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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虛無)

by 이종열

《허무(虛無)》


산이 아직 불탄다

불 타면서 느끼는

속절없는 나무의 심정

연기 한점 없이 마음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아무도 특별히 사랑하지 않는

하늘이 내린 얕은 봄비에

시커멓게 불탄 몸만

덩그러니 서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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