


<명성당 도서목록>


『척독신어』尺牘新語 6책. 청나라 왕기 汪淇(1604–?) 첨의 瞻漪(왕기의 자) 전箋.

『분서』焚書 6책, 『장서』藏書 18책, 『속장서』續藏書 9책. 명나라 이지 李贄(탁오 卓吾) (1527–1602) 지음.

『궁규소명록』宮閨小名錄, 『장주잡설』長洲雜說, 『서당잡조』西堂雜俎. 청나라 우동 尤侗(전성 展成) (1618–1704) 지음.

『균랑우필』筠廊偶筆. 청나라 송락 宋犖(목중 牧仲) (1634–1714) 지음.

『동서』同書, 『자촉』字觸, 『민소기』閩小記, 『인수옥서영』因樹屋書影. 명말‧청초 주량공 周亮工(원량 元亮) (1612–1672) 지음.

『사례촬요』四禮撮要. 청나라 감경 甘京 (?–1667) 지음.

『설림』說林, 『서하시화』西河詩話. 청나라 모기령 毛奇齡 (1623–1716) 지음.

『운백』韻白, 『광림』匡林, 『운학통지』韻學通指, 『손서』潠書. 청나라 모선서 毛先舒(치황 稚黃) (1620–1688) 지음.

『서산기유』西山紀游. 청나라 주금연 周金然 (생몰년 미상) 지음.

『일지록』日知錄, 『북평고금기』北平古今記. 청나라 고염무 顧炎武 (1613–1682) 지음.

『부지성명록』不知姓名錄. 청나라 이청 李淸(영벽 映碧) (1602–1683) 지음.

『장설』蔣說. 청나라 장초 蔣超(호 신虎臣) (생몰년 미상) 지음.

『영매암억어』影梅菴憶語. 명나라 모양 冒襄(벽강 辟疆) (1611–1693) 지음.

『고금서자변와』古今書字辨訛, 『동산담원』東山談苑, 『추설총담』秋雪叢談. 명나라 여회 余懷(담심 澹心) (1616–1690) 지음.

『동야전기』冬夜箋記. 청나라 왕숭간 王崇簡 (1602–1678) 지음.

『황화기문』皇華記聞, 『지북우담』池北偶談, 『향조필기』香祖筆記. 청나라 왕사진 王士禛(이상 貽上) (1634–1711) 지음.

『모각양추』毛角陽秋, 『군서두설』群書頭屑, 『규합어림』閨閤語林, 『주조일사』朱鳥逸史. 청나라 왕사록 王士祿 (1626–1673) 지음.

『입옹통보』笠翁通譜, 『무성희』無聲戲, 『소설귀수전고사』小說鬼輸錢故事. 청나라 이어 李漁(입옹 笠翁) (1611–1680) 지음.

『천외담』天外談. 청나라 석방 石龐 (1670–?) 지음.

『주대기연』奏對機緣. 청나라 홍각 弘覺 선사(1596–1674) 지음.

『십구종』十九種. 청나라 시호신 柴虎臣 (1616–1670) 지음.

『귤보』橘譜. 청나라 제광정 諸匡鼎(호 남 虎男) (생몰년 미상) 지음.

『일하구문』日下舊聞 20책. 청나라 주이준 朱彞尊(=朱彝尊, 석창 錫鬯) (1629–1709) 지음.

『우초신지』虞初新志. 청나라 장조 張潮(산래 山來) (1650–1707) 지음.

『기원기소기』寄園寄所寄 8책. 청나라 조길사 趙吉士 (1628–1706) 지음.

『설령』說鈴. 청나라 왕완 汪琬 (1624–1691) 지음(※서명은 다른 同名書와 혼동 주의).

『설령』說鈴. 청나라 오진방 吳震方(청단 靑壇) (생몰년 미상) 지음.

『단궤총서』檀几叢書. 청나라 왕탁 王晫 (1636–? 졸년 이설) 지음.

『삼어당일기』三魚堂日記. 청나라 육롱기 陸隴其 (1630–1692) 지음.

『역선록』亦禪錄, 『유몽영』幽夢影. 청나라 장조 張潮 (1650–1707) 지음.

『분묵춘추』粉墨春秋. 청나라 주이준 朱彞尊(1629–1709) 지음.

