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 Sep 21. 2024

가자미 미역국으로 원기회복을


어제까지 열대야로 잠을 설치며 덥단 소리를 달고 살았다. 종일 비가 내렸고 저녁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길 선한 바람을 맞으며 모두가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무탈하게 여름나기 하느라 수고 했다며 덕남을 나누고 헤어졌다.


에어컨 가동 이틀 만에 감기에 걸려 8월 한 달을 고생했다. 목이 붓고 염증이 심해서 이비인후과를 다니며 항생제를 포함된 약을 보름정도 먹었는데도 기침은 완전히 떨어지질 않고 위장을 쓰리고 밥맛대신 과일로 끼니를 대신하다 보니 기운을 잃었다. 감기로 병원을 다닌 적이 없었는데 즈음에 전에 없던 일이 반복되니 살짝 우울감이 들기도 하는 것이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을 보면서 기운 돋을 만한 것을 찾다가 생선코너에 들러 튀겨먹을 가자미 한팩을 사들고 왔는데 손질해서 밑간을 하다 보니 살도 많고 크기도 해서 가자미 미역국을 끓이기로 했다.

 


참기름에 마늘 듬뿍 넣고 불린 미역 넣어 달달 볶다가 국간장과 액젓을 넣고 바글바글 끓을 때 그 위에 손질한 가자미 큰 거 두 마리 올리고 물(쌀뜨물)을 부어 팔팔 끓여내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다. 마지막에 들깨 가루 두 스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구수하고 달달한 미역국이 완성된다. 아이들의 경우 살을 발라서 써도 되고 어른들은 그대로 한 토막씩 넣어 상에 올려도 좋다. 사실 미역국은 고기보다 생선으로 끓이는 게 제맛이다. 생선 미역국이라 호불호가 있고 가정에서 흔히 만들어 먹지는 않으나 기름기가 없어 담백하고 고기보다 부드러워 먹기도 좋고 소화도 잘 되니 이만한 음식도 드물다.  무더위로 허약해진 몸을 뜻하게 보호하고 몸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보리잡곡밥에 잘 익은 열무김치 올리고 깨소금 들기름 고추장 살짝 올려서 젓가락으로 살살 비비고 가자미 미역국 한 그릇 뚝딱 비워내는 일로 가을의 문을 열었다. 원기 충전하여 활기찬 가을을 맞이했으니 다시 파이팅 하는 거다!


작가의 이전글 불일암(佛日庵) 무소유길을 걷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