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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호 Dec 18. 2023

#5. 에밀이 없었다면

교육 잡설(雜說)

    “아버지의 야망, 탐욕, 독재와 그릇된 방향으로 이끄는 식견, 나태한 소홀과 잔인한 무감각은 어머니의 부드러운 무념보다 자녀들에게 백 배는 더 해롭다.” ‘에밀’에 나오는 루소의 변명입니다.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우리나라 격언인 ‘할아버지의 재력,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근대 철학가 중의 한 명이자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은 프랑스 대혁명, 임마누엘 칸트, 페스탈로치, 프레벨 등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교육 분야를 정립한 사람입니다. 존 듀이는 ‘모든 현대 교육의 발현은 에밀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자신의 모순된 삶과 자녀들을 버린 죄책감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인간의 덧없는 행복을 이야기하는 루소


   그의 이론은 그 당시에도 새롭다기보다 오히려 역행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자연주의 교육과 계몽주의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주제가 다소 뜬금없었고 사회와 종교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금서로 지정되었고 지명 수배까지 받았으니 할 건 다 했습니다.      


    에밀과 사회계약론은 비슷한 시기에 발간되었습니다. 아마도 자유와 평등에 대한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에밀도 당시의 다른 이들처럼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결별과 방황, 사랑과 이별 등을 경험합니다. 특히 자녀 5명을 모두 고아원에 버린 일화는 그의 사상과도 맞지 않아서 지금도 비난받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신생아의 1/3을 버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지은 책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고 교육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이기도 하니 한 번은 확인해야겠습니다.     


   그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의 주입식 수동적 교육을 비판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기를 원했습니다. 도시에 살면서 자연인의 고귀함을 지켜야 하며 ‘고귀함이 행복이다’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비참하고 이러한 비참함은 욕망과 능력 사이의 불균형에서 나오고 능력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욕망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 때문인지 아버지의 역할과 교육을 중요시합니다. 평범하지만 분별 있는 아버지가 필요하며 아이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는 것이 스킬이 부족해도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도 아이를 직접적으로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특이하게도 ‘독서는 불행의 씨앗이다’ 고도합니다. 그는 독서가 사람들을 현실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허구의 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독서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불행을 초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시계공인 아버지 옆에서 독서로 사상가가 되었으면서 다른 이들에게는 독서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욕망을 줄여야 한다는 자신의 이론에 끼워 맞춘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시 프랑스는 유아 사망률이 높았고 급격한 도시 인구 증가와 기근 등으로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실이 중요했으며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시간은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불필요하고 부당한 교육에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절대로 성적 경쟁을 시키면 안 된다고 역설합니다. 성적 경쟁은 결국 명예욕의 발로이며, 이런 명예욕으로 인간은 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루소는 “가장 잘 산 사람은 가장 오래 산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가장 잘 느낀 사람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짧은 삶이라도 제대로 산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어린아이라도 함부로 하지 말고 잘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주자는 말입니다.     


   신은 지구상의 식물을 만들어 생명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자신도 생육하면서 다른 생명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 신의 뜻에 경외감이 듭니다. 그러나 나무도 자연에 방치되면 더욱 흉하게 되거나 소멸합니다. 어떤 생명도 방치된 채 살아서 세월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진화는 생명의 교육 과정을 설명합니다. 인간 또한 약한 존재로 태어나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 것은 교육을 통해 가지게 됩니다.   

   

   루소는 자연스럽고 소극적 교육을 강조합니다. 교육이라는 행위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발육에 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일률적이 부당하며 편파적인 내용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일방적이고 주입식으로 교육하면 독립성과 자유의지 등이 망가진다고 본 것 같습니다.   

  

   루소의 교육사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육의 목적은 도덕적 자유, 즉 자유와 규율, 의지의 독립성과 사회정의를 양립시킬 수 있는 인간을 형성하는 데 있습니다. 말은 어렵지만 교육은 크게 도덕 교육과 시민 교육으로 나눌 수 있고 언제나 이 둘을 교화시켜야 됩니다. 둘째, 교육은 기존 문화의 전달에 의해 미래의 생활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생활 실천을 통해서 인생의 선과 악에 가장 잘 견딜 수 있는 인간을 형성해야 합니다. 기존의 문화나 사상, 종교를 답습하면 안 되며 스스로 선악을 판단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교육 내용의 선택도 단순한 지식의 축척이 아니라 다소 실용적이어야 합니다. 넷째, 어린이의 성장·발달의 각 단계는 각기 고유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교육 방법은 그 고유한 성격에 맞추어 결정되어야 합니다.      


   루소는 자신의 아이 다섯 명을 고아원에 버린 일로 평생을 반성하며 말년에 참회록을 작성했습니다. 루소 연구가 들은 다른 책 보다 더 명문으로 꼽습니다. 지식인들이 자신의 허위를 직접 글로 남기는 경우가 희소하다 보니 더욱 가치 있는 거 같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톨스토이와 함께 3대 참회록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제 생각에 자연주의 교육은 ‘왜’가 아니라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입니다. 아이들을 단순히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자율적으로 교육하라는 의미는 강압적이고 구태의연한 교육으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정체 혹은 퇴보를 가져온다는 말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도덕 교육이든 시민 교육이든 현재는 어느 한 가지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균형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루소의 교육 사상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완벽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퇴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좋은 유전자나 환경이 중요한 것처럼 인간만이 특질화 할 수 있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루소가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한 것처럼 아이들의 인권 이상으로 교육자의 인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연 교육이든 비자연 교육이든 가르치는 사람의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동물들의 교육자는 부모입니다. 부모들은 생존을 위한 교육을 시킵니다. 부모가 없거나 생존 기술이 부족한 부모의 새끼들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부모가 설령 부족해도 훌륭한 인생의 선배들이 존재합니다. 우리 주변에 훌륭한 어른이 많을수록 ‘자연스럽게’ 교육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소설 속의 에밀은 고아지만 좋은 가정교사를 만나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언제든 바로잡을 기회가 있습니다. 에밀이 커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책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아마 에밀이 받은 교육대로 추론한다면 ‘좋은 어른’이 되었고 ‘좋은 교육자’가 되어서 어디선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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