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량의 도쿄 여행기

첫째 날, 그것은 서울 상경과도 같았다.

by 이파리북스

[6박 7일간 여자 혼자 떠난 도쿄 여행기]

ALONE IN THE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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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20살 때. 혼자 서울에 올라오던 날에 비가 왔다. 등에는 백팩을 하나 메고, 오른손에는 우산을,

왼손에는 반찬이 가득한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8년이 지나, 혼자 도쿄로 가던 날에도 비가 왔다. 백팩을 하나 메고, 오른손에는 우산을, 왼손에는 캐리어를 끌었다. 종이가방이 캐리어로 업그레이드됐다. 어마어마한 발전이다.


여행을 하려고 스스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환전까지 마치고도 설렘이 없었다. 블로그에 몇 번이나 [도쿄 여행, 여자 혼자 도쿄 여행, 도쿄 맛집, 도쿄 볼거리] 찾아봤는데도 실감이 안 나고......


왜일까.


여행 하루 전, 짐을 다 쌌다. 10시 10분 대한항공 인천발 도쿄 나리타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갔다. 쭉 늘어 선 대한항공 티켓팅 라인에 멍해졌다. 도심공항터미널에서 하고 올걸.... 후회가 됐다.


내 여행...... 망하는 거 아니겠지?


겨우겨우 티켓을 받아 들고, 게이트로 들어오니, 다들 여유롭게 자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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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진짜 혼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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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했는데 아주 잘 떴다. 기우였다.



무사히 비행기는 흔들림도 없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창 밖을 내다봤다. 눈부시게 하얀 구름이다. 촌스럽게도 비행기 그 작은 창에 붙어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감탄하고, 맥주 한 캔 마시고. 손 잡아 줄 옆사람도 없었지만, 혼자 아주 잘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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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비행시간이라 기내식 먹고 나면 도쿄에 도착해있다. 도쿄에도 비가 왔다. 나리타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도쿄역까진 케이세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가격이 쌌다. 짐도 다 실어줬다. 도쿄역 바로 앞에 내려줬다. 도미인 핫초보리 호텔까지 JR KEIYO 라인으로 딱 한정거장이다. 블로그에서 본 대로 스이카 교통카드를 뽑아, 2000엔을 충전했다.


그리고 그 큰 도쿄역 안에서 길을 잃었다.


한 시간 동안 도쿄역을 캐리어를 끌고 바보가 됐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역에서 길을 잃은 기억이 났다. 어쩜, 8년이나 지났는데 변한 게 없니, 난. 이 날부터 일주일 동안 나는 도쿄역만 오면 바보가 됐다. 그렇게 도쿄역 트라우마가 생겼다.


'왜 혼자 온 거야......'


물어물어 한 시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밥을 먹으러 나왔다. 다시, 도쿄역으로. 도쿄역 안이 아니라면, 난 헤매지 않는다. 아주 쉽게 규카츠 맛집을 찾을 수 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아까 도쿄역 바보 사건은 그냥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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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까지 걸어서 살살 산책했다. 가볍게 맥주 한 캔 사서 호텔로 일찍 들어갔다.


불을 껐다.

호텔 방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꽤 만족스러웠다. 비싸고 좋은 호텔이 아니었다. 멋들어진 도쿄 야경이 창밖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고급스러움이 넘쳐흐르는 호텔이 아니지만, 작은 강(이라 쓰지만, 청계천 만함.)을 끼고 있는 호텔. 아주 잘 선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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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무덤덤했던 마음이 이제야 엄청 설렜다.


'나 혼자 엄청 잘 할 것 같아.'


8년 전, 처음 살았던 고시원보다 조금 큰 호텔 방.


8년 전보다 창문은 훨씬 크다.


느낌이 좋다.


나에게 혼자 여행이란? 잔뜩 졸아 일희일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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