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날다

13. 메이데이 (Mayday) / 항공기 사고와 준사고 관련

by 최성길

몇 년 전에 경험했던 일이다.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출발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아홉 시간의 화물 비행이었다. 암스테르담은 꽃 수출국으로 유명하지만 많은 양의 꽃을 수입하기도 한다. 개화하지 않은 대단위의 장미꽃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수출되고 있고 그날도 나이로비에서 B747-400의 커다란 화물 공간을 아직 봉우리가 트이지 않은 장미로 가득 채웠다. 짐바브웨 출신 젊은 부기장 데이비드 무착화나(David Muchakhwana)와 나는 암스테르담을 향해 출발했다.

나이로비는 우기를 제외하면 언제나 건조하고 청명하다. 도심을 벗어나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멀리까지 아득하게 보이는 평지와 완만한 구릉의 연속이다. 길가에서 손을 흔들던 아이들의 모습은 맑고 순수했고 하늘은 청명했다. 이런저런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활주로 위로 미끄러지듯 오른다. 아득하게 뻗은 활주로 끝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그것을 바라보며 잠시 느긋한 평화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륙 허가와 함께 밀려오는 싫지 않은 긴장감과 함께 파워가 가해지고 속도를 붙여 지상에서 떠오른다. 하늘과 대지를 경계 짓는 어렴풋한 선이 경사지어있음을 보고 어느새 우리는 북쪽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느낀다. 고도를 취하면서 케냐의 광활함도 지평선 아래로 숨어버리고 점점 하늘색 속으로 묻혀버린다.

비행기는 아프리카 중동부의 지역을 지나 거의 정북 쪽으로 향한다. 수단을 지나 북아프리카 이집트 지중해를 거쳐 유럽의 남서부 그리스를 관통하여 몬테네그로와 헬쩨고비나, 크로아티아 와 보스니아와 독일 상공을 거쳐 목적지로 향할 것이다.

고도를 취하고 연료를 점검하고 교신을 한다. 목적지 기상을 재확인하고 항로(En Route)를 하나하나 확인한다. 데이비드와 나는 아프리카 상공의 푸르고 깨끗한 창공 속으로 몰입하여 간다. 전날 나이로비에서 먹었던 소고기 수프와 우갈리(옥수수 전분 요리)에 관한 얘기와 암스테르담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와 풍차마을에 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다.

유지하고 있었던 35,000피트(지상 11Km)의 항로 기상은 대체로 양호하고 달리 크게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없었다. 데이비드는 뒤쪽 부식물 공간(Galley)에 실려있는 스테이크와 샌드위치 각종 음료 리스트를 확인하여 알려주었고 한 두 시간 후에는 하늘에서의 정찬도 즐길 수 있었다.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비행이지만 다음 목적지에 대한 기대는 항상 가벼운 기대와 흥분으로 다가온다. 힘든 비행 업무 후에는 호텔에서의 휴식과 포근함이 기다려지고 또 하루 이틀의 호텔 생활은 또 다른 비행을 그리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순환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다가올 일들은 언제나 기대감에 설레게 하고 사람들을 여행하게 하나 보다.


주기적으로 연료 체크를 하고 비행계획과 컴퓨터 데이터를 확인하고 교신하며 서유럽을 진입하면서 두세 번의 기상 회피가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착륙 한 시간 전이 되었다. 장거리 비행에서 한 시간의 기준 턱을 만들어 놓는 것은 나만의 절차는 아닐 것이다. 한 시간 전에는 보통 착륙 전에 화장실도 갔다 오고 도착 공항의 정보를 확인하며 접근 및 착륙을 위한 차트를 미리 확인하여 꺼내놓고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날 역시 착륙 전 한 시간의 절차를 이행하려는 순간이었다. 데이비드에게 화장실 갔다 와서 기상 체크와 착륙 브리핑하기로 약속하고 조종간을 인계했다.

그리고 조종석에서 일어나 한발을 내디딜 때였다. 갑자기 항공기의 경보시스템이 격렬하게 울렸다. 반사적으로 눈길은 계기판으로 움직였고 몸은 조종석으로 향했다. 계기판은 항공기에 중요한 결함이 있음을 알리는 경고 표시로 빨간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안전띠를 매고 계기판을 읽어 내려가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쓸어 담으며 이쪽저쪽으로 왔다 갔다 하려는 시선을 고정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주 화물칸 중 한곳의 화재발생(Main Deck Cargo Fire)경보였다. 순간 마음이 버겁고 무거워짐을 느꼈다. 아! Mayday 상황이 아닌가? 화재는 비행기 운항에 가장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즉시 착륙을 이행해야 할 상황이다.

항공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기장의 판단과 정황을 근거로 하여 비행 상식과 지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분명한 일이 아니면 점검표에 의한 절차수행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데이비드에게 해당 사항에 관련된 절차를 하나씩 읽어 내려갈 것을 명령하고 한 아이템씩 체크리스트를 따라서 조취를 취했다. 절차 중에는 항공기를 25,000피트의 여압고도(Cabin Altitude) 조건 즉 산소분압을 낮게 만들어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인위적으로 환경을 만드는 절차가 있었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신중하게 절차를 수행했다. 예상했듯이, 정상보다 여압 고도가 높음을 지시하는 메시지와 경보의 울림이 이어졌다. 만일 승객들이 타고 있는 비행기였다면 객실의 모든 산소마스크가 모두 떨어져 작동되었을 것이다.