『양경구구록』兩京求舊錄. 명나라 주무서 朱茂曙 (생몰년 미상) 지음.

『연주객화』燕舟客話. 청나라 주재준 周在浚 (생몰년 미상) 지음.

『숭정유록』崇禎遺錄. 명나라 왕세덕 王世德 (1613–1693) 지음.

『인해기』人海記. 청나라 사사련 査嗣璉(=查慎行로 개명) (1650–1727) 지음.

『유구잡록』琉球雜錄. 청나라 왕즙 汪楫 (1626–1689 이설 있음) 지음.

『박물전휘』博物典彙. 명나라 황도주 黃道周(1585–1646) 지음.

『관해기행』觀海記行. 청나라 시윤장 施閏章 (1619–1683) 지음.

『석진일기』析津日記. 청나라 주운 周篔(1623–1687) 지음.

명성당 주요저서.JPG

『尺牘新語』 共六冊, 汪淇 澹漪 箋。

『焚書』 共六冊 , 『藏書』 共十八冊, 『續藏書』 共九冊, 李贄 卓吾 著。

『宮閨小名錄』, 『長洲雜說』, 『西堂雜俎』, 尤侗 展成 著。

『筠廊偶筆』, 宋犖 牧仲 著。

『同書字』, 『觸閩小記』, 『因樹屋書影』, 周亮工 元亮 著。

『四禮撮要』, 甘京 著。

『說林』, 『西河詩話』,毛奇齡 著。

『韻白匡林』, 『韻學通指』, 『潠書』, 『毛先舒』, 稚黃 著。

『西山紀游』, 周金然 著。

『日知錄』, 『北平古今記』, 顧炎武 著。

『不知姓名錄』, 李淸 映碧 著。

『蔣說』, 蔣虎臣 著。

『影梅菴憶語』, 冒襄 辟彊 著。

『古今書字辨訛』, 『東山談苑』, 『秋雪叢談』, 余懷 澹心 著。

『冬夜箋記』, 王崇簡 著。

『皇華記聞』, 『池北偶談』, 『香祖筆記』, 王士禛 貽上 著。

『毛角陽秋』, 『群書頭屑』, 『閨閤語林』, 『朱鳥逸史』, 王士祿 著。

『笠翁通譜』, 『無聲戱』, 『小說鬼輸錢故事』, 李漁 笠翁 著。

『天外談』, 石龐 著。

『奏對機緣』, 弘覺 著。

『十九種』, 柴虎臣 著。

『橘譜』, 諸虎男 著。

『日下舊聞』 共二十冊, 朱彝尊 錫鬯 著。

『虞初新志』, 張潮 山來 著。

『寄園寄所寄』 共八冊, 趙吉士 著。

『說鈴』, 汪涴 著。

『說郛』, 吳震芳 靑壇 著。

『檀几叢書』, 王晫 著。

『三魚堂日記』, 陸隴其 著。

『亦禪錄』, 『幽夢影』, 張潮 著。

『粉墨春秋』, 朱彝尊 著。

『兩京求舊錄』, 朱茂曙 著。

『燕舟客話』,周在浚 著。

『崇禎遺錄』, 王世德 著。

『入海記』, 査嗣璉 著。

『琉球雜錄』, 汪楫 著。

『博物典彙』, 黃道周 著。

『觀海記行』, 施閏章 著。

『柝津日記』, 周篔 著。


책방에서 책을 찾을 때 참고 자료로 삼으려고 정 진사와 함께 책 목록을 나누어 옮겨 적었다. 그러고는 시대에게 돌려주라고 보내면서

“이런 책들은 조선에도 있는 것이라서 우리 어른께서는 이 책 목록을 보시지도 않았소."라고 하라고 했다.

시대가 돌아와서 말했다.

"부 선생이 제가 전하는 말을 듣고는 언짢은 듯한 표정을 보이면서 저에게 수건을 하나 주었습니다."

수건의 길이는 두 자 남짓한 크기였는데, 주름이 들어간 베로 만든 검은색 새 수건이었다.


與鄭進士分錄, 以爲書肆攷求之資, 卽送, 時大還傳且令語之曰, 「此書皆我東所有, 故吾老爺不覽此書目云爾。」 時大歸言, 富也聽渠所傳, 頗有憮然之色, 贈渠手巾云。 手巾長二尺餘, 新件黑色縐紗也。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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