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연재30》
달항아리 연재를 시작한지 7개월이 됐습니다. 매주 토요일에 글을 올렸습니다. 달항아리 하나를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달항아리 하양꽃으로 피다' 달항아리 첫책을 내고, 약 1년반이 지났습니다. 이 연재를 묶어서 두번째 달항아리 책을 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책을 내는 이유는 간단 명료합니다. 내가 공부한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것입니다. 이 땅은 아직도 달항아리 불모지입니다. 달항아리 첫책이 세상에 나오고 바뀐 변화가 있습니다. 시중에 이제 눈먼 달항아리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30회의 달항아리 연재를 읽었다면 이 땅에 달항아리 최고 전문가라 자부해도 될 것입니다.
달항아리에 대해 모든 것을 잊어도《안목의 기준》만은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오래 전에 SNS에 올린 글입니다. 내가 달항아리를 만난 행운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가, 아름다운가, 희귀한가, 모든 사물을 볼 때 이 세가지 기준으로 본다. 스토리는 만들면 되지만 아름다움과 희귀함은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아름다움은 내 눈에 아름다우면 그만이지만, 희귀함은 절대 절대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하나가 죽으면 멸종되어지는 것이기에 그래서 모든 사물을 볼 때
내 눈길이 머무는 곳, 첫번째가 희귀함이며, 두번째가 아름다움이며, 세번째가 스토리다. 희귀함을 보는 게 안목이다. 희귀하다면 웃돈을 주고 서도 사야 한다. 세상에 하나 뿐인 유일본인 그대와 나, 사람들은 그걸 못보네. 울일인가 웃을 일인가, 누군가의 불장난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해도 울일은 아니다. 어쨌든 유일하니까.
이 우주에 유일본인 서로를 알아 보고 인정하는 게 진정한 안목이다. 오늘 만나는 당신은 대체 불가능한 유일본이다. 그걸 보는 내가 행복하다.'
오랜 봄가뭄이 이어지는데 오후에 비가 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집니다. 봄비 뒤에 많은 대나무 죽순이 올라올 것입니다. 대나무는 땅속에서 수년간 에너지를 비축한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평생 자랄 키로 자라고 죽기까지 단단해 진다고 합니다.
속이 비어 나이테도 없는데, 태풍에도 부러지지 않습니다. 중간에 마디들 때문입니다. 오늘부로 달항아리 연재에 한 마디를 만듭니다. 이 땅에 달항아리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랑이 파죽지세로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산에 나무를 심은 자는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추장의 심정으로 비가 오기를 소원합니다. 속히 봄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항아리는 달항아리가 아닙니다. 독항아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연재에서 수차례 말했습니다. 달항아리는 높이(키)가 40cm 이상의 백자대호 원호만 달항아리라 부릅니다. 이 항아리는 넓이와 높이는 80cm에 육박하고 생긴 모양도 달처럼 둥그렇게 생겼습니다. 백자가 아니라서 달항아리 이름은 못붙이고, 장독달 항아리라 지었습니다.
성경에서 만난 많은 인물 가운데, 야곱에게 끌립니다. 인생에서 가장 길고 험난한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입니다. 가장 높은 바이킹을 타고 뒤로 내려올 때의 그 아찔함을 말로 표현할 순 없습니다. 그 공포를 느낀 사람들만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도 우리는 생로병사라는 바이킹을 타고 힘들어 하는 야곱입니다.
이 항아리의 닉네임으로 《야곱의 항아리》라 부릅니다. 자세한 설명으로 감상을 방해할 수 있어 이 항아리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을 올립니다.
'네 연세가 얼마뇨?'
'내 나그네의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고생한 흔적을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곳, 목덜미 손등 눈가 잔주름
어려서 고생은 살아온 연수보다
더 늙어 보이게 한다
온 몸에 남은 상처들로 험난한
생을 살아 왔음을 한눈에 본다
이 세상에 맘 편히 쉴곳 있나,
수 천리 길을 돌고 돌아
느티 그늘에 한숨 돌릴 뿐 긴 한숨
내쉬고 다시 가던 길 가야 한다
이곳도 영원히 안식할 곳이 아니다
이 땅에 편히 '머리 둘 곳은 없다'
무덤가의 노송처럼 험악한 세월 보내고
잠시 쉬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