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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May 31. 2016

죽지 않고 견뎌낸 통한의 세월

영영이별 영이별_쁘쯔뜨끄와 책이야기



영여이별 영이별 (김별아, 창해)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문단세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누구에게도 주목 받지 못한 여인이 있다.

역사 속 이 여인은 무너진 지아비의 가여운 삶 이야기에,

시숙부의 잔인한 이야기에 묻혀진 여인이다.


그나마 간신히 저잣거리 아낙들의 입에서 입으로,

가여운 중전으로, 이야기가 보태지고 보태져 사실일지 아닐지 모를

슬픈 사랑의 주인공으로서 전해진 여인이다.


단종의 부인, 정순왕후 송씨.


[영영이별 영이별]은 가여운 이 여인의 이야기다.


왕가의 남겨진 여인들이 머무는 정업원에서 숨을 거둔 정순왕후.

그 영혼이 육신을 빠져 나와 모진 세월을 견디어 낸 이야기를 자분자분 풀어낸다.

저승으로 가기 전 영혼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 49일이라 했던가,

책은 49로 시작해서 0으로 끝나는 파트를 나누고 있다.


소설이다.

공식적으로 역사에 기록 된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 김별아의 상상 속에서 펼쳐진 이야기이지만, 작가가 참 열심히 자료를 조사 한 게 느껴진다.

역사적 사실과 야사가 적절하게 잘 섞여 꼭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했다.


문장 하나하나의 비유도 끝내준다.



[미성으로 곱던 소년의 목소리가 자갈길을 지나는 마차 소리처럼 혼탁해질 만큼

 깨끗한 홍안에 덥수룩한 수염이 덮이고 주름이 휘장을 드리울 만큼,

성큼성큼 어디든 디뎌 밟을 듯하던 건각이 잘려나가 사라질 만큼,

수이 시간이 흘러버렸더군요.]


징병되어 삼년의 시간을 관북지방에서 보내고 돌아 온

소년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글을 쓰면서 비유를 많이 쓰지 않는다.

제대로 비유하는 법을 모르기도 하고, 섣부른 비유는 촌스러운 문장을 만든다는

어떤 소설가의 말이 떠올라서이다.


[영영이별 영이별]은 꼭 시 같다.

비유가 많다.

그럼에도 촌스럽지 않다.

부럽다.

이런 문장력은.



단종과 정순왕후의 이야기에서 주요한 장소는 청계천 영도교 이다.

노산군으로 강등 된 단종이 영월로 유배되어 갈 때,

군부인이 된 정순왕후와 마지막으로 이별 한 다리.

두 사람의 눈물이 스며든 그 다리.


[부인, 부디 자중자애 하시오!]

[전하, 부디 옥체를 보존하소서!]


정말 그렇게 외치며, 어린 부부는 서로를 놓았을 것만 같은 그 다리.


단종은 유배지 영월에서 죽게 되고, 그 둘은 다리에서의 이별 후

다시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사람들은 영이별다리 라고 불렀다고 한다.



청계천을 가야겠다.

2008년에 책에 있는 작가의 말을 보고,

 ‘가봐야지’ 생각만 하고서는 한번도 찾아가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맘 먹은 김에 꼭 찾아가봐야겠다.

책 크기가 작아 맘에 든다.

가방에 쏙 넣고 영도교를 다녀와서 인증샷을 포스팅 해야겠다.





덧,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가 바로 단종과 세조의 이야기다.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랑 이야기도 그렇고,

현덕왕후의 궁 귀신 이야기도 그렇고

단종과 세조의 이야기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흥미로운 이야기 중심으로 역사를 공부하면 쉽다.


그래서

웹툰 조선왕조실톡이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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