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지갑, 충만한 감성
편의점 얼음을 사서 저당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에스프레소의 쓴맛보다 더 진한 건, 아마도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통장 잔고를 확인한다. 아주 조금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허기지지 않는다.
지갑은 가볍지만, 나는 풍요롭다.
버스 창밖으로 스치는 노을에 괜히 감탄하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에게 인사를 건넨다.
누군가는 사치라 부를 감정들을, 나는 일상의 필수품처럼 꺼내 쓴다.
돈이 많으면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겠지만,
감성이 많으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아니, 어쩌면 후자가 나를 택한 걸지도.
오늘도 나는 가벼운 지갑을 들고, 마르지 않은 감성을 품은 채, 세상을 만끽한다.
가벼운 지갑 속에 피어나는 나의 감성의 풍요로움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