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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연재21

by 이종열

《달항아리 연재21》

"맨땅에 헤딩하기..." 이 말을 아내와 친구들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소나무 수목원과 달항아리 박물관을 만든다고 할 때마다 귓가에 맴돌던 말이었죠. '제 이름으로 된 집도 한 채 없으면서 허무맹랑하게 수목원 박물관을 이야기하느냐, 제발 정신 차리라'는 핀잔이 늘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이 '맨땅에 헤딩하기'는 특별한 자산이 없는 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2024년 경남관광 기업지원센터 예비기업 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그 지원금으로 유니드(주)와 달항아리 아트뮤즈라는 손 안의 박물관을 만들었고, 특허청에 달잔 디자인 출원과 경남서부지식센터의 도움으로 시제품 제작까지 이어졌습니다. 삼성테크노글라스(주)와 함께 달항아리 크리스탈잔을 탄생시켰고, 경상국립대 로컬중점대학사업단을 통해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펀딩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지금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벤처 초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물관 개관에 꼭 필요한 준학예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늘 곡간을 여는 열쇠는 간절히 염원하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지성감천이란 말은 긍정적 의미의 '맨땅에 헤딩하기'와 같은 뜻입니다. 달항아리 아트뮤즈는 물이 포도주로 변한 가나의 혼인잔치집입니다. 불가능을 가능을 바꾸는 건 보지 않고 믿는 믿음입니다.

달항아리 아트뮤즈는 문화재 환수라는 조용하지만 강한 물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5년간의 개인 월급으로 작은 개천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 큰 강으로 바다에 이르는 꿈을 꿉니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오게 하는 일, 그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사명으로 확장됩니다.

달잔의 몸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유약요변 둥근달항아리이고, 입술은 오늘 소개하는 말린입술 육각달항아리의 것입니다. 가장 멋진 달항아리 둘이 만나 세상에 처음 만들어낸 달항아리 크리스탈잔을 달잔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연초에 경남 컨벤션센터(CECO)에 경남관광 기념품으로 입점했고, 이번 주에는 네이버스마트스토어와 쿠팡에 인터넷 통신판매를 올렸습니다. 네이버에 '달항아리 아트뮤즈'로, 쿠팡에 '달항아리 크리스탈잔'을 검색하면 '맨땅에 헤딩하기'의 산물인 달잔이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달잔은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문화재 환수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최고급 크리스탈잔으로 용량 350ml로 캔맥주 하나가 들어 갑니다. 500도 이상의 고온에도 견디며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합니다. 막걸리와 우유를 채우면 진짜 달항아리가 되고, 맥주와 탄산음료를 담으면 기가 막힌 조명이 됩니다. 담긴 내용물에 따라 달잔은 팔색조로 변신합니다.

'맨땅에 헤딩하기'가 없었다면 아직도 달항아리 아트뮤즈는 꿈속을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현재 달항아리 아트뮤즈는 dalhangari.kr에서 아지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소장한 달항아리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손 안의 박물관처럼 구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천시에 오프라인 박물관을 위해 폐교를 대부 중에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달항아리는《말린입술 대장부 육각달항아리》랍니다. 이 달항아리는 높이 49cm, 몸체지름 56.5cm, 입지름 39.5cm, 밑지름 29cm입니다. 장정 한 사람이 들어 옮기기 어려운 무게와 크기입니다.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적이 없는 육각 달항아리입니다.높이(키)보다 몸통지름이 훨씬 넓어서 근육질의 남자가 연상됩니다. 처음 이 달항아리를 봤을 때, 백자 항아리를 이렇게 크게 만들 수 있는 것에 놀랐습니다.

현존 대부분의 달항아리는 몸통에 붙인 부위가 둥글거나 직각인 팔각달항아리입니다. 곡선이 아름답거나 곡선같은 직선의 달항아리가 대세입니다. 이 달항아리를 보면 가야금 같은 여자들 사이에 거문고 같은 남자 하나가 섞여 있는 거 같습니다.

멀리서 보면 근육질의 상남자인데 가까이서 보면 눈물 자국이 서린 여린 남자일 뿐입니다. 압도적인 힘이 느껴지는 달항아리이나 안쪽 바닥에는 구워질 때 터진 큰 상처가 있습니다. 강한 척 허세부리나 속은 상처로 문들어진 가장 같습니다.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모든 걸 참고 견딘 이 땅에 아버지 같습니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여름날 런닝 차림에 뒤돌아 앉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여 마음이 짠합니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유약이 입혀져 있습니다. 유약아래 자글자글 산재한 빙렬이 있어 초봄이나 늦가을에 구워졌으리라 추측됩니다. 가마온도와 바깥 기온이 차이가 심하면 빙렬이 생깁니다.

온몸에 철분이 뭉친 것으로 보아 정제가 덜된 백토를 썼습니다. 안쪽 밑바닥에 크게 터진 상처로 미루어 용도는 액체보다 고체를 담는 용기로 추정됩니다.

오늘의 달항아리는 가장 우람하고 강해 보이나, 가장 애처롭게 보이는 달항아리입니다. 《말린입술 육각달항아리》를 볼 때마다 깊어지는 마음을 시로 담았습니다.


남자의 눈물은 무죄다

울음을 잘 참는다고

강해지는 건 아닌데

가슴 속 응어리진 한숨

소리 없이 삼키다

화장실 소변기 앞에서마저

세상은 남자의 눈물을 틀어막는다

여기 대장부 육각달항아리가

대신 곡비로 운다

떡 벌어진 어깨 우람한 덩치에

닭똥눈물 토해내며

한여름 장대비로 운다

울어라

가슴이 시원해질 때까지

울음을 참는다고

강해지는 건 아니니


이번 달항아리 연재는 달항아리 아트뮤즈와 함께 동행할 뮤즈에게 보내는 초대장입니다. 부디 당신이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는 뮤즈가 되어 주세요.

나는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일을 꿈꾸지 않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 잡초를 뽑고, 정원을 아름답게 만드는 그 일을 하려 합니다. 그 정원이 아름다워지면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을 믿습니다.

문화재 환수는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소리만 요란한 빈깡통처럼 진행할 일이 아닙니다. 은밀하고 꾸준하게 흐르는 깊은 강물처럼 추진해야 합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어떤 보상이나 대가도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있어야 할 자리에 우리 문화재를 찾아 놓는 일입니다.

달항아리 아트뮤즈로 오세요. 달항아리 아트뮤즈는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세요. 달잔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해 보십시오. 당신이 느낀 그 감동을 주변에 널리 홍보해 주세요. 당신과 함께 우리 문화재를 사랑하고 해외 문화재 환수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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