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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호 Dec 18. 2023

#4. 유전 VS 환경

교육 잡설(雜說)

#4. 유전 VS 환경     


     인류는 유전학적으로 체세포, 생식세포 분열을 통해 부와 모의 유전자를 정확히 1/2씩 나누어 자녀에게 유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수많은 유전자 중 어떤 형질이 왜 선택되는지는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랜덤 하게 선택된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치아, 시력 등 유전의 우성과 열성에 따라 반드시 유전되는 형질이 있고 발현되는 시점과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하나의 인간으로 구분 짓고 다른 사람과 다름을 규정하는 것이 유전자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유전자는 어쩌면 자연선택의 부산물인지도 모릅니다. 자연의 변화가 객체의 선택을 강요하고 반복되면 객체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생존 확률이 높아질 때 더 많은 수가 살아남게 되고 비로소 일정한 특질을 자연으로부터 보존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유전자는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런데 일란성쌍둥이 같은 예에서와 같이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사는 환경에 따라 상당히 많은 차이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유전자의 생성의 시간에 비하면 매우 미비합니다. 이러한 환경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될 때 자연선택의 순환 원리가 작동됩니다. 그러니 일란성쌍둥이의 예에서 환경은 자연선택의 환경과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환경의 차이에 주목해야 합니다. 같은 시대의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에게 환경은 매우 큰 차이를 제공하며 충분히 선택의 시발점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부모에게서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인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임에는 분명합니다. 자연에서 좋은 유전자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포식자의 좋은 유전자는 먹이를 구하기 쉬운 형태적 특질을 가지고 있고 영양분을 섭취하기 좋은 소화기관을 구성합니다. 반면에 대다수 식물처럼 섭취를 당하는 쪽은 생식을 위한 시스템을 보유한 유전자가 좋은 유전자입니다. 흔히 사자, 호랑이 등 포식자들의 특성인 강인한 턱과 이빨, 빠른 발 등이 좋은 유전자라면 나쁜 유전자는 무딘 이빨, 상대적으로 작은 몸, 장애 등일 것입니다. 이러한 객체들은 도태되고 짝짓기 과정에서도 선택받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식물은 풍성한 포자, 튼튼한 뿌리, 빠른 성장 속도 등이 좋은 유전자일 것입니다. 반면에 나쁜 유전자는 얕은 뿌리, 더딘 성장 속도 등일 겁니다.      



    그런데 식물의 좋은 유전자는 완전 자연환경에서는 유효하지만 인간이 개입한 불완전 자연환경에서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잘난척하고 곧은 나무가 나무꾼의 도끼질에 잘릴 확률이 늘어납니다. 곧은 나무는 나무대로 굽은 나무는 나무대로 인간의 활용 목적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며 잘라지고 뽑혀 나갑니다. 어쩔 때는 자연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는 산불로 몰살당하고 산불에 강한 식물만 살아남기도 합니다. 유전보다도 환경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급변하는 자연환경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개입한 변화하는 삶의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일반적인 자연과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의 모자람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자연은 이러한 적응을 위해서 많은 씨앗을 생식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 중 생식 성공률이 가장 낮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손에 대한 애착이 가장 강합니다. 모자라거나 넘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습니다. 대안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 시스템이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유지하기 위해 사회체제를 만들고 변화시킵니다. 교육도 이러한 사회 시스템의 일환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결정하기에는 계산량이 많아지니 규칙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DNA일지도 모릅니다. DNA에 어떤 코드를 넣었다면 사람들이 다양한 생김새와 성격과 행동을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요리 잘하는 사람, 운동 잘하는 사람, 수학 잘하는 사람, 글 잘 쓰는 사람 등의 정보를 DNA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특정 DNA의 보유 여부가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는 엄마, 아빠의 DNA를 정확히 절반씩 받아서 태아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성격과 역량이 모두 엄마 아빠의 1/2씩이고 그러니 무슨 일이든 엄마 아빠 탓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만들어지는 인간이 동시대의 다른 인간과 얼마나 다를까요. 기본 DNA는 비슷하고 어떤 작용, 환경, 경험에 의해 변화하거나 발현되는 DNA가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DNA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보의 생성과 융합 과정입니다. 특히 뇌세포의 총량은 유사합니다. 그러나 신경망의 형성 조합은 거의 무한대입니다. 다시 말해서 DNA의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조합하고 발현되는가입니다. 여기에 또 다른 의문이 있습니다. 이런 조합은 랜덤일까요, 규칙이 있는 걸까요. 양자역학처럼 확률로 표현되는 세상에서 절대 규칙성을 찾기는 아직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한 DNA를 주입하거나 조정해서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은 아직은 SF의 영역입니다.      


    그런다면 이러한 그간의 노력이 의미 없을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DNA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험에 의한 조합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으니 인간은 상상력이라는 특수 능력을 동원해서 간접 경험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서 DNA 보다는 교육을 선택했습니다. 교육은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성공 확률도 낮지만 DNA를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빠르고 정확합니다. 물론 향후에는 DNA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겠지만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런 가정하에서 보면 우리가 원하는 어떤 사람이 되는 데에 있어 육아 양육 그리고 교육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육에 대해서 무턱대고 비난만 하면 문명의 발달은 의미가 없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유전자 조작, 전뇌화에 대한 연구는 생각보다 많이 진척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당분간 우리에게 그런 기회(?)가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장 어렵고 느린 것 같은 방법이 현 상황에서 가장 정확하고 빠른 길입니다.      


    부국강병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가족을 위해서 가장 쉬운 일이 교육하는 일입니다. 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초능력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나쁜 능력을 갖도록 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은 우리가 알고 있지 않습니까? 가정폭력, 학교폭력, 사회폭력이 우리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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