항공기는 높은 고도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지상의 기압환경과는 크게 다르며 이에 직접 노출될 경우는 생명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 압력의 차이를 바로잡아주기 위해 비행기는 지속해서 압력이 공급되며 이를 “여압(Pressurization)”이라고 한다. 또한 여압 과정을 통해 기내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승객이 불편하지 않고 안전에도 이상이 없이 기내의 압력을 고도에 따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이를 객실고도(Cabin Altitude)라고 부른다. 객실고도는 지상에 있을 때는 외부의 기압과 같으며 비행기가 이륙하여 상승할수록 기압은 낮아진다. 하지만 여압을 통해 기내 압력은 적절히 조절되며 실제 항공기 고도와는 별도로 최고 압력 고도를 8000피트(2,500미터)로 제한하여 그 범위 안에서 객실고도는 조절된다. 즉 항공기가 아무리 높은 고도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승객이 느끼는 것은 최고 8,000피트 고도의 산에 올라와 있는 정도의 기압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조절된다. 예를 들면 36000피트의 실제 비행 고도에서 객실고도는 7000피트(2300미터)이다. 만일 36000피트 (11500미터)에서 여압이 되지않는다면 객실고도는 비행고도와 똑같이 36000피트가 되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36000피트에서 사람의 생존시간은 20초가 넘지 않는다. 이는 낮은 산소분압과 외기온도 그리고 비등점이 체온보다 낮아져 사람의 혈액이 끓어 기화될 가능성과 복합적인 원인에 기인이 된다.


잠시 여압과 객실고도의 이야기로 벗어났던 주제로 돌아와 보자. 절차상 25,000피트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항공기의 압력과 산소분압은 그만큼 떨어지고 물질이 타는 것에도 장애가 되어 소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산소마스크 없이 그 환경에 노출이 되면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힘들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명까지도 위협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산소마스크 쓴 채로 모든 것을 수행했다. 하지만 케빈(객실)고도 25000피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공기의 흐름은 엄청난 소음을 만들어 냈다. 소음은 예상보다 길게 지속이 되었고 소통을 불가능하게 했다. 옆에 있는 데이비드와 산소마스크에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대화하는 것과 지상 관제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불가능했다. 화물 비행이었기 때문에 승객 안정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었지만, 비정상적인 케빈 고도에 의해 제한된 커뮤니케이션의 확보는 중요했다. 우리는 긴급강하(Emergency Descent)를 결정했고 데이비드에 긴급 콜(Mayday Call)을 지시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긴급강하 실시한다.” (Mayday Mayday Mayday! Emergency descent to 10,000ft)

분당 약 6000피트의 강하속도(Vertical Speed)로 강하했다. 프랑크푸르트 관제소에서는 복잡했던 유럽의 공역을 비행기가 한 대도 보이지 않게 주변을 정리해주었다. 긴급강하가 직접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조치였다고 후에 인정이 되었다. 훈련 속에서만 수없이 이루어지던 절차와 과정을 현실에서 적용된다는 것이 무거운 의미로 다가왔다. 경보 메시지와 경보등이 사라졌고 화재는 진압되었음을 계기를 통해 확인했다.

절차상 가장 인근의 공항에 내리기로 되어있고 급히 확인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강하 도중 가장 가까운 프랑크푸르트로 기수를 돌렸다. 인상적인 것은 대화하는 중에 어는 항공기도 중간에 끼어듦이 없이 관제사는 우리 항공기만을 위해 주파수를 지정해 대화했다. 수시로 불러 안전상의 질문을 했고 우선순위를 받아 안전하게 내려, 별도의 장소로 유도되었다. 공항의 긴급(위험)서비스가 발동되어 각종 차량과 인원 및 장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상 직원과 대화가 시작되었고 화재로 인한 지상에서의 조치상황들을 하나씩 점검했다. 소방차와 의료진 심지어는 짧은 시간에 독일의 항공 관련 리포터까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한참 후, 지상 관제소의 허가와 절차들을 마치고. 항공기의 문이 열렸다. 조사와 함께 필요한 보고서 작성이 이루어졌다. 현지 코디네이터라고 소개하는 40대 신사는 끊임없이 워키토키를 통해 어디론가 상황을 전달하고 있었고 중간중간 여러 가지 서류를 보여주며 작성을 요청했다.

금발의 여성 항공 리포터는 인터뷰를 원했고 데이비드는 아직 눈이 반짝이고 힘이 넘치고 있었다. 기장으로서 내가 직접 거들고 싶었지만 밀려오는 피로감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비행 의무보다 더욱 열정을 보이는 듯 보였던 데이비드의 의 모습은 곱게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소리를 질러 아직 이십 대였던 그를 멈추게 한 후에야 데이비드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검은색 벤츠 승합차에 몸을 싣고 호텔로 향할 때 프랑크푸르트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의자 쿠션에 깊이 기대어 하나하나 다시 떠올려보았다. 순간순간 엄습했던 공포와 무서움도 잊어버리고 몰두하고 절차를 이행했던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뿌듯했다. 아! 내가 메이데이를 극복했구나. 조종사로서 절대 경험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경험하다니. 그리고 모든 것을 잊은 듯한 짧은 다음의 순간 후. 따르릉... 코디네이터를 통해 싱가포르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회사대표였다. “헬로우 캡틴 초이!”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다음 일정은 걱정하지 말고 호텔에 가서 쉬면서 콜드 비어 한잔하라고 했다.

“메이데이 콜과 생맥주”!

“공포와 시원함” 묘한 전율의 파장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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