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치심을 견디는 것

싱어송라이터가 된 것은 자기확신을 연습하려고 그런걸까?

by 도비

사실 브런치를 쓰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이게 뭔 개소리냐면 나는 노래를 정말 안 듣는데,

좋은 노래가 너무 많아서 자꾸 서글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노래가 많은데 내가 또 노래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만 음악인으로서 뇌에 좋은 음악을 가득 채워야

좋은 노래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튼다.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적절히 할 일은 딱히 없고

뇌를 빼고 브런치를 쓰는 수밖에.. 아 존박 씨 목소리가 너무 좋다.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조건은 수치심을 견디는 것 하나 뿐이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누구나 작곡을 하고,

오토튠을 하면 못 부르는 노래도 잘 부르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사부작거린 작업물을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발매하면 가수가 되고,

발매하지 못하면 그냥 사는 것이다.


나도 작업하던 프로젝트를 켜면 가장 먼저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탓할 것은 딱히 없지만 내 목소리의 부족한 부분..이라기보다 싫은 느낌이 들리는 것이다.

어쨌든 노래는 계속 완성되고 공개되고 디스코그래피가 쌓여갈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는 노래를 많이 썼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겨서 더 많아질 예정이다)


음원이 공개된 것은 수치심의 일부에 불과하다.

만든 음악에 책임을 지려면 애정을 담아 알려야 한다.

라이브 클립을 찍고, 뮤직비디오를 홍보하고, 글을 쓰고

이 모든 것이 어렵지 않지만 그저 '너 뭐 돼?' 라는 마음의 소리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렇게 해서 성공했냐 하면 나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인생이 재미 없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노래를 쓰는 일은 놓지 못하고 영영 붙잡게 된다.

계속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이고

곡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기는 이유가 궁금하다.



_


퇴사한지 이제 꽤 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제 곡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0nesipoflove 를 참고하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감을 얻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